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넘는 긴 방학에 아이들을 어디다 맡겨야 할지 고민에 고민입니다.”
이번 주부터 워싱턴 지역 대부분의 초중고교가 여름방학에 돌입하면서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손꼽아 기다린 방학이지만 막상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 관리를 생각하면 긴 방학이 즐겁지만 않다.
집에서 놀려 두자니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는 것 같고 학원을 보내자니 교육비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에게 여름방학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센터빌 거주 주부 김모씨는 “아이들은 방학이라고 신나 하지만 두달 반이 되는 긴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면 무엇을 해줘야 할 지 걱정”이라며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게 놀려둘 수는 없어 각종 캠프 참가 신청을 했는데 경비가 만만찮아 이마저 작년보다 줄였다”고 말했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카운티나 학교, 레크레이션 센터 같은 데서 운영하는 서머 캠프에 자녀를 보내지만 이도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 부담이 된다. 부지런한 부모들은 한인교회는 물론 동네의 미국 교회에서 운영하는 서머 캠프를 찾아 보내지만 대부분 단기간에 끝나기에 썩 만족스럽지가 않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학원비 등 사교육비 부담에 골머리를 앓는다. 대학진학을 앞둔 고교생에게 여름방학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SAT 시험 준비와 내신 성적(GPA) 등을 끌어올리기 위해 상당수의 부모들이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높은 학원비 때문에 부모들이 머리를 싸매야 한다. 그나마 주부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으면 나은 편이다. 부부 모두 직장이나 업소에서 일하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하루빨리 방학이 끝나기만 바랄 뿐이다.
엘리컷시티의 박모씨는 “8살 난 아들을 돌보기 위해 아내와 번갈아 일주일씩 휴가를 내고, 친지에게 돌봐 달라고 부탁한 상태”라며 “여기저기 마땅한 곳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가 편하다”면서 “여름 데이캠프에 아침부터 퇴근시간까지 맡기려면 매월 1,00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든다”며 한숨을 지었다. 아예 여름방학을 이용해 자녀들을 한국의 친지집이나 모국연수 프로그램에 보내는 한인들도 상당수다. 스프링필드의 이모씨는 “서머 캠프나 데이 케어센터에 자녀 2명을 보내는 것과 한국에서 보내는 비용이 비슷하다”며 “이 참에 아이들에게 친지도 방문하고 모국에 대한 경험도 쌓게 하고 싶어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자녀들이 여름 방학을 알차게 보내게 하려면 결국 부모들이 미리 다양한 캠프정보를 찾아보고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프로그램에 자녀들을 보낼 것을 권하고 있다.
한 한국학교 교사는 “만약 한인 커뮤니티 센터 같은 것이 있어 여름방학에 자녀들을 저렴한 비용에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데이케어 센터를 운영한다면 한인 학부모들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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