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아폴로 극장 75주년 기념작 정식 초연
▶ ‘드림걸스’ 공동투자자 OD 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
미 흑인 문화의 메카 역할을 해왔던 할렘의 아폴로극장이 흑인 아티스트들에게 갖는 의미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이들에게 아폴로 무대에서 (아마추어 나이트 지원자가 아닌 프로 예술가로서) 만원 객석의 환호를 받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22일 정식 초연(월드 프리미어)된 뮤지컬 ‘드림걸스’의 개막을 아폴로극장 객석에서 기다리면서 신춘수 오디(OD)뮤지컬컴퍼니 대표가 느꼈던 심정은, 이 작품의 세 주인공 에피, 디나, 로렐이 무대의 막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순간의 초조함과 환희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브로드웨이의 거물 프로듀서 존 브릴로와 함께 ‘드림걸스’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신 대표를 공연 다음날인 23일 오전 브로드웨이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만났다. 초연 다음날 뉴욕
타임스 문화면 리뷰를 긴장한 채로 펼쳐보는 프로듀서의 모습을 영화에서만 보았는데, 이날은 실제로 본 셈이다.
* 신문 리뷰를 보셨나요? 현장 반응은 어땠습니까?
-솔직히 (NYT 리뷰가) 아주 극찬은 아니란 느낌입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을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직접 공연장에서 보았던 1,500여 관객들과 관계자들의 열띤 반응을 보았기에 기분이 좋습니다. 환호와 기립 박수가 이어졌죠. 그리고 워너 브러더스 회장을 비롯,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뉴욕 각 분야의 거물들과 인사를 했습니다.(화려한 레드카펫 행사가 열린 프리미어에는 조지 루카스, 스파이크 리, 조앤 리버스, 톰 브로커 등 내로라하는 명사들이 참석했다. 이날은 아폴로극장의 75주년을 기념하는 재개관 오프닝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사전 제작 단계부터 한국 프로듀서가 참여하고 자본이 투여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아주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뮤지컬 프로듀서로서 누구나 갖고 있는 꿈,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추진했습니다. 라이선스를 지급하고 뮤지컬을 들여오는 것이 아닌, 우리가 제작에 참여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목적이었죠. 오프 브로드웨이나 일반 극장이 아닌 ‘진짜 브로드웨이’를 말하는 겁니다.
* 관건은 투자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었을 텐데요
- 제 자랑 같지만 그동안 한국 뮤지컬계에서 신춘수란 이름이 어느 정도 신망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꼭 할 수 있다, 한번 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를 믿고 몇몇 분들이 모험적인 투자를 해주셨습니다. 워낙 브로드웨이의 일급 프로듀서와 스탭들이 참여한 작품이라 신뢰도 있었구요.
* 거의 전원이 흑인 주연인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도 흔치 않은데, 흥행성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요?
- 그런 걱정은 안했습니다. 주인공들의 인종과 상관없이 모든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감동과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악이 뛰어나잖아요? 흑인 블루스, 재즈, 록 앤 롤을 얼마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합니까? 춤은 물론이구요. 게다가 영화 드림걸스로 인해 인지도가 높아서 우려가 없었습니다.
* ‘진짜 브로드웨이’가 아닌 할렘에서 프리미어를 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습니까? 물론 가장 작품의 아우라가 살아나는 최적의 무대이긴 합니다.
-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아폴로극장 75주년 기념작으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내년부터 시카고, 보스턴, 로스엔젤레스, 시애틀 등에서 1년간 투어를 하고 이후에는 브로드웨이에서 다시 올려져 롱런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 최근 갈수록 작품 개발에 대한 부담이 높아가는 브로드웨이에서는 이번 제작 과정을 바람직한 모델로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사전제작비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충당했고, 꼭 필요한 과정인 ‘트라이아웃’도 외국에서 이루어진 셈이니까요. 한국에서도 관심 있는 투자모델로 인정받나요?
- 솔직히 이번 드림걸스 제작이 한국에서 환영받는 투자모델로 정착되기는 단시일내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야 한번 대박이 나면 그야말로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시장 규모가 너무 작은 한국의 현실상 벌 수 있는 돈에 비해 위험이 너무 크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수익분에 대해 프로듀서 로얄티를 받습니다. 하지만 돈 보다 더 중요하게 얻는 것은 본바닥의 노하우를 얻게 된 것입니다. 동시에 문화적인 한계와 장벽도 많이 느끼긴 했지만요.
* 한국의 뮤지컬 시장 현황과 전망은 어떻습니까?
-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지대합니다. 공연편수와 관객들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며, 오히려 시장에 비해 물량이 너무 많은 것이 걱정입니다. 물론 아직은 전체 3,000억 정도의 시장에 불과합니다만 실제적으로 한국 뮤지컬의 역사는 불과 10년 정도라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좋은 스탭과 연출자, 배우들이 계속 유입되기 때문에 저는 아주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OD란 회사명은 ‘오픈 더 도어’를 나타낸다. 신춘수 대표를 얼마나 성공한 프로듀서로 평가할 수 있을 지 아직은 이르지만, 계속 새로운 문을 열고 도전하고 있는 개척자의 모습만은 분명한 것 같다. 영화과를 졸업하고 충무로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신춘수 대표의 감춰둔 꿈 하나는 ‘언젠가는’ 감독으로 장편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것이다. <박원영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