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 경제학 명예교수>
긴 방학동안 느슨하던 일과에서 규칙적인 스케쥴로 바꿔지는 9월의 신학기이다. 새로운 결심으로 진리의 탐구와 교양을 쌓는 고상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열게 된다.공부에는 지름길이 없고 몸과 마음의 단련, 절제, 수양, 규율이 따른다. 남자이면 모두가 군에입대하여 훈련소에서 겪은 경험을 참고로 한다면 자유스럽게 선택이 있는 대학생활은 넉넉 히 견딜만 하리라. 강한 동기 (Motivation)가 있어야 되고 이러한 결심을 어뗳게 수행 하느냐에 따 라서 성공과 실패가 좌우 된다. 43년간 가르친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의견을 피력한다.
첫째. 어디까지나 자기자신을 위하여 공부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일부 한국 부모들은 유별 나게 대학이나 전공과목의 선택, 심지어 딸의 경우 사괴는 남자친구까지 자녀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미리 결정해주는 경향이 있다. 다만 자기가 원하는 것과는 다른 분야를 강제로 공부하게 되면 대학생활이 지루하고 무성의한 결과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동기나 자발적 의욕이 피동적으로 바꿔지기 때문에 강의가 지루하고 "마다 못해" 공부하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하바드 대학의 라이트 교수가 해마다 신입생과 졸업반 학행들을 정기적으로 인터뷰하여 내린 결론이며, 매년 동일한 결과라고 부언하였다.
둘째. 집을 떠나서 독립된 분위기, 그리고 자유를 만끽하는 대학생활인지라 유혹이 뒤따른다. 이 중에 하나가 강의에 나가지 않고 자동차로 "놀러"가는 습성이다. 비싼 공납금은 매 강의 시간 마다 80~100달러에 달하는 비용이다. (유명 사립대는 더욱 비싸다.) 비록 한 번의 결석이 라도 강의는 누진적으로 진행 되기 때문에 다른 미국학생들에게 따라가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기말 시험 때 흔히 한두 학생이 묻는다. "이번 학기에 배운 것을 모두 알아야 됩니까?" 라고. 조금이라도 공부를 덜하여 학점을 따겠다는 심보임을 알 수 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비록 의과대학이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안다면 졸업 후 의사가 된들 환자를 옳게 치유할 능력이 없어 지지 않느냐?" 라고 답을 해준다. 되도록 급우들과 시험공부를 같이 해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시험 때 우선 쉬운 문제부터 답을 쓰는 것이 좋다. 제출된 문제의 순서데로 하라는 법은 없다.
셋째. 자신과의 약속이다. 내가 세운 삶의 목표가 무엇이며, 이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노력과실천을 하는 약속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은 성인의 모임이며, 그런 전제하에서 대인관계가 성립 된다. 따라서 자립정신과 스스로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며, 여기에 수반 되는 것은 책임감이다.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 흔히 유학오는 한국학생 중 특히 아버지가 사장일 경우 자기가 할 수있는 일도 으례 남이 해주려니 하는 습성이 있다. 의존성을 버림과 동시에 "남 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기우심도 필요 없다.
넷째. 미국대학에서는 아무 교수나 일주일에 다섯 시간 이상 자기의 연구실에 있으면서 질문이 있는 학생들에게 응답해준다.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업신여기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절대 필요없다. 그리고 시험 때 영한사전을 사용해도 되는가 미리 양해을 받는 것도 좋은 일이다.
다섯째. 귀찮은 일을 피하지 말고 직면하여 해결하는 습관을 가지는 일이다. 숙제, 과목논문(Term paper),편지, 빨래 등 때로는 어쩐지 짜증이 나고 하기 싫을 때가 있다. 미루는 버릇이 생긴다. 자기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며, 정신건강에도 영향이 있다. "노루 피할려다가 범을 만난다"라는 속담이 무엇을 가르치는가 명심할 일이다. 때로는 짜증을 더 적극적으로 방향을 돌리는 동기가 될 수도 있다.
끝으로 운동과 과외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기를 부탁한다. 고국에 계시는 부모님과 친지에게 편지, 전화, e-mail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자주 연락을 취하는 것이 지성인의 본분이다. 부디 모두가 최선을 다하여 대학생활이 보람있고,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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