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장병의 엄마도 울고, 생존 장병도 울었다’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과 구조된 생존 장병들의 만남이 이뤄진 8일 오후(한국 시간)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 영내 간부식당은 또 한번 눈물바다가 됐다.
실종자 가족 59명(남성 9명, 여성 50명)은 침몰사고 14일 만인 이날 오후 8시~9시40분까지 1시간40분 동안 사령부 정비지구 식당에서 생존 장병 39명(부사관 26명, 사병 13명)과 눈물속에 그간 궁금증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최원일 함장을 비롯해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 장병 12명은 실종자 가족과의 만남에 불참했다.
"모두 다 내 아들, 남편, 형, 동생인 것 같은데 우리가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실종자 가족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불안과 불면증 등을 보여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장병들의 건강부터 걱정했다.
군 관계자가 빠진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만남 자리는 실종된 자식이나 형제 등의 평소 군생활에 대해 천안함 장병들의 설명을 듣기 위해 실종자 가족 요청으로 마련됐다.
실종 장병들의 어머니와 아내 등 가족은 형제나 자식들이 충분한 구조도움은 받았는지, 시스템의 문제나 억울한 부분은 없었는지 등 그간 궁금증과 풀리지 않는 의혹들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어머니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장병들을 보고 눈물을 쏟았고, 이를 보던 생존 장병들도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흐느꼈다.
어머니는 내 아들같은 장병들을 껴앉고 오열했고, "울지마세요", "고생 많았어요", "병나면 안되요"라며 오히려 이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위로했다.
천안함 승선 두 달 만에 사고를 당한 서대호 하사(21)의 어머니 안민자(52) 씨는 한 장병을 붙잡고 "우리 대호가 선배들이 잘해준다고 그랬어요. 선배님들이 상사, 중사님이 자기를 잘 챙겨준다고 했어요. 우리 애가 그랬어요"라며 울먹였다.
이어 "3월20일에 대호랑 마지막 통화했어요. 맞어. 맞어"라고 말하자 이를 듣고 있던 장병은 들릿듯말듯한 말을 하며 흐느꼈다. 그러자 이 장병을 껴앉고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안씨는 "마음 크게 먹고, 대호 목숨하고 똑같으니까 병나면 안되요"라며 오히려 살아 돌아온 장병의 아픔을 다독여 주었다.
문규석 상사의 어머니도 한 장병의 손을 잡고 흐느끼며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 너희라도 살아 돌아왔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옆에 있던 문 상사의 아내는 말없이 고개만 떨궜다.
이 자리에 나온 장병들은 전날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으나 어머니들 모습을 보고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의자에 얼굴을 파묻고 우는 장병들도 보였고 이를 안경을 벗어 눈물을 훔치는 장병들로 눈에 띄었다.
전날 기자회견장에는 환자복을 입고 나타났던 장병들은 이날 실종자 가족과의 만남에는 말끔한 군복 차림으로 나섰다.
실종자 가족협의회는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면담 내용을 내일 오전 브리핑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평택=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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