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립공원등서 모터홈 무료주차 대신 자원봉사
자연 즐기고 친구 사귀고 돈 절약하는 1석3조
샤론 스미스(68)와 남편 빌(73)이 텍사스주 로마 소재 팰콘 주립공원에 도착한 것은 지난 달 텍사스 평원에 찬바람이 몰아치던 밤중이었다. 이곳에 워크-캠퍼(work-camper)로 머물기 위해 온 것이다. 어둠 속에서 캠퍼를 셋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사우스 다코다주에서 온 전직 보조교사 샤론은 별빛 가득한 하늘을 보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점점 나아질 거야. 정말 그랬다. 주립공원 같은 곳에서 자원봉사하며 무료로 캠프사이트를 사용하는 워크-캠퍼들의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미스부부가 곧 발견했듯이 보람과 만족 또한 크고 깊다. 그들 부부는 3월 말까지 캠프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호스트로 일하고 있는데 시내몬 롤을 굽는 것 등이 샤론의 업무다.
“우리는 자유롭게 떠도는 유목민”… 전국 약 8만명
낮엔 쿠키 굽고 쓰레기 줍고 가이드로 일 돕다가
밤엔 별빛아래 와인마시며 노래부르다 숲길산책도
워크-캠퍼가 된 것은 세가지 때문이라고 샤론은 말한다. “첫째는 여행을 좋아해서 둘째는 사람을 좋아해서 그리고 셋째는 절약을 해야 하니까”
주립공원, 캠프그라운드, 야생생물 보호처 등에서 무료 캠프사이트를 사용하는 대신 자원봉사 일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메인 데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60~70대 은퇴자들이다. 공원당국 쪽에서도 요즘 각 주정부의 예산삭감 등으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이들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워크-캠퍼들은 한 장소에 무리지어 오는 게 보통이다. 안내센터 요원이나 가이드 등으로 주 20~30시간씩 한동안 일하다 다음 장소로 같이 혹은 따로 옮겨 간다. 헤어진 워크-캠퍼들과는 계속 전화와 이메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락을 취하면서 사실상 이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 팰콘 주립공원은 새를 관찰하는 버드-워칭으로 인기있는 곳이다. 자연경관도 뛰어나다. 쓰레기를 줍고,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업무’를 하다가 운이 좋으면 희귀독수리를 볼 수도 있다. 밤에는 피크닉 테이블에 둘러 앉아 와인을 마시고 레크레이션 센터에 모여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관목 숲길로 저녁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미 전국의 워크-캠퍼들의 숫자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미캠프그라운드 주식회사(KOA) 대변인에 의하면 약 8만명으로 추산된다.
경기침체는 워크-캠퍼 커뮤니티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이들을 필요로 하던 캘리포니아의 일부 공원들이 예산위기로 아예 문을 닫았는가 하면 상당수 캠퍼들은 여행경비를 아끼기 위해 전보다 한 곳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졌다.
한편으론 예산 삭감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애리조나 주립공원에선 거의 우리가 운영을 도맡다시피 했지요. 스탭들이 너무 많이 감원 당해서요”라고 남편 워런(73)과 함께 알래스카에서 메인주를 거쳐 온 캐롤린 밀러(71)는 전한다.
많은 워크-캠퍼들에게 이 같은 색다른 은퇴생활은 뜻하지 않았던 역경에 부딪쳤을 때 택한 새로운 길이기도 했다. 배우자의 죽음, 이혼, 재정적 어려움, 중년이후 다시 생각해본 삶의 우선순위 등… 제각기 다른 이유였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있다. 제자리에 죽은 듯 머물러 있는 삶은 선택의 여지에서 제외시켰다는 것.
때로는 이 새로운 길에서 로맨스가 꽃피기도 한다. 카누여행을 리드하는 은퇴간호사 샌드라 놀(65)이 어브 니콜스(66)를 만난 것은 3년 전이었다.
캘리포니아 빅베어 레익에서 온 니콜스는 은퇴한 사진작가다. 수입은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전부이며 2번 이혼경험이 있어 앞으론 독신으로 살 것을 단단히 결심했다. 친구가 선사한 작은 모터홈의 앞 승객좌석까지 필요 없다고 뜯어낸 정도였다.
이혼 후 서부로 옮겨와 자신의 생을 재정립하기 위해 워크-캠퍼가 된 놀은 자신의 소유물들을 거리낌 없이 버리는 니콜스가 인상적이었다. “삶을 단순화하는 당신에게 끌렸다”고 놀은 그들의 작은 트레일러에서 니콜스를 보며 웃는다.
생물학자였던 웬디 포스터(70)는 17년 전 남편이 암으로 죽자 둘이서 늘 꿈꾸어 왔던 모터홈 생활을 혼자 시작했다. 지금은 버드워칭 전국여행을 가이드하고 있다.
“우린 떠도는 유목민인 셈이지요. 그러나 내년엔 이곳으로 돌아 와 리유니언을 가질 겁니다”라고 포스터는 말한다.
놀과 니콜스는 네브라스카로 가서 철새 이동지를 따라 가이드로 일할 계획이며 스미스부부는 퓨젯 사운드의 섬으로 가게 된다. 와이오밍에서 온 엘렌(66)과 론(67) 로슨 부부는 덜시머(타악기의 일종) 축제가 열리는 미시시피를 향해 3월에 떠날 예정이다.
나비정원에서 나뭇잎들을 긁어모아 청소하며 엘렌은 정든 캠퍼들과 이별할 일을 걱정했다. “이곳으로 올 때는 집을 떠나는 게 슬퍼서 울었어요. 그런데 여길 떠나면서 또 울게 생겼습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어브 니콜스와 샌드라 놀의 모터 홈. 텍사스주 팰콘 주립공원에 머무는 이들은 은퇴 후 시작한 워크-캠퍼 생활에서 로맨스를 꽃피운 커플이다.
버드워칭을 안내하는 웬디 포스터(왼쪽).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노래하는 엘렌과 론 로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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