대학 2020
“대학 교육 시스템은 실패작이다. 나도 제군들을 실패하게 만든 사람 중 한 명이다”라고 심각한 표정을 띈 교수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향해 정중히 사과했다.
그 뒤 다양한 연령과 인종의 학생들이 부엌ㆍ소파ㆍ옥상ㆍ지하철에서 컴퓨터 또는 iPod를 통해 사과를 지켜보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최근 5만8,000명 등록생에게 온라인 강좌를 제공하는 캐플란대학이 내보낸 TV 광고의 일부다.
캐플란 광고는 온라인 학습이 효과적이다, 아니다라는 논쟁을 노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 대학의 존재가치와 유용성ㆍ효율성 등에 의문을 던지며, 그것을 향한 선전포고다.
전통적 대학은 세가지 이유로 캠퍼스를 가진 대학이 필요하다고 고집해왔다. 첫째, 지식의 생산과 보관을 위한 도서관 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고집이다. 하지만 이미 구글은 하버드ㆍ프린스턴ㆍ스탠포드ㆍ옥스포드ㆍ뉴욕 시립도서관 등 굴지의 도서관들의 장서를 복사하여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게 했다.
둘째, 연구 토론를 위해 연구원들과 전문가들이 캠퍼스에 모여 있어야 한다는 고집이다. 그렇지만, 이메일ㆍ비디오 컨퍼런스가 장소와 시간 제약의 담을 이미 무너뜨렸다.
셋째, 교수와 학생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캠퍼스의 콩나물 강의실에서 따분한 강의를 자장가로 여기며 졸고 앉아있는 학생과 자신의 연구에 쫓겨 학생을 만나주는 시간이 의사가 환자 보는 시간보다 짧은 교수와의 진정한 대화가 가능할까.
오바마는 2020년까지 미국을 인구대비 대학졸업자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로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현재 9위에서 1위로 높이려는 꿈은 전통적 대학 캠퍼스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연방 고등교육 관리국에 따르면 현재의 속도로는 1,600만개 학위가 모자란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교육 방법에만 의지하고 온라인 강의를 미루어 온 대학으로 하여금 캐플란 같은 온라인 대학으로부터 성공사례를 배울 것을 종용해야 한다.
아니면 아마존이 동네 책방을 문닫게 하고, 아이튠이 음반업계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온라인 대학이 전통적 캠퍼스 대학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는 귀띔을 해야 할 것이다.
2020년도가 되면 대학은 어떤 모습이 될까. 121개 주요대학을 설문 조사한 크로니클 고등교육 연구소는 재학생의 절반 정도만 18~25세 연령층으로 이루어 지고, 과반수 이상이 파트타임 학생이 될 것이며, 수업의 60%정도는 온라인 강의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67%의 포춘 500기업 고용 담당자들로 하여금 대학 졸업자의 커뮤니케이션 (말하기와 쓰기) 기술 부족으로 그들을 재 훈련시키는데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는 불평을 하게 만든 곳 또한 대학이다. 한마디로 다이아몬드를 입학시켜 돌멩이로 졸업시키는 것이 요즘 대학의 현주소다.
지난 12년간 발표된 1,000여개의 연구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온라인 학생들이 캠퍼스 학생들보다 주어진 과제물에 시간과 정열을 더 쏟아 더 효과적”이라는 연방 교육청의 결론을 무시할 수 없다. 배움의 효과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배우겠다는 동기와 열정에 달렸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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