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교수)
한 해가 벌써 다 가버렸다. 나이와 가는 시간의 속도가 비례한다더니, 과연 열두 달 한 세월이 나르는 화살과 같이 빠르다는 느낌이다. 섣달도 이제 중순에 접어들어 한 두 주가 지나면 끝나는데, 인터넷 이 곳 저 곳에는 12월 21일에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인가?
종말에 대한 인간들의 호기심이나 상상력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것이 바로 종말론이다. 고대 아씨리아인 (Assyrian)들은 기원전 2800년에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믿었고, 몇 해 전 부터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마야인들의 종말론은 그 의미가 확대 재생산 되어 많은 사람들을 공포와 불면증에 몰아넣고 있다고 한다. 할리우드도 한 수 거들어 ‘2012년’이라는 영화를 만들었고, ‘터미네이터’같은 영화도 이유는 다르지만 같은 종말론의 선상에서 만들어진 것 이었다.
고고학과 천체 물리학자인 반하트 박사 (Dr. Ed Barnhart)가 우리 대학을 방문했다. 오래전부터 지면이 있는 분이라 필자의 사무실에 초대해서 같이 차를 나누며 마야인들의 종말론에 대해 흥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야 종말론은 마야인들의 시간개념을 잘 못 이해한 탓에 생겨난 혼란이라는 것이었다.
마야인들의 시간은 화살이 한 지점에서 날아 다른 한 지점에 끝나는 선형 (Linear)의 개념이 아니라 순환 (Cyclic)의 개념으로 이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마야인들의 캘린더(The Grand Odometer)는 이제가지 발견된 모든 고고학상의 캘린더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고, 시간의 한 순환 주기가 대단히 크고 길다고 한다. 한 순환 주기가 시작되어1,872,000날 (5,125.37년)이 지나면 다시 ‘0’으로 돌아가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 주기의 끝이 바로 2012년 12월 21일이요 이 날자는 실제로 원형의 암석위에 새겨진 마야 캘린더에 나타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마야인들은 그 날을 단지 한 긴 순환주기가 끝나는 날로 보았고 따라서 새로운 순환 주기가 시작되는 날로 이해했다는 설명이었다. 세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마야인들의 캘린더 자체가 둥근 돌 위에 여러 겹의 원으로 구성된 것이 바로 그 순환을 의미한다는 설명이었다.
한 해가 끝나는 이때가 되면 송구영신 (送舊迎新) 행사가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12달이라는 한 순환주기가 끝나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는 새 주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새해를 맞는 의미가 새로운 것이야 새로울 것이 없지만, 동창회, 한인회, 직장에서 여는 파티며 클럽회원들이 모여서 밤새 먹고 마시는 것들이 과연 새로운 시간에 들어서는 바른 자세인지 한 번 새겨볼 일이다. 조용히 물러앉아 우리에게 허락된 제한된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차라리 새해를 맞는 보다 나은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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