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학도 휴일도 없이 한인 이민사 연구에 올인
▶ 논문 100편 이상. 책 출간 5권, 1년에 강연회만 6~7번 동분서주
<사진 천지훈 기자>
미국의 역사는 이민의 역사이고 한인이민사도 그 안에 톡톡히 한 몫한다. 미주한인이민사 연구에 독보적인 존재인 퀸즈칼리지 민병갑교수,그는 오늘도 하나라도 더 기록을 남기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퀸즈 칼리지 사회학과 민병갑 교수는 아침에 눈뜨면 일단 학교부터 간다.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오후 6시까지 연구실에 머물며 책을 보고 글을 쓰고 매일 2~3명의 학생을 데리고 연구활동을 한다. 그에겐 휴일이 없다. 석달간의 여름방학도 없다. 그는 일요일에도 학교에 간다.
일반교수는 1학기 3과목을 강의하지만 석좌교수인 그는 1학기에 1과목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연구실에 틀어박혀 재외한인연구소 일을 한다. 그동안 그가 써온 논문은 100편이상, 편집한 책이 3권, 출간한 책이 5권이다.영어로 출간된 5권 중 뉴욕뉴스데이, LA타임스, 빌리지보이스 등에 대서특필되어 관심을 모은 것은 1996년 뉴욕과 LA 커뮤니티의 한인 비즈니스를 비교분석한 책이다.(‘Caught in the Middle’-’korean Communitis in N.Y and L.A.) 2008년에는 뉴욕시티 한인청과상 실태를 조사한 책(‘Ethnic Solidarity for Economic Survival’)으로 또 화제를 모았다.
2010년에는 한국개신교와 인도 힌두교, 두 종교를 통해 비교분석한 책(‘Preserving Ethnicity Through Religion in America’)을 출간했다.“한인과 외국인 개신교 연구에 대한 논문은 6~7개 있는데 반해 한인 가톨릭은 전혀 연구가 안되고 있다. 올 1월부터는 한인성당을 중심으로 가톨릭 발전사를 조사하려 한다.”
▲이민자로 살며 이민자 연구 시작
민병갑은 1942년 충남 보령군에서 출생, 농사짓는 부모 밑에 7남매가 태어났으나 다들 어려서 죽고 유일하게 살아남았으나 어머니도 그가 어린 시절 사망했다.
15살에 서울로 올라와 고등학생때부터 대학생이 되어서도 늘 과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코리아 헤럴드에서 6개월간 견습기자를 하면서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1972년 미국으로 온 그는 애틀란타 흑인지역에서 빌딩청소로 생활비를 벌었다.
1975년 조지아 스테이트 유니버시티에서 사학 석사학위를 1979년 조지아 스테이트 대학원에서 교육철학 박사를 했다. 그는 이때 “이민온 한인으로서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를 연구하자, 나와 관계된 것을 해보자”고 결심, 83년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사회학 교수 자리 하나를 놓고 200명이 신청하던 때라 ‘실력은 좋은데 박사학위를 신설한 그 학교 이름 갖고는 취직 못해, 그랜트를 받으면 가능하다’는 주위의 말에 86년 내셔널 사이언스 파운데이션 그랜트를 신청, LA한인타운을 본격 연구한 것이 한인이민사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 결과 87년 사회학 분야 우수대학인 퀸즈칼리지에 취업되면서 뉴욕으로 오게 되었다.
“45세에야 정식 직장을 가졌다”는 민병갑은 미국 온 지 1년 후 가게를 열고 밤낮으로 고생하는 전 부인을 옆에서 보면서 한인잡화상에 대한 논문을 썼다. 모든 것이 생활에서 우러나온 연구였던 셈이다.
▲미국 최초로 연 재외한인사회연구소
지난 2009년 가을부터 준비하여 2010년 2월19일 미국 최초로 재외한인사회를 연구하는 ‘재외한인사회연구소’가 퀸즈칼리지에서 공식출범했다. ‘첫째 한인에 관한 연구를 장려하고 한인에 관한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기 둘째 데이터 뱅크(Korean American Data Bank)에서 한인인구 성격, 인구 크기 등 이민 데이터 분석하기 셋째 신학·사회학·인류학·교육 등 한인에 대한 박사학위논문과 재외한인학회와 MOU 체결된 곳의 한인 연구논문 등을 발표하고 출판하기. 각 커뮤니티 방문 스케치’
위와같은 일을 하는 연구소는 학생 4~5명이 파트타임으로 통계 분석을 하고 글은 민교수가 직접 쓴다. 퀸즈칼리지 미술사·사회학 석사인 부인 김영옥씨도 연구원으로 무료봉사하고 있다.
