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미(용커스 거주)
이른 아침, 꽃다발 이모티컨과 함께 카카오톡으로 배달되어온 인사. ‘입춘대길!’ 싸한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2월, 오늘이 봄의 문턱에 들어서는 첫 날이구나.
안녕! 봄~~~유난히 늦게 시작된 겨울이 기승을 부리곤 있지만, 딱딱하게 언 땅 그 안에서는 어느새 푸르고 여린 싹들이 움틀 준비를 하고 있으려니.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앙상한 나목들과 군데군데 녹지 않은 눈들이 그대로 누워 있어 아직은 한겨울임을 말해준다. 날씨가 이러니 요즘은 즐기던 야외 운동은 접고 간간이 가벼운 산행과 영화관람 정도로 여가를 보내고 있다.
며칠 전 담소 끝에 건넨 친구의 한 마디에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고 있어." "1Q84"? 작가의 광팬이라 자처하던 내가 처음 들어 본 책이름이었다. 당장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미 2009년도에 쓴 책이란다. 왕성한 창작력으로 많은 작품을 발표한 작가이고 그의 책이라면 100% 섭렵했다고 믿었는데 이 최근작을 모르고 있었다니. 개인소장서적이라면 좀 빌려 읽을까 물었더니 뒤로 여러 명의 대기자가 있다네......
허참! 급한 성격에 달려간 서점에선 주문한 책이 오려면 2주가량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하는 수 없이 대여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 일을 계기로 최근 자신의 독서량을 점검해 보니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두어 달전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박범신 작가의 ‘은교’를 사서 읽었고, 지난달에는 지인으로 부터 김 훈작가의 ‘남한산성’을 빌려 읽은 것이 다였다. 각 신문에 실린 사설이나 컬럼들만 샅샅이 찾아 읽는 것을 독서의 방편으로 생각하고 지냈나? 이런...... 그동안 책 읽기에 너무 게을렀구나.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외에도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라 내 딴에는 독서량이 적지 않다고 자부해 왔는데 헤어보니 작년 한 해 동안 읽은 책이 몇 권 되지 않는다. 통신기기의 눈부신 발달로 스마트폰의 간결하고 빠른 기사들에 매료되고 익숙해진 탓도 있으려나. 아니 뭐 굳이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노안의 속도가 빨라진 이후의 생긴 결과물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들지만 한낱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부끄러운 고백이다.
책이 지식의 보고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일진대. 날이 갈수록 ‘책속에 길이 있다’던 옛 성현들의 가르침이 무색해져가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은 이미 책보다는 스마트폰 속에 모든 길이 있다고 믿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이 OECD 가입국가중 책을 가장 적게 읽는 나라라니...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사주셨던 어린이세계명작전집이 있었다. 깡촌에 가까운 시골이라 도서관 하나 변변치 않았던 초등학교 시절, 동네친구들을 죄다 불러 모아 자랑하며 50권으로 만들어진 그 책들 더미 속에서 행복해했던 시절이 아련하다.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며 접했던 수많은 문학서적들을 떠올려본다. 미지의 시대나 미답의 나라로 넘나들며 위대하고 섬세한 작가들의 이야기에 숨죽이며 다음 페이지를 넘기곤 했었다. 주인공의 고뇌가 마치 나 자신의 일인 듯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함께 고민하며 가슴 졸이고 때론 눈물로 때론 감동으로 잠 못 이루던 수많은 그 밤들이여. 그런 시간들이 내게도 분명 있었던 거다.
이제부터라도 먼지 뽀얗게 앉은 내 책꽂이의 책이라도 한 권씩 꺼내어 다시 읽어 봐야겠다. 역사소설이든 연애소설이든 무어라도 좋다. 이왕이면 영혼을 울리는 감동적인 책이라면 더 좋겠다. 이렇게 타인의 삶을 통해 ‘타산지석(他山之石)’이나 ‘반면교사(反面敎師)’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오늘따라 안 중근의사가 뤼순감옥에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이 떠오른다.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아니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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