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보다 여러 명이 함께 부를때 감동도 더해지죠
뉴욕한인합창단.권사선교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 연습으로 일주일 빠듯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아름다운 하모니 만들어내 합창단계 ‘마이더스의 손’
지난 17여년간 합창을 통하여 영혼을 위로받고 기쁜 시간을 보낸 한인들이 많다. 뉴욕권사선교합창단, TKC 소년소녀합창단, 뉴욕한인합창단의 지휘자이자 음악감독인 양재원은 노래를 좋아하는 한인 몇 명만 모이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그를 만났다.
▲노래로 축복을
“맙소사, 비발디의 글로리아를 악보 없이 노래해!”
지난 11일 퀸즈중앙장로교회에서 열린 뉴욕권사선교합창단 제11회 정기연주회 ‘영광, 할렐루야’ 에서 50명의 나이드신(?)여인들이 첫 곡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Gloria in excelsis Deo)이란 라틴 원곡을 외워서 노래하자 관객들은 깜짝 놀랐다. 바로크 시대 음악인 이 노래는 합창곡으로 유명하지만 외우는 게 보통 힘들지 않다. 물론 2부부터는 암기한 사람이나 못외운 사람이나 모두 ‘촤악’하고 악보를 펼쳤지만 이 합창단은 평균연령 65세 이상의 여성들이 매번 주옥같은 성가곡으로 깊이와 감동이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이 합창단에 청일점이 있다. 바로 10년이상 매주 화요일마다 퀸즈 일대 28~30여개 교회의 권사들에게 연습을 시키고 지휘를 하는 양재원 음악감독이다.그는 “초창기 2~3년간은 서로 조화가 되지 않아 많은 단원이 나가고 들어왔다. 안나오는 분이 있자 회장이 새벽마다 그 집앞에 가서 차를 대놓고 기도했다. 어느 날, 쓰레기를 비우러 밖에 나왔다가 그 장면을 본 그 분은 감격해서 다시 합창단에 나왔고 나중에 회장을 맡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지금은 다들 그동안 들인 공이 아까워서 못나간다고 한다.”
숱한 에피소드와 함께 성장한 뉴욕권사선교합창단은 일단 모이기만 하면 즐겁다.
“블래지어에 이번에는 뽕을 좀 넣자”, “권사님은 하얀 드레스 안에 검정 속치마를 입은 것이 다 비췄다네요” 하하호호 웃으면서 연주회 이야기를 하는 할머니 권사들 모습이 너무 재미있다고 하하 웃는 양재원 지휘자, 그는 손자손녀를 둔 할머니 단원들이 마냥 자랑스럽다.
“작년에 10년 근속표창이 10명, 올해 6명이 나올 정도로 안정되었다. 10년이상 매주 한번씩 고정적으로 만나오니 특별한 만남이 아닐 수 없다.”는 그에게 합창단을 이끄는 노하우가 있을 것같다.“아마추어는 암기가 바람직하다. 처음 곡 전체를 이해하기 쉽게 분석해주고 차이점을 설명한다. 그러면 암기가 좀더 쉬워진다. 연습을 충분히 하지않고 연주회에 서고 싶은 마음이 앞서면 안된다. 집에서 하루 20시간 테이프를 틀어놓고 외우고 연습하는 분들이 많다. 제발 좀 그것 좀 끄라고 가족들이 성화를 부리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단원들이 잘 못한다고, 짜증내거나 화내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힘들게 이민생활 하면서 어렵게,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나오는 분들인데 찬양하는 순간만은 즐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차라리 내가 힘들고 만다.” 그렇다, 양재원은 화내지 않고 짜증내지 않는 것, 그것이 오히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합창단을 나날이 수준높은 연주로 이끌어오고 있었다.
▲합창단 마이더스의 손
한국사람처럼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다. 기뻐도, 슬퍼도, 괴로워도, 감사해도 노래한다.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 모여 부르면 분위기가 더욱 살아난다. 이렇게 모인 것이 뉴욕한인합창단이다.
뉴욕 최초로 생긴 뉴욕한인합창단은 순수하게 예술 활동을 하고싶어 모인 사람들이다.“오랫동안 생각해왔다. KBS-TV의 ‘남자의 자격’으로 인해 한국도, 뉴욕도 합창붐이 생긴데다가 평소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부를 기회가 없던 사람들이 모였다. 먼저 아이덴티티 정립이 목표다. ”
2011년 2월 10일 창단 기자회견을 갖고 오디션을 거친 단원들은 가톨릭, 개신교, 불교 등 종교뿐 아니라 직업도 프랜차이즈점, 세탁소, 전화회사 자영업자와 직장인 등으로 다양한 남녀노소가 모였다.올해 6월 2일 퀸즈 칼리지 라프락 콘서트홀의 제1회 정기연주회는 한국 가곡만으로 레퍼토리를 꾸몄다. 매주 월요일 저녁 이스턴 음악학교에서 40명의 단원들이 연습을 해오고 있다.
