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코끼리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만이 빗나간 상상력을 발휘했다. 지난 11월22일자 칼럼을 통해 영국은 19세기, 미국은 20세기의 리더라고 전제하고 미국의 힘은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피력했다. 그 예로 애플의 아이팟(iPod)이 아웃소싱으로 중국에서 제조되기는 하지만 아이디어와 디자인은 미국에서 시작됐고, 판매이익 대부분도 미국이 챙기는 것을 들었다.
그는 또한 국민에게 상상의 나래를 자유롭게 펼치도록 허용하는 ‘드림머신’으로 불리는 미국이지만, 21세기에 신세력으로 등장한 중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돈에 팔린 정치인ㆍ지역 차별ㆍ쉴 새 없는 대통령 선거전 등 미국이 지닌 6가지 고질병을 치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리드만의 논조는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 다음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해결책을 제시한 것에 문제가 있다. 21세기에도 미국이 주도자로 군림하는데 필요한 것은 유능한 리더가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고 높은 세금을 마다하지 아니하며, 어려운 일을 요구하는 정치인을 비난하지 않는 말잘 듣는 시민이라는 주장이다.
마치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는 J.F. 케네디의 요구가 부활한 듯하다. 그렇지만 케네디의 말을 듣고 따른 착한 시민에게 안겨준 결과는 베트남전쟁이었다.
상상(想像)이란 단어는 단 한번도 코끼리를 구경해본 적이 없는 중국 사람들이 인도에서 가져온 코끼리 뼈만 보고 머릿속으로 코끼리의 형상을 그려본 것에서 유래한다. 상상의 핵심은 세가지에 있다. 시발점인 코끼리 뼈가 없으면 아예 상상이 불가능한 것과 뼈의 종류에 따라 상상의 방향타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뼈에 살을 붙이고 생기를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는 코끼리를 만드는 능력은 별도라는 사실이다.
프리드만의 상상력에는 ‘케네디과(科)’라는 코끼리 뼈의 종류를 잘못 선택한 허점이 있다. 하긴 미국교육의 뿌리를 살펴보면 프리드만의 ‘착한 시민’처방전이 전혀 놀라운 것은 아니다.
1850년 매사추세츠주 호레스 맨의 연차 보고서로부터 시작된 의무교육은 당시 프러시아 (지금의 독일) 교육이념인 “지식인 보다는 평민을, 지도자 보다는 추종자를, 뛰어난 자 보다는 다루기 쉬운 자를 키운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1924년 아메리칸 머큐리 문예지에서 H.L.멘켄은 미국교육의 목적을 이렇게 말했다. “지식을 넓히고 지적 수준을 높이기 보다는, 학생들을 평준화해 독창성을 누르고 다른 견해나 반항 없는 순종하는 시민을 만드는데 있다.”
대중을 착하게 만들어야만 지도층이 골칫거리를 피할 수 있다는 교육이념은 부시의 낙오학생 방지법(NCLB)과 오바마의 43억 달러짜리 당근정책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전자는 창의력과 상상력의 산실인 미술ㆍ음악시간을 줄이거나 없애고, 효과적인 교육개혁을 단행하는 주정부에게 재정보조를 하겠다는 것이고 후자의 정책은 근본적인 개혁보다는 학생의 시험 치르는 기술이나 늘리고 교사의 봉급인상에 그치고 있다.
“의문이 있는 곳에 자유가 있다”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다. 그리고 “모든 위대한 과학적 진리는 세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것이 성경의 내용과 불일치하다고 거부한다. 그 다음 그것은 과거에 이미 발견된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그것은 항상 믿어왔던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과학자 루이 아가쎄는 피력했다. 정부ㆍ학교ㆍ언론을 통해 배우고 믿어왔던 것에 대해 의문을 품어보는 것이 살아 움직이는 코끼리를 만드는 상상력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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