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의 대규모 원유 유출사건이 19일 사고 유정이 사실상 밀봉됨에 따라 5개월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사고 유정 소유주인 영국 석유회사 BP는 17일 밤 감압유정을 통해 사고 유정 내로 시멘트를 주입해 봉쇄하는 작업을 완료했고, 18일 밤부터 유정에서 더이상의 원유 누출이 없는지 여부를 최종 확인하기 위한 압력측정 실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미 연방정부는 BP가 최종적으로 실시 중인 압력측정 실험에서 누출이 없는 게 확인되면 빠르면 19일 중 유출 사고 대책반 책임자인 테드 앨런 미 해안경비대장을 통해 사고유정의 완전 밀봉을 공식 선언할 방침이다.
사고유정이 완전히 밀봉될 경우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는 미 역사상 최대의 원유유출 사고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고 5개월여 만에 일단 종식될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BP가 멕시코만에 소유한 마콘도 유정의 시추시설 `디프 워터 호라이즌’에서 지난 4월20일 밤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현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11명이 숨지고, 사고 발생 이틀 후에 시추시설이 해저로 침몰하면서 시추시설과 유정을 연결하는 대형 철제 파이프에 3개의 구멍이 생겨 원유가 해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멕시코만 기름유출 "막아봅시다"
(AP=연합뉴스) 심해 반잠수 유정 굴착장치인 ‘개발 드릴 3’이 3일 멕시코만의 원유유출차단을 위해 감압유정을 파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트랜스오션 제공. <편집용 국한>
미 광물관리청(MMS) 등 연방정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사고조사위원회의 사고 원인 조사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유정 내 이상압력으로 인한 폭발을 막는 `폭발방지기’(BOP)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고 당시 경보장치도 꺼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인재(人災)의 성격이 다분하다.
유출된 기름띠는 야생동물의 보고이자 해안 습지로 유명한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 앨라배마 해안을 거쳐 플로리다주 서부해안까지 확산되어 바다거북이와 각종 조류들이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또 상당수 어장이 폐쇄되고, 어로행위가 금지됐으며, 대표적인 해양 관광지인 미시시피, 앨라배마, 플로리다 해안에는 휴가철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BP는 사고발생 후 85일 만인 7월15일 진흙과 시멘트를 유정내로 주입하는 소위 ‘보텀 킬(bottom kill)’ 작업을 통해 원유유출을 차단했고, 16일 감압유정 굴착공사가 완료됨에 따라 감압유정내 관을 통해 시멘트를 사고 유정내로 주입해 유정을 완전히 밀봉하게 된 것이다.
미 정부는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로 490만배럴(2억600만갤런)의 원유가 유출된 것으로 보면서 이 중 80만배럴(3천360만갤런)의 원유가 회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멕시코만의 기름 유출량은 1979년 6월3일 멕시코만 탐사유정 ‘익스톡Ⅰ’이 폭발한 뒤 이듬해 3월23일까지 흘러든 1억4천만갤런을 넘어서는 양이다.
이번 사고는 환경상의 영향 뿐만 아니라 주요 에너지 정책과 11월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여파가 각 분야로 미쳤다.
<그래픽> 멕시코만 원유유출 감압유정 개요
(AFP=연합뉴스) 영국석유회사 BP의 더그 셔틀즈 최고운영책임자는 18일 멕시코만 사고유정에 대해 감압 유정을 뚫어 완전히 봉쇄할 수 있을 때까지 차단돔으로 유정을 막아 원유가 흘러나오는 것을 차단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으나 같은 날 미국 연방정부 관계는 유정을 모니터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유정 인근에서 무언가 누출되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kmtoil@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오바마 대통령은 사고 발생 이후 멕시코만을 여러 차례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첫 TV 대국민 연설을 하며 위기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자 여론이 연방정부가 초동 대처에 실패해 환경재앙을 키웠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쪽으로 바뀌어 `오바마의 카트리나’로 비화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BP가 200억달러의 피해보상기금을 내놓도록 하고, 광물관리청(MMS)의 대폭적인 쇄신을 추진하는 한편 6개월간 심해 석유 시추금지 조치를 내리며 비판여론 잠재우기를 시도했다.
이번 사고로 국제 석유 메이저인 BP는 현재까지 수습비용으로 80억달러를 지출한 가운데 시장가치가 700억달러나 날아가 파산위기에 봉착하기도 했고, 최고 경영자인 토니 헤이워드가 사고수습을 제대로 못한 책임을 물어 경질됐다.
사고유정은 일단 밀봉됐지만 멕시코만 피해지역 주민들의 BP를 상대로 한 피해보상 소송 그리고 BP와 시추시설 대여업체인 트랜스 오션 그리고 유정 차단에 책임이 있는 핼리버튼 등 관련사 간의 책임 공방 및 소송 등 법적 분쟁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동시에 유출된 원유 대부분이 분해과정을 거쳐 사라졌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조지아대 연구팀은 멕시코만 해저에서 5cm 이상 두께의 원유층이 발견되는 등 사라진 게 아니라 가라앉은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사고유정은 말없이 밀봉됐지만 5개월간 계속된 바다오염과 해상 생태계 파괴 등 환경 피해는 계속될 전망이며, 해상 생태계 복원에도 최소한 수십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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