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정종료시 한국 원전가동.해외수출 차질
▶ CRS, 내년 3월 종료...공백 안 생기려면 올봄 연방의회 제출해야
’2012 에너지 미래 심포지엄’이 열린 2012년 3월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참석자들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 될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 모형을 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내년 종료되는 ‘한미원자력협정’(123 협정)의 갱신에 신속한 협의를 보지 못할 경우 한국의 해외 원전수출은 물론 한국내 원전 가동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미국 연방의회조사국(CRS)이 지적했다.
CRS는 지난 달 28일 발간한 ‘세계 원자력시장에서 한미협력: 고려할 주요 정책 사안들’(World Nuclear Energy Market: Major Policy Consideration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14년 3월19일 종료되는 한·미 123 협정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양국간의 새로운 협정이 올해 봄 중 미국 연방의회에 제출 돼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전망했다. 이는 한·미 123 협정 갱신이 오는 25일 출범하는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중대 현안 중 하나임을 확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 연방의회 검토기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이 협의하는 새로운 123 협정은 연방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다.그러나 새 협정은 발효에 앞서 반드시 의회에 제출돼 90일 연속 개회 기간 중의 검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는 한·미 양국정부가 합의한 새 협정을 의회가 청문회 등 논의를 거쳐 원할 경우 발효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할 수 있도록, 또 만일 대통령이 관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의회가 이를 재가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CRS는 과거 이 같은 절차에 소모된 기간을 감안해 올해 봄을 새로운 한미 123 협정 제출 시점으로 못박았다.
CRS는 보고서에서 실제로 미국과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의 123 협정이 종료를 앞두고 새 협정에 대한 의회의 90일 연속 개회 기간 중의 검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1995년 말 종료된 사례와 그에 따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의회의 검토가 끝나고 1996년 3월 새 협정이 발효될 때까지의 공백 기간 동안 공동체 가입 대다수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원자로 관련 수출을 제재한 전례를 내세웠다.
■123 협정 공백의 영향
보고서는 “만일 한·미 협정이 종료되면 NRC는 (미국에서의) 원자로 또는 관련 주요 부품들의 한국 수출에 대한 허가를 내주는 것이 금지 되고 기존 허가도 정지 된다”며 “그 이외에도 원자로 원료용으로 처리된 우라늄과 같은 핵 물질 수출 허가를 내 줄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또 “미국 정부가 (한국에) 핵 물질을 직접 공급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한국과 미국이 실시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기술에 관한 10년 공동 연구 프로젝트와 같은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R&D) 협력도 금지 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NRC가 한국 수출을 위해 발급한 핵 관련 구체적 허가 13건 중 1건이 이미 지난 해 12월31일 종료된 상태이며 유효한 나머지 12건 중 1건이 내년 1월15일, 9건이 한·미 123 협정 종료 하루 전인 2014년 3월18일, 그리고 2건이 2014년 8월31일과 12월31일 각각 종료될 예정이다. 이는 한·미 123 협정이 없이는 NRC의 수출 허가가 금지되고 기존 허가 역시 정지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협정에 공백이 발생할 경우 한국내 원전 운용 자체가 어려움에 처하게 됨을 의미한다.
■해외 수출에도 적신호
한국전력이 주도한 컨소시엄은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상업용 원전 4개를 제공하는 200억 달러 상당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한국이 수출키로 한 한국형 원자로 설계의 권한은 일본 ‘도시바사’(Toshiba Corporation)가 대주주인 미국 피츠버그 소재 ‘웨스팅하우스 전기사’(Westinghouse Electric Company)가 갖고 있다. 따라서 ‘웨스팅하우스 전기사’가 참여하는 이 컨소시엄의 수출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실제로 CRS 보고서는 “한·미 123 협정의 공백이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규모의 현 한·미 원자력 프로젝트는 UAE 수출 건”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컨소시엄 총 계약 규모 중 20억 달러 상당을 차지하는 미국 기업들이 UAE에 관련 부품들을 직접 수출하는 것은 미국과 UAE가 체결한 123 협정에 따라 문제가 없으나 일부 관련 부품들의 경우 추가 제작을 위해 한국으로 수출된 후 UAE로 재수출돼야 하기 때문에 한·미 123 협정에 공백이 있을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에서 NRC의 구체적 허가가 요망되는 부품들의 한국 수출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 UAE 수출 프로젝트 이외에도 중국 산멘(Sanmen)과 하이양(Haiyang)에 웨스팅하우스 AP1000형 모델 원전 4개를 수출하는 한·미 원자력 프로젝트 역시 주요 부품들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3 협정 타결 전망
CRS 보고서는 “미·한 원자력 협력이 맞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123 협정의 개정이다”고 진단했다.보고서는 이어 “현재 한국과의 협정은 (타국과 체결한) 미국의 대다수 원자력 협력 협정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제공한 물질과 기술에 관련된 모든 재처리 또는 농축 활동에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새로운 123 협정에 미래에 한국의 민간용 재처리 및 농축 활동을 위한 미국의 사전 동의가 포함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일반적인 비확산 정책과 그 같은 활동이 한반도의 다른 안보 문제에 제기할 복잡한 영향을 근거로 한국의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이다”고 지적했다.
또 “새로운 123 협정에 대한 전망은 한국에서 2월25일 대통령 행정부가 교체됨으로 더욱 복잡하게 됐다”며 그 이유로는 “비록 보수당 정권이 세력을 유지하게 됐지만 이 문제에 대한 박근혜 신임 대통령의 협상 입장이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와 농축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강한 견해차 때문에 123 협정 연장 협상이 도전적일 것”이라며 “만일 양측이 모두 전격 양보하지 않을 경우 ▲기존 제한이 비교적 짧은 기간 계속 적용돼는 ‘단기적 협정’, ▲특정 조건이 충족된 이후 재처리 및 농축에 대한 사전 동의가 제공되는 ‘조건부 사전 동의’, ▲제한된 연료 처리 활동에 대한 사전 동의를 부여하는 ‘제한적 활동 사전 동의’ 등 절충 접근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한편 한국은 2011년 현재 국내 총 전력의 35%를 원전으로 생산했으며 2030년까지 비율을 59%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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