3개월 간격으로 연구조사를 발표하며 1년에 6~7번 강연회를 열고 국제 컨퍼런스에 강사를 초청한다. 비지팅 스칼라십으로 퀸즈칼리지에 온 연변과 일본 학자들 연구도 도와준다. 또 퀸즈칼리지 재외한인사회연구소는 중앙대 2곳, 건국대 2곳, 외국어대 1곳, 전남대 1곳, 재외한인학회 1곳 등 7군데와 MOU체결도 했다.
“올해에는 데이터 뱅크를 더욱 확장시켜 디렉토리에 이메일 주소를 모두 넣으려 한다. 미국 정치인과 한국 정치인 에세이도 20명 게재하고 실제적인 정보를 주고받을 것이다.”
재외한인사회연구소의 프로그램은 이처럼 다양하고 방대하다. 문제는 올해부터 기금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동포사회의 성장과 분포에 대해 연구조사하는 취지에 공감한 독지가가 첫해에 20만달러를 기부했고 그후 매년 5만달러씩 후원되었지만 작년으로 약속된 3년이 끝났다.
한국 재외동포재단 기금과 기타 그랜트를 받지만 1년에 필요한 경비 8만~10만달러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2011년 발족된 재외한인사회연구재단은 재외한인사회연구소창립 3주년 기금모금 자리를 만들어 돕기도 했다. “2009년부터 한인사 연구 박사논문 장학금이 시작되어 1인당 3,000달러씩 3명을 선정해왔다. 시작해놓고 스톱하면 안된다. 후원자 이름을 내세운 장학금이 계속 되기 바란다.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한인사회 변화상
민병갑 교수는 재미한인사회의 발전사나 재미한인의 사례분석 등 미주한인에 대한 포럼에 늘 초청된다. 미국내뿐만 아니라 1년에 2~3번 한국 초청강연을 하는 사회학자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2012년 8월에는 미국사회학협회(ASA)가 수여하는 ‘평생공로상’(Distinguished Career Award)’을 아시안으로 유일하게 수상했고 2010년에 발표한 미주한인사회 기독교 문화와 한인 정체성 확립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저서(2010년 재외한인학회 올해의 최우수도서)로 우수상도 받았다. 미국내 출판사마다 그의 원고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 석좌교수가 되면서 강의도 줄어들고 내 연구만 하고 있으면 편하다. 그래도 이 일을 해야한다. 나이를 먹고 보니 나 죽은 다음에 몇 사람이나 읽을까 싶지만 장기적으로 한인사회가 발전하려면 한인이민사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0여년간 한인이민사회를 연구해온 민병갑은 한인사회의 변화상을 말한다.
“1980년대는 청과상과 도매상을 중심으로 뉴욕 한인이민사의 격동기였다. 1990년대에 자영업자가 가장 높았고 현재는 자영업자가 줄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 지상사, 방문비자 등 임시체류가 많아졌고 한국과 가까워졌고 미국과 동화되고 있다. 이민역사가 길어지면서 2세들과 조기유학후 미국사회에서 일하는 유학생출신 등 한국과 미국의 양 문화를 누리는 한인이 많아졌다. 한인소매상이 줄어든 것은 대형 수퍼마켓이 늘어난 때문이며 네일샵, 드라이크리너 등 서비스업종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민사회학 연구가 100개 이상 있지만 문화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앞으로 한인들이 우리 문화를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중요하다. 언어와 민속문화, 2세뿌리교육 챕터, 음식, 한국미술, 퍼포먼스, 한국드라마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것이다.”
이렇게 늘 다양한 연구꺼리를 떠올리는 민병갑은 “한인 및 중국인, 인도 등 아시안 커뮤니티가 형성된 플러싱에 살면서 연구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데 운동을 좋아하는 그는 테니스를 치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민병갑은 오늘도 변함없이 묵묵히 연구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한인이민사 연구를 이어받을 우수 인력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한인이민자가 살아온 흔적을, 미주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명감 깊은 일이기 때문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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