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진 박사 연구논문 ‘뉴욕 한국 음식점의 초기 역사’ 발표
▶ 1960년 3월 개업 ‘아리랑 하우스’ 보다 앞서
60년대 4곳서 70년대 18곳으로 늘어
뉴욕 맨하탄 최초의 한국 음식점이 당초 한인사회에 널리 알려졌던 ‘아리랑 하우스’가 아닌 ‘미신’이란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재외한인사회연구소(소장 민병갑 교수)는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에 실린 이화여대 이규진 박사의 연구논문 ‘뉴욕 맨하탄 한국 음식점의 초기 역사’를 29일 웹사이트에 게재하면서 뉴욕 맨하탄에서 처음 문을 연 한국 음식점은 ‘미국에 새로 생긴 집’이란 의미를 담은 ‘미신(美新·Mi Cin)’이라고 소개했다.
고려대학교 출신 젊은 사업가 홍순식씨가 1960년 3월1일 개업한 ‘미신(130 W. 45가)’은 320명을 수용할 좌석을 갖춘 대규모 한식당이었으며 폐업 시기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광고 등을 미뤄볼 때 최소한 1963년 말까지 영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리랑 하우스’는 당초 유학생 차정훈씨가 1962년 브로드웨이 56가에 개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각종 문헌과 한인사회 기록, 신문기사 및 관계자들과의 심층 인터뷰와 증언을 통해 1949년생인 차정훈씨가 13세 나이에 식당을 개업하기에는 정황상 무리가 있어 개업연도가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미신’에 앞서 1958년 3월26일 5애비뉴에 개관한 한국관 4층에 한식당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실존 여부에 대해 알려져 있지 않아 현재로서는 ‘미신’이 뉴욕 맨하탄 최초의 한국 음식점이란 설명이다. 미신에 이어 두 번째 선보인 한국 음식점이 바로 ‘아리랑 하우스’로 창업주인 차준구 사장이 미국에 건너온 시기가 1963년 6월이며 당시 조선일보 기사에서도 국제호텔 주인인 차 사장이 1963년 11월초 개관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1960년 4곳에서 1970년대 18곳으로: 1960년대에 맨하탄에서 창업한 한국 음식점은 ‘미신’과 ‘아리랑’에 이어 1965년 세 번째로 개업한 ‘삼복’과 1967년 문을 연 ‘뉴코리아’까지 총 4곳으로 파악됐다. 1965년 이민법 개정 후 한인 이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1970년대 한국 기업의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로 한인 인구 유입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1970년대에는 한국 음식점이 18곳으로 늘었다.
1970년대 초반(1970~73년)에는 ‘한국회관’ ‘우리 하우스’ ‘호심’ ‘서울하우스’ ‘한국 팰리스’ ‘인천집’ ‘우동 하우스’ 등이 창업했고, 중반(1974~76년)에는 ‘명동식당’ ‘갈비하우스’ ‘복전’ ‘옥스 플레이스’ 등이, 후반(1977~79년)에는 ‘삼오정’ ‘우래옥’ ‘뉴욕곰탕 하우스’ ‘한일관’ ‘서울하우스’ ‘새집’ 등이 창업했다. 60년대와 70년대 개업한 한국 음식점 가운데 현존하는 식당은 ‘뉴욕곰탕 하우스’ 한 곳 뿐이다. ‘뉴욕곰탕 하우스’의 전신인 ‘곰탕집’은 1979년 ‘복전’ 자리를 인수해 영업했다.
■초기 한국 음식점의 특성과 변화: 1960년도에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한식을 소개하는 동시에 현지인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이 돋보인 반면 1970년대에는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특히 ▲메뉴 구성을 코스화해 런치 스페셜 메뉴를 개발하고 ▲쇠고기 중심의 바비큐 메뉴에 중점을 둔 음식점이 등장했는가 하면 ▲늘어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형태 증가가 특징으로 꼽혔다.
1960년대 영업한 ‘미신’은 1달러25센트에서 3~4달러 가격대의 한식을 제공하며 주문에 따라 신선로와 전골 등도 맛보였다. ‘아리랑’은 특히 이북식 음식으로 주목받는 등 한식 소개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70년대에는 서양음식 문화에 맞게 한식으로 전채, 메인, 후식 코스화한 런치 스페셜 메뉴가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뉴코리아’가 3달러99센트에 제공한 불고기와 ‘아리랑’의 3달러75센트짜리 풀코스 및 12달러95센트의 디너 풀코스를 찾는 유명 인사들이 줄을 이었을 정도.
또한 ‘한국 팰리스’ ‘서울하우스’ ‘갈비 하우스’ 등은 쇠고기 요리로 주목받았고 낮에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한 한식당들은 저녁이나 밤 시간에는 술집과 댄스홀을 겸하면서 한인들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지 평가: 1960년대의 유명의류점 버그도프 굿맨 광고에는 한국 음식점에서 벌인 생일파티를 특별한 경험으로 소개하는 대목이 등장할 정도로 한식의 인기는 대단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한국 음식점은 총 7개로 이중 ‘아리랑’이 별 3개 평가를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한식당이란 기록을 갖고 있다. 이외 ‘삼복’ ‘서울하우스’ ‘한국 팰리스’ ‘우래옥’ 등이 별 2개를, ‘인천집’은 별 1개를 받았고 ‘미신’에 관한 기사에는 평가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당시에도 신문은 불고기를 추천 메뉴로 소개할 정도였다.
■한식 세계화의 길: 논문은 오늘날의 한식 세계화가 수십 년 전 이민 온 한인들에 의해 이미 시작됐고 그 터전 위에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며 초기 뉴욕 한국 음식점에서 시도된 한식 세계화 노력이 어떤 방향으로 계승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지 살펴보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한 곳을 제외하곤 초기 한국 음식점이 폐업 또는 이전한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경험미숙과 임대료 부담을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했다.
더불어 ▲과거 널리 분포됐던 한국 음식점이 현재는 32가 코리아타운에 집중돼 있어 현지인 접근성이 떨어지고 ▲초창기 활발했던 한식 소개 및 서양 음식문화와의 접목 등 현지화 노력이 소극적으로 되고 있으며 ▲‘아리랑’ 이후로는 별 3개 이상 평가를 받은 한식당이 없어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기준을 개선해 나가야 하며 ▲한식당이 음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식공간에 돼야 하며 ▲50년 전 지적됐던 부정확한 메뉴 설명 등 문제점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시급한 개선 과제로 꼽았다. <정리=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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