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경기 닥치면서 기업, 농장들 자동화에 박차
불경기로 경비절감이 불가피해진 농장, 상점, 사무실들이 사람 대신 기계를 선택하고 있다.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자동화 바람이다. 사람 손이 필요한 자리에 기계가 대신 들어서는 자동화는 산업혁명 이래 꾸준히 진행되어 온 과정이지만 불경기가 그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었다. 기계로 업무가 대체된 일자리는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도 영영 사라질 전망이다.
농장 노동자 대신 기계가 수확하고
계산대 직원 대신 자동 판매대 등장
캘리포니아, 버튼윌로우의 아몬드 과수원. 지게차 크기의 노란기계가 나무 몸통을 잡고는 마구 흔들어댄다. 아몬드가 우박처럼 우수수 땅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나면 다른 기계가 와서 떨어진 아몬드를 골라 담는다.
증조부 때부터 농업을 해온 농장주 마이크 영은 과거 이곳에서 토마토, 오이, 면화를 재배했었다. 하지만 근년 아몬드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많아지고 이윤이 높아지자 농장 거의 전체를 아몬드 과수원으로 바꾸었다. 아몬드는 기계로 수확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과수원을 기계화 하면서 전처럼 일꾼을 많이 고용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농장 근로자들을 고용하면 인건비도 비싸지만 그들의 법적 체류신분, 베니핏, 상해보험, 안전규정 등 신경 쓸 것이 너무 많다. 기계화로 그 걱정들이 사라졌다.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 그는 이전에 비해 근로자들을 70% 덜 고용하고 있다.
고용 인력을 줄이려는 추세는 농장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불경기에 경비절감이 불가피해지자 전국의 고용주들이 가능하면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컴퓨터와 테크놀로지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사무직원을 소프트웨어로, 계산대 직원을 자동판매대로, 일꾼들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변화는 불경기 중 사라진 일자리 중 일부가 앞으로도 영영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의미가 된다. 기계화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기업의 이윤이 증대되고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이같은 변화는 일자리 창출에 해가 된다.
캘리포니아 농장주들로 볼 때 고용인력 절감은 매력적인 전망이다. 우선 캘리포니아는 최저임금이 높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8달러 이상인 주는 거의 없다. 게다가 근로자의 체류신분 문제가 민감한 사안이 되면서 농장주들은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기계화를 하면 고용 인력을 줄이면서 수확을 늘릴 수가 있다. 캘리포니아의 농장 인력은 지난 10년 사이 11%가 줄었다. 하지만 자동화 시설 덕분에 수확은 오히려 늘었다. 아몬드의 경우 생산량은 배 이상 늘어 16억 파운드에 달한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하는 자동화는 산업 혁명 이래 꾸준히 진행되어온 일이다.
하지만 일하고 있는 근로자를 나가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불경기가 기업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직원을 줄이고, 생산 공장을 노동력이 값싼 지역으로 옮기고, 인력 절감 테크놀로지를 도입하는 일련의 과정은 어차피 해야 할 일이기는 했지만 불경기가 닥치면서 앞당겨 시행하게 된 것이다. 매출이 정상을 회복하면 기업들은 고용을 억제함으로써 이윤을 보다 빨리 증대시킬 수가 있다.
지난해 일자리 창출은 저조한 데 일부 대기업의 이윤은 크게 뛰어오른 것은 부분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난 8월 미국의 사기업 분야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6만7,000개였다. 인구 증가에 보조를 맞추자면 10만개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숫자였다.
위기는 변화를 촉진시킨다. 예를 들어 9.11 테러로 여행업이 타격을 받자 항공사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승객들이 직접 체크인할 수 있는 컴퓨터 시설을 배치했다. 식당이나 소매상등 다른 업계도 이같은 기계 이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06년 사람이 아닌 자동화 시설을 통한 판매고는 3,000억 달러였다. 그 액수가 올해는 4,550억 달러, 2014년이면 7,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샌디에고의 EMN8이라는 회사는 잭 인 더 박스 등 식당에 자동판매대를 공급하는 업체이다. 지난 8개월 동안 패스트푸드 식당으로부터의 관심이 놀랄 만큼 높아졌다고 이 회사의 브렌트 크리스텐슨 판매담당 부사장은 말한다.
이 회사의 자동판매대는 ATM 비슷하게 생겼다. 고객들이 판매대로 가서 스크린을 터치하고, 음식 그림들을 보며 메뉴를 골라 주문하고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된다. 이 기계를 쓰면 식당들이 인건비를 60% 줄일 수 있다고 이 회사 측은 주장한다.
한편 잭 인 더 박스 등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자동판매대 설치가 직원 감원을 위한 게 아니라 서비스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불경기 이후 기계로 대체 가능한 일자리 감소 속도는 빨라진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사무 행정 보조직 고용은 8%가 감소했다. 1999년에서 2007년 사이 이 분야 고용은 겨우 1%가 증가했었다.
그 이유는 쉽게 설명이 된다.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회사 중역들은 회사 밖에서도 직접 대화가 가능해졌다. 사무실에서 전화 받아줄 사람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울러 인터넷 덕분에 직원들은 다른 사무직원들의 도움 없이 직접 약속을 잡고 출장 비행기 예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8월 캘리포니아에서 여행사와 예약전담 업체에 고용된 직원은 2만 명이 약간 넘었다. 10년 전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한 숫자이다.
이렇게 직원을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절약된 비용은 다른 곳으로 투자되어 다른 분야에서 고용 창출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기계화가 단기적으로는 고용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반적 노동시장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기계로 대체되는 일자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지역의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예를 들면 영의 아몬드 과수원이 있는 버튼윌로우의 경우 지난 25년 동안 일자리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농장 근로자들이 모여 살던 캠프는 텅텅 비었고, 술집이 13개나 들어서 흥청대던 시내 거리에는 판자로 못질한 폐업 상점들뿐이다. 농장 근로자들은 대부분 한두달 와서 일하곤 떠날 뿐 정착해 살지 않는다. 한때 붐 타운이었던 마을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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