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블러버드에 자리 잡은 하몬 타워(가운데 청색 빌딩). 49층으로 지어질 예정이었던 이 타워는 2008년 건축 상의 결함이 발견되면서 26층에서 건축이 중단되었다. 건물 소유주와 시공사 사이에 법정소송이 전개되면서 타워는 앞으로 계속 지어질 것인지 해체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호텔을 아무리 지어도 지어만 놓으면 관광객이 몰려들어 객실을 채우는 곳이 라스베가스였다. 경기의 오름내림에 따라 미 전국이 웃고 울어도 라스베가스만은 끄떡없다는 것이 몇 년 전까지의 통념이었다. 그런데 장기적 불경기에 장사 없다는 사실이 요즘 확인되고 있다. 라스베가스가 휘청거리고 있다. 49층으로 야심차게 치솟을 계획이었던 하몬 타워가 26층에서 건축이 중단된 지 4년이다. 건축 상 결함이 발견되면서 법정 소송이 걸린 채 계속 지을 수도 허물 수도 없는 거대한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야심찬 프로젝트 애물단지로 전락
‘49층 하몬 타워’ 절반 짓다 공사 중단
라스베가스 스트립 한 가운데 시티센터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이었다. 총 1,700만평방피트의 대지에 85억 달러를 투자해 호텔, 카지노, 최고급 매장, 호화 콘도 등 7개 빌딩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끌던 것이 하몬 타워였다. 흥청거리며 돈을 펑펑 쓸 신세대를 겨냥한 호화호텔이었다. 시티 센터 입구에 자리잡은 이 타워가 요즘 흉물처럼 버려졌다. 처음 49층으로 계획되었던 하몬 타워는 지난 2008년 클락 카운티 건축담당 조사관들이 건축 상의 결함을 발견한 후 26층에서 딱 멈췄다.
이어 MGM 등 건물 소유기업과 건축 시공사 간에 싸움이 붙고 법정소송이 걸리면서 하몬 타워는 지어야 하나 부셔버려야 하나 하는 기로에 서있다. 재판은 올해 시작될 예정이다.
라스베가스 블러버드의 노른자위에 자리 잡고 있는 하몬 타워는 라스베가스에 팽배했던 과신과 과도한 건축의 상징이 되고 있다. 건축 붐이 일고 수익이 쏟아져 들어오던 10년 전의 호경기가 계속 될 것으로 과신한 나머지 더 많이 건축하고 더 확장하던 지난 시절의 상징이다. 당시만 해도 호텔 방과 갬블 테이블이 이렇게 많이 남아 돌 날이 오리라고, 불경기가 너무 심해서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을 날이 오리라고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라스베가스 블러버드를 굽어보며 높이 서 있는 푸른 색 하몬 타워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일 그 옆을 지나가는 수천의 관광객들은 그 건물을 의식도 하지 않는다. 2억7,500만달러가 들어간 이 타워의 용도는 아마도 미 전국에서 가장 비싼 빌보드 역할을 하는 것일 것이다. 최근 이 빌딩 북쪽 면에는 거대한 ‘자르카나’ 포스터가 건물벽면 절반을 차지하며 걸려 있었다. 시르크 드 솔레유가 시티센터 내 호텔인 아리아에서 하는 공연 안내이다.
“죽은 공간이 있으니 뭔가에 써야 하지 않겠나”하는 것이라고 라스베가스가 속한 클락 카운티의 커미셔너인 크리스 지언치글리아니는 말한다.
“스트립 전체가 과도하게 지어졌어요. 객실을 너무 많이 지었지요. 모든 걸 너무 많이 지었어요.”
건축 상 결함으로 인해 하몬 타워가 완전히 해체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 이는 핵심 소유주 중 하나인 MGM 리조트 인터네셔널로 볼 때 선물이 될 수가 있다. 호텔을 새로 개장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경제적 침체기에 호텔을 열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많은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2년 전 하몬과 비슷한 부류의 고객을 겨냥한 코스모폴리탄 호텔이 바로 길 건너에 문을 열고 항상 벅적벅적한 이후로는 특히 더 상황이 그렇다.
라스베가스 컨벤션과 방문객 담당국을 대표하는 네바다 광고회사의 빌리 바실리아디스 사장은 하몬 타워가 해체된다면 MGM 리조트 인터네셔널은 판을 다시 짤 좋은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단히 훌륭한 공간이고, 알짜배기 부동산입니다. 타워를 다시 지을 수도 있고 다른 건축물을 지을 수도 있겠지요.”
법정 싸움이 계속 되는 가운데 MGM은 시공사인 튜터 페리니 건축회사가 건축을 잘못 한 탓이라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과 아울러 건물 해체 비용, 4억달러를 물어내게 만들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MGM의 공공문제 담당 선임 부사장인 알랜 펠드만은 “그 건물은 사용불가하다”고 말한다.
“카운티 측 말이 이대로는 건물에 사람들을 들일 수가 없다고 한다. 교정방안을 제시하라고 해서 제출했는데 그건 건물을 무너트리는 것이다.”
페리니 측은 건축 상의 결함이 시공사 잘못이 아니라 설계사 잘못이라며 건물을 해체시키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한 방안이 있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하몬의 문제는 빌딩 조사관들이 발견했다. 이들은 빌딩의 콘크리트를 구조적으로 지지할 철제 기둥이 부정확하게 놓여 졌거나 빠져있어서 건물이 자체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했다. 엔지니어들은 지진 등 재해가 닥칠 경우 하몬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스베가스 소재 네바다 대학 경제학과의 윌리엄 로빈슨 교수는 MGM이 그 호텔을 다시 지으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시티 센터가 재정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데다 센터 내 다른 호텔들도 객실을 채우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법정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MGM은 하몬 타워의 꼭대기 층들에 자리 잡을 예정이었던 200개 콘도 건축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었다.
MGM은 프로젝트 전체를 축소하고 싶어 했다고 로빈슨 교수는 말한다. 음모론을 적용해 보자면 MGM은 그 프로젝트에서 발을 뺄 방법을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실리아디스 사장 역시 MGM이 하몬을 해체하는 데 성공한다하더라도 거기에 호텔을 또 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라스베가스에는 ‘건물만 지어라 관광객이 올 것이다’라는 사고방식이 팽배했어요. 그리고 정말로 관광객이 왔지요. 5,000개 객실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나는 매번 겁이 나곤 했지만 정말이지 그 객실들이 충분히 채워지고도 남았었어요.”
그런데 지난 4~5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라스베가스 역시 미국의 경제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것이다. “항상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로 타격을 입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는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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