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런 얘기 하는 게 참 창피스러운데… 툭 하면 아내에게 얻어맞고 집에서 쫓겨 나기도 합니다. 한 번은 때리는 와이프를 피해 도망가다 차에 치일 뻔하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후라이팬으로 뒤통수를 맞아 머리에 큰 혹이 나기도 했습니다.” 훼어팩스에 거주하는 김 모씨(64)는 경제가 나빠져 집에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못한 2-3년 전부터 아내의 학대가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30대 후반에 미국에 이민 와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잠을 설쳐가며 일을 했는데 고생한 보람은 하나도 없고 때로는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2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60대 후반의 박 모씨 역시 아내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4년째 살고 있다. 은퇴 후 아내와 함께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사소한 충돌이 잦아졌고 각각 다른 방을 쓰고 있다. 끼니때면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알아서 먹든지 말든지 하라”는 아내의 타박에 거의 매일 라면 또는 찬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박 씨는 “한 달에 한 번 딸과 사위가 방문하는 날이 내가 영양보충 하는 날이다. 아내가 온갖 음식을 준비해서 딸과 사위를 맞기 때문”이라며 ‘혼자 사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오는 19일(일)은 가정과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는 ‘파더스 데이(Father’s Day)’. 그러나 이날에 더 외로운 아버지들이 많다. 부인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학대를 당해 경찰을 찾거나 상담기관을 찾는 한인 남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워싱턴 가정상담소(이사장 이정화)가 지난해 접수한 총 1168건의 상담 중 38%가 부부/가정문제였으며 7:3의 비율로 아직은 여성 의뢰인들이 많지만 남성들의 상담이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맞는 남편’문제가 주로 실직이나 퇴직 후 경제력을 상실한 노년남성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광범위하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가정상담소의 진수정 카운슬러는 “60대 이상 노년층은 물론 20-30대 젊은 커플들에서도 ‘맞는 남편’은 많다”라며 “노년층의 남편 학대는 대부분 과거에 남편이나 시집에서 무시당하고 학대를 받았던 아내들이 은퇴하고 경제력이 없어진 남편에 대한 보복 심리도 많다. 또 젊어서 외도 등의 문제로 상처를 받았던 아내들이 남편학대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남성에 비해 힘이 약한 여성들은 욕설과 함께 긴 손톱을 무기로 삼거나 부엌칼 또는 프라이팬을 휘두르기도 하며, 물건을 집어던지며 폭력을 가한다.
한인봉사센터 김수진 카운슬러는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남편이라는 공식이 최근 들어 깨진 것 같다. 처음에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평생 폭력의 악순환 속에 살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시니어센터 디렉터인 이혜성 박사도 “젊을 때부터 부부가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준비에 나서야하며, 사회적 관심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가정상담소는 올 가을 부부가 모두 함께 참여하는 ‘아버지 어머니 교실’을 개설할 예정이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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