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통신 혁명으로 전 세계가 지구촌 가족 개념으로 바귀고 있는 21세기. 목사, 선교사로 부름 받아 목숨 걸고(?) 떠났던 선교 패러다임도 더불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선교 현장에 뼈를 묻을 각오를 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짐을 꾸렸던 ‘선교사’들의 헌신은 언제나 거룩한 것이지만 정치 체제에 상관 없이 세계 경제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자본’의 논리가 정치나 사회,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반인들도 자신의 직업과 은사를 적절히 활용해 선교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선교사로 안수 받거나 소명을 받지 않았지만 잦은 해외 방문이나 외국 기업과의 거래 등을 이용해 선교에 참여하고 있는 크리스천들은 소위 “비저네리(Bisionary)’로 불린다. 사업(Business)에다 선교(Mission) 마인드를 접목하고 세계 복음화의 비전(Vision)을 붙들고 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메릴랜드에서 한인교회를 이끌며 교육 사업도 하고 있는 허 모 전도사가 좋은 예. 그는 매년 여름이면 멕시코로 청소년들을 데리고 선교 여행을 떠난다. 참가자 가운데 신앙이 없는 학생은 동료 크리스천들의 섬기는 삶을 보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알게 되고 또 전체 그룹은 일주일 혹은 열흘간 원주민들에게 봉사하며 리더십과 이웃사랑의 정신을 배운다. 허 전도사는 “선교라는 이름을 꼭 밖으로 내세우지 않는 여름 캠프지만 현지인들은 하나님 사랑을 저절로 알게 되고 학생들은 크리스천의 삶의 목적과 의미를 깨달으며 성숙해 간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 진학 시 학생들의 봉사 정신과 리더십을 강조하는 미국 입학 시스템에 대비한 프로그램으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현재 T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모 선교사는 현지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사업 개발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직접 T국에 찾아와 사업 환경을 돌아보고 시장 조사를 할 의사가 있는 분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한다. 김 선교사가 한국 교회의 물질적인 후원이나 선교사 파송 못지 않게 평신도 사업자들의 투자를 열망하고 있는 것은 종교인의 신분이 아닌 일반인의 입국이 자유롭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기독교에 문을 닫고 있는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평신도 선교사인 ‘비저네리(Bisionary)’ 만큼 효과적인 사역자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선교사는 “이미 한국에서 몇 몇 기업인들이 T국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년 개인 소득이 약 1만달러로 한국의 1990년대 수준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이 나라는 한국, 일본, 중국 등 극동 지역 국가에도 관심이 많아서 외국어 배우기에 한창이다. 교육 사업가인 허 전도사는 T국에 자신의 사업체 지부를 세우는 계획을 고려 중이다.
‘비저네리’와 단기 선교를 굳이 구별하자면 비저네리는 한 교회의 선교팀에 소속돼 일정 기간 동안 제한된 지역에서 봉사하는 선교사가 아닌 현지의 가정교회 등과 연결돼 지속적으로 지원 활동을 벌일 수 있다. 이들은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간접 선교 외에 초대교회 시대의 사도들처럼 드러나지 않은 가정교회들을 돌아보며 말씀으로 지도하고 격려하는 사역을 선교사 등 종교인의 신분을 가진 사람보다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김 선교사는 “서구 크리스천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T국 같이 신앙생활이 자유롭지 않은 나라에서는 ‘목사’ ‘평신도’의 호칭이 이미 무의미해지고 있다”며 “교회 직분과 질서를 무시하고 파괴하자는 뜻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만인 제사장으로서 복음 사역에 동참했던 초대교회의 현장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교회 차원의 조직적이고 대규모적인 선교 후원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기독교가 박해 받는 나라에서 급속히 확산돼가고 있는 ‘가정교회’처럼 서구 교회에 가정교회 모델을 회복시키려는 움직임이 ‘운동(Movement)’ 차원으로 커지고 있는 현상도 주목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주 한인 목회자들이 선교 비전을 새롭게 수립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인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메릴랜드 헤이거스타운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진 모 목사는 “인터넷의 발달로 즉각적인 교신이 가능한 이 시대는 모든 사람들이 선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낳고 있다”며 “조만간 T국을 방문해 새로운 선교 기회들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문의 (301)367-6200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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