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몽은 (정신과 의사)
즐거운 성탄과 희망찬 새해를 맞아 파티와 모임으로 흥청되는 시씨즌에 왠지 외로운 나날을 지내고 있을 분들이 생각난다.나는 10여 년 전 은퇴를 하고 잠시 노인 상담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힘들게 사는 노인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종일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하루를 지루하게 보내는 분, 종일 목적 없이 나돌아 다니다가 저녁이 되어서 집으로 들어가는 좀 기력이 있는 분, 장성한 딸하고 살면서 그 딸이 결혼을 해서 떠나면 자기는 홀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면서 걱정이 태산인 분...
하루는 할아버지 한분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왔다. 그 할아버지는 몹시 지친 모습이었다. 눈은 움퍽 파였고, 입은 옷은 자기 사이즈보다 훨씬 커서 헐렁헐렁했다. 나는 그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분이 할머니 때문에 얼마나 힘들게 사시는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할머니는 집안 식구들도 잘 못 알아보셨고, 누가 말을 하면 동문서답이다. 내가 할아버지께 할머니를 양로원 같은 데로 모시면 어떨까요?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 말씀이 “사실은 아이들도 아버지가 너무 힘들다고 어머니를 양로원에 모시자고 하는데 그래도 저 사람이 방안에 있는 것이 나를 덜 외롭게 해요” 하신다. 자기가 힘은 들지만, 그래도 할머니가 방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냄새를 풍기고, 할머니와 무슨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할머니를 향해 이런저런 말도 하는데 그마나 저 사람이 없으면 누구하고 말을 하겠냐고 하신다.
나는 할아버지의 그 말씀에 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짐을 느끼면서 혼자서 산다는 것이 그토록 두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 틈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혼자서 좀 조용히 살아보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아직 이런 외로움에 닥쳐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이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이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그 외로움이 얼마나 큰 아픔이고, 두려운 일일지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주위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외로움을 이겨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예전에 나와 함께 일을 하던 간호사는 독신인데 맨하탄 북쪽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는 휴일이면 맨하탄 매디슨 애비뉴를 30블럭 걸어서 내려가서 도넛 집에 들어가 커피한잔에 도넛 한개 먹고 이번에는 5번가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노는 날 집에 혼자 있고 싶지도 않고, 또 그렇게 걸으면서 운동도 하고 거리 구경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녀는 혼자서 살지만, 나름대로 외롭지 않게 살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다.
홀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책도 있다는데 그야말로 책을 통해 공부를 해서라도 그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으면 외로움은 우울증으로 빠지게 되고, 그리고 막상 우울증에 빠지면 외로움에서 벗어날 기력조차 없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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