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거광교회의 노규호 목사가 지금 특별한 외출 중이다.
보통 교회를 6년 담임하면 그 다음해를 안식년으로 지내는 목회자들이 많은데 그도 올해 교회 개척 7년째니 안식년이라고 불러도 괜찮다. 다만 노 목사 스스로 안식년을 선포했고 성도들도 목사님 수고하셨으니 잘 쉬고 오시라고 기쁜 마음으로 ‘허락’해드렸지만 넉넉지 못한 교회 재정이어서 충분한 휴가비를 못 드렸으니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안식년을 공표했어도 노 목사의 속내는 다르다. “일년간 목회와 선교를 잘하는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배우고 싶다”는 의도가 컸다. 한인들이 그리 많지 않은 지역에 버지니아거광교회를 세우고 열심히 달려왔다. 성도의 숫자에 상관없이 복음에 대한 열정 하나로 ‘기쁨 목회’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니 부끄럼은 없어도 ‘한계’가 많았음을 느낀다.
워싱턴 지역에서 앞서 가는 몇 몇 교회들에 인턴으로 받아줄지 타진했다. 담임 목회를 하고 있던 목사가 인턴을 하겠다는 뜻밖의 발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었고 교회 내부를 속속들이 보여줘야 하는 사실을 부담스러워 하는 교회도 있었다. 그런데 워싱턴 지구촌교회의 김만풍 목사가 흔쾌히 받아줬다.
이제 막 신학교를 졸업하고 부임한 전도사처럼 4월 한 달을 지구촌교회로 출근했다. 버지니아 게인스빌에서부터 워싱턴 지구촌교회가 있는 메릴랜드 실버스프링까지 매일은 아니어도 새벽마다 달려갔다. 전도폭발 프로그램, 아이들을 위한 ‘어와나’ 등등 많은 기관들을 탐방하고 교역자 회의에도 꼬박꼬박 참석했다. 성도들이 힘을 모아 커뮤니티를 위해 여는 바자도 참석했다. 250여명이 모이는 청년 예배의 열정적인 모습도 직접 확인했다. 전통 예배가 익숙한 1세 목회자로서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나라면 이들을 어떻게 차세대 일꾼으로, 교계의 리더로 키워내야 할까 하는 숙제도 생겼다.
소위 미주 교계 수준에서 ‘대형교회’라 볼 수 있는 워싱턴지구촌교회는 한국서 큰 교회를 섬겼던 노 목사에게 고향처럼 느껴졌다. 배울 점이 많았다. 훈련된 봉사자들, 질서 정연한 예배 등등 교회가 작고 일군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불성실하고 준비 안된 예배는 부끄러운 변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큰 교회 담임 목회자의 고민도 옆에서 지켜봤다. 우선 사람들이 많으니 크고 작은 일들이 계속 생기고 그런 문제는 고스란히 담임 목사가 신경 써야 할 일들이었다. 노 목사는 “작은 교회 목사라고 덜 행복해야 한다는 이유는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노 목사는 넓은 가슴으로 후배 목회자를 품어주고 사랑을 베풀어 준 김만풍 목사와 워싱턴 지구촌교회 성도들이 고맙기 그지 없다.
노 목사는 배움의 지경을 더 넓히고 싶어 현재 서부 지역 교회들을 탐방하고 있다. 또 9월부터 11월까지는 한국과 중국을 여행하며 선교 비전을 새롭게 할 계획도 있다. 그렇게 이 시대에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어떻게 이 땅에 실현할 수 있는지 제대로 한번 배워볼 생각이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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