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화 명장, 워싱턴서‘옻칠 특별전’
서울시 무형문화재(1-2호) 공예기술 부문 ‘황칠장’을 보유한 홍동화 명장이 워싱턴에서 이번 주말 특별 전시회를 연다.
기술을 전수 받고 있는 아들 보기, 딸 사임 씨와 함께 26일(토)과 27일(일) 버크 소재 웨슬리 갤러리에서 개최하는 ‘옻칠 특별전’은 작품들이 고가인데다 적절한 전시장을 찾기가 쉽지 않은 등 환경적인 제약 때문에 해외 전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마련된 터라 더욱 큰 의미가 있는 행사. 이들은 이틀간의 전시회에서 장신구, 그림, 상자, 항아리, 컵, 접시, 등잔, 뚜껑이 달린 주발, 부채 등에 덧입혀진 ‘황칠’의 화려하고 고급스런 전통미를 한인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홍 명장은 “옻칠은 1,000년, 2,000년이 지나도 끄떡 없이 보존되는 우리 문화의 찬란한 유산”이라며 “고분 벽화에 처음 나타났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고 소개했다. 소위 공기와 물을 제외한 모든 물건에 칠할 수 있는 옷칠, 그 가운데서도 황칠은 황금빛이 감도는 매우 특이한 도료다. ‘백제칠’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중국에서도 성가가 높았으나 일제를 거치며 기술이 철저히 단절됐다가 홍 장인 등 ‘칠에 미친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되살아났다.
옻칠 작가로 40년 넘게 활동한 홍 명장(66)은 “처음 배울 때 고생이 많았지만 너무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미국 유학의 기회도 있었지만 그매력에 빠져 올인을 결심했다. 그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눈썰미 있는 작가라면 한번 보고 대충 흉내낼 수 있지만 김치 맛을 속성으로 배울 수 없는 것처럼 옻칠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작품 판매도 쉽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고 남들은 미쳤다고 했다. 부인의 희생이 많았다. 홍 명장은 “아내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아내”라고 말했다.
감사하게도 아들인 보기 씨가 전수생이다. 배재대학 칠예과를 나온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인생을 옻칠에 걸기로 했다. 아버지에게 기대지 않고 제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는 아들이 홍 명장은 대견스럽다.
1990년대 초 한국 KBS 방송이 ‘황칠을 찾아서’라는 1시간짜리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지만 이 분야를 제대로 배워보려는 젊은이는 아직 많지 않다. 어느 정도 기술을 갖추려면 10년 이상을 수련하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홍 명장은 “옻칠 문화를 발전시키려면 아무래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물질적인 지원 뿐 아니라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중국 상해에서 상해박물관과 한국문화원이 공동으로 전시회를 주최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코레아트 연구소’가 후원하는 ‘옻칠 전시회’ 관람(오후 2시부터 7시)은 무료이며 26일 오후 5시에 리셉션이 있다.
주소 9829 Summerday Dr.,
Burke, VA 22015
전화 (703)425-8333
(703)577-1184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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