“내년에 가질 제2회 연주회는 민요와 퓨전 국악 제3회는 세계 민요 제4회부터는 가곡, 민요, 세계 가곡 등 다국적 곡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한다. 우리 고유정서와 감정이 잘 표현된 가곡, 민요를 노래하는 최고수준 한인합창단으로서 한인사회 대표 문화사절이 되어 UN, 백악관에서 공연하기 바란다.”
양재원은 뉴욕한인합창단에 바라는 포부가 크다. 그는 또 이런 꿈을 꾼다.
“지금 혼성합창단인데 앞으로 남성중창, 여성중창, 여성합창단, 남성합창단, 어린이 합창단, 가족 합창단, 70대이상의 실버 합창단 등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자면 인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참중창단, 참핸드벨콰이어 등 그가 손만 대었다하면 하나의 합창단이 탄생되니 그는 합창단에 관한한 가히 ‘마이더스의 손’이라 할만하다. 그는 ‘창업은 쉬우나 수성은 어렵다’는 교훈도 잊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은 잘될 것이다
1955년 경남 하동 출생인 양재원은 진주초중고를 나와 연세대학에서 성악, 연세대학원에서 음악사와 지휘를 전공했다. 헝가리 뮤직 인스티튜트(Zoltan Kodaly) 여름학기를 마친 후 한국찬양신학교 교학처장을 하다가 95년 10월 미국에 왔다.
당시 뉴욕에 먼저 가 있던 음대 친구가 “함께 뉴욕에 음악교육학교를 설립하자”는 권유가 있어서다.여행가방 하나 들고 뉴욕에 온 그는 초창기 시절 “내가 이곳에서 할 게 무얼까?” 고민하다가 “한인 합창단을 만들자”는데 착안했다.
1996년 어린이 합창단 계획을 세웠고 1997년 4월 18일 아스토리아 월드매너에서 TKC-TV 어린이 합창단 창단공연을 했다. 10여년간 활발한 활동으로 지역사회 행사, 초청공연을 해오며 단원들도 성장했다. “우리가 아직도 어린인가요?” 하는 말에 어린이합창단은 ‘TKC소년소녀 합창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소년소녀 합창단 지휘자이다.
한편 1996년 10월 10일 장로성가단이 창단되며 은혜교회 지휘자인 친구 이형호가 지휘를 맡았으나 그 친구가 1년후 한국으로 가면서 양재원은 97년 3월부터 장로성가단 지휘를 맡았다. 한때 뉴욕장로성가합창단과 뉴욕권사선교합창단을 모두 맡기도 했고 뉴저지 장로성가단 지휘도 했다. 한편 오랜기간 여름학기마다 뉴저지 웨스트민스터 콰이어 컬리지에서 공부도 했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 9월11일 창단된 뉴욕권사선교합창단의 상임지휘자로 위촉된 그는 그해 10월 6일 제1회 정기연주회를 연 후 유니온 양로원, 할렘 홈레스 센터 연주 등 도움이 필요하거나 찬양이 필요한 자리에 서고 있다. “권사선교합창단 권사들은 각 교회 기도의 어머니로서 신앙생활의 모범이 되는 분들, 그래서 찬양 안에 영적인 힘이 있다, 그것이 강점이다.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어려운 가정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일을 남몰래 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양재원의 일주일은 정해져있다. 주일은 아름다운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와 연습 월요일은 뉴욕한인합창단, 화요일은 권사선교합창단 연습, 수·목·금은 학생수업과 음악 관련인들 만남, 토요일은 소년소녀 합창단 연습(현재 방학 중)으로 보낸다. 반듯한 모범생 같은 그는 부인 윤태실씨와의 사이에 약사인 아들 양호철을 두었다.
“언제나 웃으려고 한다, 항상 해피하다.” 는 양재원, 사람이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싶은데 그는 누구든 마주치면 상냥하게 인사하고 친절하게 가르치는 일이 즐겁단다. 아무리 힘들어도 “모든 것은 잘 될 것이다”는 낙천적 성격도 한 몫 한다고.
노래를 하고 듣는 동안 생활, 이민에 대한 근심이 사라지고 위로와 평안을 얻는다는 한인들이 많다.그들에게 음악을 선사하는 양재원은 어찌 보면 감사, 사랑, 축복을 전달하는 행복 전도사 같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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