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 전구 복구 시기 미정 불편 오래갈 듯
▶ 쓰러진 가로수 파손된 차량 처리 엄두못내
시속 100마일 이상의 폭풍우를 동반한 토네이도로 인한 피해가 그 어느지역보다 컸던 퀸즈 플러싱과 베이사이드의 한인 주택가. 지나간 지 이미 하루가 지났지만 17일 오후 퀸즈 플러싱과 베이사이드 일대 곳곳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차량 파손제보를 받고 32애비뉴를 따라 유니온스트릿에서 유토피아파크웨이까지 가는 길은 뿌리 채 뽑혀 쓰러진 가로수로 인해 파손된 차량 수십대가 거리에 방치돼 있었고 골목 골목이 넘어진 전신주와 널브러진 전선들로 인해 차량통행이 제한된 구역도 부지기수였다. 앞이 막히면 뒷길로 돌고 길바닥에 떨어진 나무가지는 차에서 내려 직접 치우는 노력(?) 끝에 10분이면 갈수 있는 거리를 1시간이나 걸려 겨우 유토피아파크웨이에 도착했다.
뉴욕새힘장로교회 박태규 목사. 교회에서 애프터스쿨과 데이케어를 운영하고 있는 박목사는 토네이도가 할퀴고 지나간 저녁부터 24시간 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고가는 경험을 해야만했다고 토로했다. 16일 오후 5시45분께 애프터스쿨이 끝난 뒤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아이들을 교회밴 차량에 태우려는 순간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에 타려던 아이들을 다시 교회건물내로 대피시킨 뒤 2분도 지나지 않아 검은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치더니 교회 바로 옆 아름드리나무가 쓰러지면서 밴 차량을 박살냈다.
“2분만 빨리 아이들을 차에 태웠더라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지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전화와 전기, 가스가 모두 끊기고 밴 차량도 엉망이 됐지만 아이들이 다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베이사이드에 거주하는 신소야(40)씨는 토네이도가 몰아친 순간의 악몽에 가까스로 입을 뗐다. 신씨의 집 앞에 가로수가 활 같이 휘더니 뿌리 채 뽑혀 옆집 자동차를 강타한 뒤 전신주를 반토막내버렸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불꽃이 튀더니 전기불이 나갔고 주위는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신씨는 “토네이도가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며 “검은 폭풍과 함께 거대한 굉음을 내며 눈깜짝할 사이 지나간 자리는 수백발의 폭격을 맞은 전쟁터 만큼이나 폐허로 변해있었다”고 묘사했다.
토네이도 피해가 발생한 저녁 노던블러바드 152가에서 수신호로 차량운행을 도왔던 이형기(32)씨는 “밖으로 나와 보니 칠흑 같은 어둠속에 부서진 차량들의 알람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며 “911에 전화를 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폴리스라인만 쳤을 뿐 현장을 처리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토네이도가 몰아친 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피해 한인들의 고통과 시름은 갈수록 깊어만 가는 분위기다. 뉴욕시에 따르면 쓰러진 나무를 치우는데만 최소 8일 정도가 예상되는데다 두절된 통신과 전기 복귀 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스누출 가능성으로 칠흑 같은 어둠속에 촛불조차 키지 못하는 뉴욕 플러싱 일대의 토네이도 재난 상황은 아직 진행 중이다. <윤재호·서승재 기자>
뉴욕새힘장로교회 박태규 목사가 뿌리채 뽑힌 나무가 덮친 교회밴을 가리키며 토네이도 피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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