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수출용 미국산 와인 부착 허용 요구에 프랑스 와이너리들 반발
프랑스 보르도지방의 포도밭. 미국산 와인에 ‘샤토’라는 표기를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미국과 프랑스 와이너리들이 충돌하고 있다.
‘샤토’에서 만든 보르도 와인을 마시는 것은 미국에서 켄터키 버본을 마시는 것처럼 프랑스적이다. 그런데 지금 프랑스 와인업계는 뜨겁게 들끓고 있다. 미국이 유럽연합으로 수출되는 와인의 일부에 ‘샤토’(chateau) 혹은 ‘클로스’(clos)라는 문구를 넣은 레이블을 부착하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르도의 와이너리들은 이것을 사기, 왜곡이라 지칭하며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수백년 쌓아온 권위 훼손하는 행위”
전문가들 검토 거쳐 EU 결정 나올 듯
미국산 와인 유럽수출 급증 추세
보르도의 와이너리 연맹 회장이자 새토 드 라빌을 소유하고 있는 로랭 가펭은 “문제가 되는 것은 전통과 품질에 대한 존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미국의 와이너리들로서는 세계 최고의 와인 수출시장에 얼마나 더 많은 와인을 파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전통적인 언어와 규제에 묶여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와인아메리카’의 실무 책임자인 케리 그린은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단어들을 사용한다”며 미국산 와인 레이블에 ‘샤토’라는 단어를 넣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치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은 이 문제에 수백년 쌓아 온 와인제조기술이 걸려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아무에게나 와인의 출산지를 나타내는 ‘샤토’와 ‘클로스’라는 단어를 쓰도록 허용할 경우 그것이 지니는 권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은 각국의 와인전문가들로 하여금 이 문제에 대해 조사를 실시해 조만간 결정을 내리도록 할 방침이다. 가펭은 “어쩌다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미국산 와인들이 세계 와인시장에서 점차 강자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프랑스는 오랜 기간 분쟁을 겪어 왔다.
미 건국의 아버지인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 와인에 푹 빠졌으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도 한참동안 프랑스 와인은 세계를 지배했다. 그러다 1976년 파리에서 실시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캘리포니아산 와인들이 프랑스산 와인들을 누르고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일로 프랑스는 충격에 빠졌다. 지금까지도 이 일은 와인의 세계를 바꾼 일대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이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유럽연합 위원회가 샤토와 클로스라는 레이블을 붙인 와인을 유럽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심의키로 했을 때 유럽, 특히 프랑스가 크게 들끓은 것이다.
가펭은 “유럽연합이 우리의 전통과 경제적 이익을 세계화와 맞바꾸려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으로서는 이 레이블을 붙일 경우 얻게 될 경제적 이익이 분명하다. 약간 줄어들고는 있으나 유럽연합 27개국은 전 세계 완인소비량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해 미국 와인 수출량 가운데 34%가 유럽연합으로 나갔다. 액수로는 4억7,800만달러에 달한다. 미 와인업계는 수출량을 더 늘리기 위해 무역장벽을 제거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반면 지난해 유럽연합의 미국 와인수출액은 29억달러였다. 최고급으로 분류되는 샤토와 클로스 빈티지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보르도 와인의 생산액은 약 42억달러이며 이에 따른 고용은 5만명에 달한다. 버건디 지역은 생산액 10억달러에 2만명의 고용효과를 낳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이 불공평하게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느끼는 반면 프랑스는 수세기에 걸쳐 조심스럽게 가꿔온 명예가 손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와인 레이블은 샤토에 속한 포도원에서 재배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분명한 기원을 나타내지만 미국에서는 이 단어를 그리 엄격한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 와인을 만들어 온 업자 혹은 업자 그룹이 전통적으로 이용해 온 포도원에서 나온 포도로 만들었다’는 정도의 느슨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그린은 “우리가 제시하는 샤토의 정의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제시한 정의는 시장에서 충분히 통용되고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의 샤토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는 다르다. 가펭은 “미국인들은 모든 곳에서 나는 포도로 샤토 와인을 만들 수 있으며 그럴 경우 가격은 뚝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샤토 와인의 품질을 기대하고 구입하겠지만 사실상 이것은 샤토 와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나오는 일부 고급 와인들은 이미 샤토와 클로스를 표시한 바 있다. 2006년 미국과 유럽 간의 협약에 의해 이런 레이블을 붙이고 와인을 3년간 수출했었다. 그러나 이 조치는 2009년 끝났다.
이름과 원산지 표시는 오랫동안 무역 분쟁의 원인이 돼 왔다. 그리스산 페타 치즈에서 레바논 음식인 후머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2006년 협약에서 유럽연합은 미국 내에서 샴페인과 포트라는 단어의 사용을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펭은 샤토라는 단어의 남용이 세계 속에서 프랑스 와인의 지위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만약 미국산 와인에 이를 허용할 경우 아주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다른 국가들이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을 막기가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르도 와이너리연맹은 성명을 통해 “샤토라는 단어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결국에는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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