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기준 강화 등 규제안 발표 후 뜨거웠던 항저우 주택시장 급랭
항저우 주택거래 절반이 투기성
미국 같은 거품 붕괴우려 고조
<중국 항저우> 오랜 세월 중국인들은 이 도시의 오래된 파고다들과 불교사원들, 그리고 늘어진 버드나무들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호수를 즐기러 이 도시를 찾았다. 그러나 최근에 항저우는 다른 이유로 방문객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그것이다.
수많은 바이어들이 몰려 고급아파트들을 앞 다퉈 매입했다. 어떤 프로젝트들은 기초공사 단계에서 매진되기도 했다. 힘 있는 개발업자들은 베벌리힐스에나 어울릴법한 가격의 매물들을 내놓았다. 개발업자들에게 토지를 팔아 돈이 풍부해진 지방정부는 6억5,000만달러짜리 초호화 청사를 짓기도 했다. “항저우는 중국에서 부동산이 얼마나 많은 이윤을 내는지를 상징해 준다”고 크레딧 스위스의 중국 부동산 담당인 두 진송은 말했다. 그는 “대단히 투기성이 강한 마켓”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부동산 시장의 붕괴에 대한 우려로 중앙정부는 최근 이곳과 전국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대출기준 강화와 다운 페이먼트 상향조정 등을 내용으로 한 규제안으로 그동안 말릴 수 없었던 항저우 부동산 시장의 성장은 종말을 고하게 될지 모른다. 인구 800만의 항저우는 상하이로부터 115마일 남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주택거래는 폭락했으며 주택 가치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부동산 거래업자들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 최근 어느 날 오후 항저우의 부동산 중개인인 후 콩은 잠재적 매입자들로부터 들어 온 연락이 없는지 스마트폰을 확인했지만 헛수고였다. 매입자들은 이 도시의 서호로부터 불어오는 미풍보다 더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최근에는 우리가 할일이 별로 없다”고 후는 말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초고가의 리스팅 두개는 수개월째 마켓에 나와 있는 상태다. 하나는 880만 달러짜리 나인 베드룸에 화장실 8개인 강변가 콘도이고 다른 하나는 개츠비 스타일로 지어진 2,200만 달러짜리 호화주택이다.
이 가격은 받았으면 하고 희망하는 가격일 뿐이다. 이곳의 지난 7월 1,000평방피트짜리 주택의 중간가격은 29만366달러로 전달에 비해 18.2%나 떨어졌다. 많은 고급주택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국 중간주택가격 지수는 같은 기간에 1.6% 올랐다. 후는 “몇 개월 안에 상황이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항저우의 상황은 중국 중앙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을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중국정부는 경제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급속히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항저우와 다른 도시의 보통 사람들이 가격 때문에 주택시장에서 내몰리면서 사회적인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부동산 시장 억제는 금융시스템을 흔들고 전체 경제의 5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마비시킬 수 있다.
전국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인 차이나 인덱스 아카데미의 카오 수동은 “중앙정부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곳 항저우 부동산 시장에는 분명 거품이 끼어있다”고 지적했다.
양자강 삼각주에 자리 잡고 있는 항저우는 오랜 세월 부유한 상인들의 주거지였다. 최근에는 휴가지 별장을 원하는 부유한 상하이 시민들과 인플레에 대비하려는 해안지역 수출업자들, 그리고 이재에 밝은 인근 도시 투자가들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다.
항저우 관리들은 이런 투자를 환영했다. 중국의 모든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개발업자들에게 임대될 수 있다. 이런 거래는 보통 밀실에서 이뤄져 왔으며 개발업자들은 힘 있는 관료들과의 연줄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의 수입증대를 위해(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 수입의 반을 나눠 가진다) 중앙정부는 지난 2004년 모든 토지 거래를 공공입찰을 통해 불하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새로운 경쟁에 의해 전국 토지 거래가 급속히 늘었으며 특히 항저우가 그랬다. 지난해 이곳 시정부는 토지 판매를 통해 16억달러의 수입을 창출, 중국의 어느 도시들보다도 높은 수입을 올렸다.
수입의 일부는 새로운 고층건물을 짓기 위해 집을 내놓아야 했던 주민들 보상금으로 쓰였으며 새로운 시청사를 비롯한 인프라를 건설하는데도 돈이 사용됐다. 호사스런 이 프로젝트에는 1억4,000만달러짜리 현대식 극장과 2억9,400만달러가 들어간 컨벤션센터, 그리고 5개의 유리 타워를 스카이워크로 연결한 6억5,000만달러의 시청 종합청사 등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 주민들은 집을 살 수 없는데 시정부는 호화스런 새 청사를 갖고 있다”고 상하이에서 금융관련 논평을 하는 푸 구오용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개발은 피상적이며 개인적 이득을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투기꾼들도 돈을 벌었다. 전문가들은 항저우 주택시장의 절반가량은 주택소유주가 아닌 투자가들에 의한 거래라고 추산했다. 이런 비율은 전국적 수치의 두 배를 상회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법만 안다면 자본금을 만드는 일은 쉬웠다. 일단의 투기꾼들이 모의해 같은 매물을 서로에게 계속 돌려 팔면 주택 가치가 올라가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더 많이 받은 모기지의 여유분은 다른 투자로 돌리는 방식으로 투자를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는 일단 시장에서 빠져 나온 후 공모자들끼리 이익금을 나누는 것이다. “모든 거래를 마쳤을 때 투자금이 10배로 늘어나기도 한다”고 전국 부동산 관리자 연맹의 한 관계자는 귀뜸했다. 그는 이런 방식이 불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건설프로젝트의 30~50%가 이런 방식에 의해 거래된다. 이곳은 투기꾼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저우 투자가 단기수익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급성장은 별다른 투자 수단이 없다는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너무 심하고 은행 금리는 너무 낮다.
후앙 민펭은 자신의 저축을 인플레로부터 보호하기위해 아파트 두 채를 구입했다. 항저우 소재 독일계 회사에서 일하는 35세의 후앙은 돈을 많이 받는다. 지난해 구입한 1,000평방피트 아파트는 7월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현재 22만달러로 구입 당시보다 66%나 올라있다.
그는 지난 2006년 14만6,000달러에 샀던 아파트를 팔아 80% 수익은 남기고 이 수익을 새로운 교외지구의 1,800평방피트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40%의 다운페이로 사용했다. 직장에서 가까운 아파트를 렌트해 살고 있는 그는 “내 자산을 보호하고 싶다. 부동산 투자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후앙은 급작스런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불안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자신의 투자가 현명한 것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시장이 붕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저우의 많은 주택소유주들처럼 그는 자신의 아파트를 빈 채로 놔두고 있다.
항저우의 가장 큰 4개의 개발계획에 의해 세워진 아파트 1,400유닛 가운데 절반가량이 비어있다고 한 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근로자들은 살집을 찾아 고생하고 있는데 호화 아파트들은 텅 빈 채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일부 주민들은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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