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저소득층에 제공되는 수많은 공공임대주택이 낡아가고 있으나 당국의 재정형편이 어려워 이를 수리해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천장에서 물이 새고 문은 고장 나 삐걱거리고 있지만 간단한 수리 조차 1~2년씩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100만채가 넘는 미국 전역의 공공임대주택이 대부분 지은 지 50년이 지나 매우 낡았지만 이를 수리할만한 재정은 턱없이 부족해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의 공공주택 통계에 따르면 미국 117만5천 가구의 공공주택을 수리하려면 가구당 평균 2만5천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 전체로 따져 220억~32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나마 이 통계도 12년 전인 1998년 것이며 최근 통계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상태다.
미국 전역에서는 지난 15년간 15만채의 공공주택이 매각되거나 철거돼 사라졌다. 또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주택 프로그램에 따라 5천700채가 더 멸실될 전망이다.
이처럼 공공주택은 날이 갈수록 낡아가고 있으나 지자체 등에서는 이를 제때 고쳐주지 못하고 있다.
뉴욕시의 경우 공공주택을 수리해달라는 신청이 3년치나 밀려 있는 상태로 로어 이스트사이드의 아익사 토레스 공공임대 아파트의 경우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 아파트는 워낙 낡아 주방 천장에서 말라비틀어진 페인트 조각이 마치 눈이 내리듯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천장에서는 물이 새기 시작해 올 봄에는 아예 구멍이 뻥 뚫려버렸다.
세입자는 수리를 위해 집주인 격인 시청의 공공주택과에 전화해 고쳐달라고 했지만 시청 직원이 나와서 보고는 구멍을 메우는 시멘트 작업은 내년 5월에, 다시 이를 마감하기 위한 페인트 작업은 2012년 5월에나 해주겠다고 말했다.
인근 뉴어크시의 경우도 사정은 나을 것이 없다.
이 도시는 주택 보수자금이 부족해 최근 공공임대주택 600채를 철거했다. 연방 정부에서는 1천4채를 더 철거할 수 있도록 승인을 내주었지만 그나마 철거비용이 없어서 이만큼밖에 하지 못했을 정도다.
워싱턴DC 주택국은 주택수리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시개발 채권 1억4천만 달러어치를 발행했지만 아직도 수리비용을 감당하려면 2억 달러나 부족한 상황이다.
볼티모어 주택국의 폴 그라지아노 담당관은 "90년도 이래 공공주택의 33%를 멸실시켰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경첩이 고장 나 문이 떨어지고 전기배선도 낡아 못쓰게된 주택 600채를 더 헐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연방정부 주택도시개발부의 데이비드 립세츠 수석자문관은 "70년이나 된 공공임대주택은 너무 낡아 이제 더이상 고칠 수도 없다"면서 "연방정부에서 경기부양자금 40억 달러를 배정해주었지만 이걸로는 공공주택 문제를 해결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