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계획은 무슨…. 올해도 그냥 집에서 혼자 보내는거지 뭐…”
워싱턴 지역 한 노인아파트에 거주중인 이모(75)씨는 연말이면 더 외롭다. 이 씨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홀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부인과는 몇 년 전 사별하고 자식들은 모두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다. 일주에 두 번 시니어센터 가는 일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요즘은 겨울방학이라 그럴 수도 없다. 요즘은 하루일과를 TV로 시작해 TV로 끝낸다. 볼티모어에 아들이 살긴 하지만 장가간 이후 완전 남이나 다름없다.
“시니어센터가 종강하는 12월부터 겨울이 가장 우울하다. 갈 데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다”는 이 씨는 “하루가 일 년 같다. 가끔은 이렇게 살아 뭐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한탄했다.
메릴랜드에 살고 있는 김모씨(68)는 요즘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15년 전 딸의 자녀를 봐주기 위해 미국에 왔다. 처음엔 손자 손녀들을 키우며 딸과 함께 살다 더 이상 할머니의 손이 필요 없을 정도가 되자 딸과 사위의 눈치가 보여 노인 아파트로 나왔다. 운전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며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사는 느낌은 김 씨에게 우울증을 가져다주었다.
스프링필드에 거주하는 박모(70)씨도 독거노인으로 지낸 지 올해로 3년째다. 위암을 앓던 남편과 사별 후 혼자 살고 있는 타운 홈이 박 씨에게는 운동장만큼이나 크게 느껴진다.
슬하의 남매 모두 워싱턴 근교에 살고 있지만 일들이 워낙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생각처럼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박 씨는 “곁에 있을 땐 몰랐는데 연말이 되면 먼저 간 바깥양반이 자꾸 생각 난다”면서 “해가 바뀌기 전 훼어팩스에 있는 남편 묘소나 다녀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겨울 가족도 없이 홀로 지내야 하는 한인 독거노인들에겐 더욱 을씨년스러운 연말이 되고 있다. 장성해 분가해 살고 있는 자녀들이 바쁜 이민생활에 바빠 시간내기가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올해도 홀로 연말을 보내야 생각에 외로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워싱턴 가정상담소 진수정 카운슬러는 “연말 들어 우울증 상담이 크게 늘었다. 특히 노인들의 우울증이 심각한 편”이라며 “자식들에게서 소외당하는 외로움, 말 안 통하는 타향살이로 인한 사회와의 단절감, 또 겨울철이면 신체적으로도 아픈 데가 많아져 노인들이 신병을 비관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센서스국은 오는 2050년경 85세 고령인구가 현재의 3배인 1,900만명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노인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 시니어센터 관계자는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주택이나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경우 세상과 단절돼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고립감, 할 일이 없다는 무력감, 우울증 등” 이라며 “노인 우울증이 심각하지만 겉으로 봐서는 우울증 환자인지 식별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아 주변사람들도 그냥 지나치기 쉽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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