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과연 미국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
9.11 테러발생 이후 지난 9년간 미국 내 회교도들(American Muslims)은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비회교도들과의 유대 맺기에 적극 나섰고 자신들은 테러를 증오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했으며 이슬람에 대한 교육과 계몽, 타종교와 사회봉사 프로젝트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미국 내 회교도들이 유럽의 회교도들 보다 훨씬 성공적이며 잘 동화되고 있다는 많은 학자들의 평가에 만족스러워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 긴 세월의 인식 바꾸기 노력이 급속히 수포가 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라운드 제로 근처의 이슬람 문화센터 건립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면서 반 이슬람정서가 봇물 터지듯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회교도 택시 운전사에 대한 미국청년의 혐오범죄는 미국 내 회교도들의 공포를 일깨우는 경종이 되었다. 뉴욕 맨해턴에서 택시를 탄 이 청년은 운전사가 회교도라는 것을 안 다음 욕설을 퍼부으며 칼을 꺼내 휘두른 것. 운전사는 중상을 입었다.
9년 노력 불구 “9.11 테러 직후보다 요즘 더 두렵다”
모스크 건립 논쟁·‘코란 소각’위협 소동 등 갈등 심화
런 회의를 느낍니다 : 우린 과연 미국사회에 정말 완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 거주하는 정형외과 의사로 어린 두 딸의 아버지인 페르한 아스그하르는 과연 자신들이 미국사회에 융화될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고 말한다. “미국처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많은 회교도들이 미국을 새 조국으로 택하는 이유이지요. 그러나 요즘 우리는 미국인들이 더 이상 우리가 이곳에 사는 걸 원치 않는 시점까지 온 게 아닐까, 우려합니다”
시카고에서 종교간 갈등 해소를 위한 청소년 단체를 이끌고 있는 에부 파텔은 “과거 어느 때보다 요즘 두렵습니다. 9.11 테러 직후보다 지금이 더 무서울 정도입니다”라고 털어 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부 미국인들이 무슬림으로 오해하고 있을 정도로 친 회교적이지만 “9.11 발생 후엔 보수 아메리카의 신뢰를 받는 공화당 대통령이 직접 모스크에 가서 ‘이슬람은 평화를 의미한다. 회교도들은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다, 테러와 이슬람은 별개의 것’이라고 옹호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파텔은 설명한다.
당시의 부시와 달리 지금 보수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인들은 오히려 무슬림에 대한 공포와 증오를 조장시키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것은 많은 아메리칸 무슬림들이 공유하고 있는 불안이다. 이들이 두려운 것은 자기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것보다는 회교도들에 대한 의심과 무지, 그리고 증오가 너무나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신들이 무난히 진입해 왔다고 생각한 통합과 인정의 궤도가 아니다.
미국 내 회교도들은 일부 학자들이 ‘이슬람은 종교가 아닌 정치집단으로 회교도는 건정한 미국인이 될 수 없으며 회교사원 모스크는 과격한 지하드의 최전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경악과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공포와 배타적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번 주 초 워싱턴에선 기독교와 회교, 유대교 지도자들의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9.11 테러 9주년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플로리다 목사의 코란 소각 계획에 대해 회교지도자들은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지도자들도 비난하는 돌출행위이니 무시해 버리라”고 가르치긴 했지만 일부 젊은 회교도들은 어떻게 이런 신성모독행위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전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목표를 찾으려 애쓰는 젊은 아메리칸 무슬림들에게 요즘의 상황은 특히 힘들다고 듀크대 회교교목 이맘 압둘라 안테플리는 지적한다. “우리가 여기에 속하지 못한다면 대안이 무엇인가, 시드니로 가야하나, 캐나다로 가야하나… 라고 서글픈 농담을 던지며 이들은 고민합니다. 누구도 아무데도 가지 않지요. 그러나 절망감과 무력감, 슬픔에 짓눌려 있습니다”
라마단은 회교도들이 지키는 1개월의 성스러운 단식기간이다. 이슬람 달력의 아홉 번째 달로 매년 조금씩 빨라지는데 금년은 8월11일 저녁에 시작돼 9월9일 저녁에 끝난다. 라마단이 끝나면 사흘 동안은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이드(Eid)축제가 이어진다.
올해 이드 축제의 한 중간엔 9.11 테러 9주년이 들어 있다. 그리고 반 이슬람 정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폭넓게 퍼져있다. 밴달리즘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뉴욕 주에선 기도 중인 모스크 밖에서 청소년들이 총질을 해댔고 캘리포니아에선 욕설이 적힌 플래스틱 돼지가 모스크 안으로 던져졌는가 하면 테네시에선 모스크 신축부지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회교지도자들은 요즘의 분위기를 감안, 9월11일에는 축제무드를 삼가도록 당부하고 있다. 각 사원에 잔치 대신 커뮤니티 봉사 참여로 조용히 지낼 것을 촉구했다. 북미 이슬람협회의 잉그릿 맷슨회장은 그러나 라마단의 정신만은 기억할 것을 기대했다.
“라마단 기간에 우리가 할일은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의 고통을 살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돌보아야 하는 이 시기에 우리의 상황과 우리의 안전 때문에 이처럼 걱정해야 한다는 현실이 참으로 유감스럽습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오하이오에 거주하는 정형외사 의사 페르한 아스그하르 부부와 두 딸.
▲반 이슬람 행위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는 종교지도자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북미 이슬람협회 잉그릿 맷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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