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문
무엇엔가 의지하고 믿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런 인간심리다. 불안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20세기 신화 해설자’로 불리는 조셉 캠벨과 빌 모이어스는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시대에 사는 깨인 사람들도 신화에 열광한다고 피력했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사람들로 하여금 스칸디나비아의 바이킹 신화에 빠져들게 한 것처럼 말이다.
해설자들은 그 이유를 인간의 불안에서 찾는다. 신화는 허무맹랑하고 그저 재미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심리학자 칼 융이 말한 ‘집단 무의식’ 즉 한 집단의 잠재의식 속에 거주하는 공통된 체험을 기록한 이야기다.
그것은 비유와 은유를 통해 한 가정, 민족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정체성을 확립해주고, 당면한 현실의 불안감을 극복시키는 힘을 가졌다.
이와 반대로 헛소문은 인간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갈피를 못 잡게 만든다. 대학진학을 목전에 두고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을 맞은 학생과 부모에게 헛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갈망하고 의지하는 일부 학생과 부모가 시중에 떠다니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헛소문에 시달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헛소문의 예를 들어 보자. “대학이 PSAT 점수를 요구하니 반드시 쳐야 한다” “지원서 에세이를 쓸 때 대학마다 요구하는 작문 스타일이 다르니 거기에 맞게 써야 한다” “ACT 점수는 대학에서 낮게 평가하므로 반드시 SAT를 봐야한다” “대학(college)은 실기, 대학교(university)는 이론중심으로 가르치니 공부는 대학교에서 해야 한다” “명문대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악기 한가지, 운동 한가지를 해야 하고 봉사활동 시간이 있어야 한다” “SAT점수가 0000점이 안되면 ABC대학에는 아예 지원할 생각도 말아라” 등이다.
심지어 “작은 대학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 무조건 미시간ㆍ버지니아ㆍUC-버클리 등 유명 대형 주립대에는 기본적으로 원서를 넣어라”는 강요를 자신이 다녔던 학원으로부터 받았다고 토로한 유학생도 있다.
유독 대형 대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의 위신과 권위가 큰 것을 통해서만 나타난다고 믿는 것이 아닐까. 길거리에서 풀빵 포장마차를 차려도 이름만큼은 ‘아시아 풀빵 주식회사’로 짓는 사람, 대부분은 그냥 ‘노벨상’으로 부르는데 ‘세계 최고 영예인 노벨상’으로 추켜세우는 사람, 자신의 학업 현주소를 무시한 채 무조건 유명대학 출신 과외선생을 고집하는 학생처럼 말이다.
헛소문은 어디서 생겨 어디까지 갈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뒤통수를 때리고, 말려드는 이로 하여금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빚어내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희망과 용기를 주는 신화와 달리,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격이 될 뿐이다.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보다 더 위험한 사람은 그 정보를 아무런 확인 없이 진실이라고 무조건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손가락 끝에 모든 정보가 나열된 시대에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겠다는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다.
정보홍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비교 검토할 수 있는 판단력이다. 판단력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지해서는 생성되지 않는다. “나를 부유하게 하는 것은 사회에서 내가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의 판단이다. 판단은 내가 가지고 다닐 수 있다. 판단만이 나의 것이며, 누구도 나에게서 떼어낼 수 없다”라고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 학파 사상가 에피테토스가 한 말을 기억해야 헛소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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