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성 있는 활용방안 마련에 어려움… 프로축구팀과 장기리스 논의 중
소송 등 얽히면서 임대협상 난항
올 여름 대규모 록 콘서트 계획
“대단히 웃기는 상황” 비판 고조
<런던> 런던 올림픽을 주관했던 관계자들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관중석 8만석에 달하는 올림픽 스테디엄을 장차 어떻게 활용할지 방법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프로축구팀과 지금은 없어진 개경주장 소유주에게 입주를 간곡히 호소하고 있을 정도로 딱한 처지다.
최악의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축 분위기 속에 영국을 알렸던 올림픽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스테디엄 활용에 관한 어떤 확고한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탑 레벨 팀인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축구팀이 현재 경기장 사용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복잡한 절차 속에서 협상은 재정적인, 그리고 법적인 이유들로 인해 지연되고 무산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언제 최종 결과가 나올지 불투명하다.
이 축구팀이 우여곡절 끝에 나온 99년 리스 계약에 성공한다 해도 오는 2016년이나 돼야 입주가 가능한 상태이다. 당초 이 팀은 2014년부터 경기장 사용을 희망했었다. 이런 지연은 웨스트햄뿐 아니라 143억달러에 달하는 런던 올림픽 유산들의 재정적인 문제를 다루는 의회관계자들까지 실망시키고 있다.
유산(Legacy)은 런던올림픽의 캐치프레이즈였다. 조직위 관계자들은 모든 올림픽 경기장들, 특히 주 스테디엄 활용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누차 밝혔었다. 런던의회의 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존 빅스는 “문제는 너무 많은 약속들이 뒤집어져 어떤 약속을 믿어야 할지 모르게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스테디엄의 미래와 관련한 혼란은 올림픽 주최국들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아름답고 화려하게 지은 경기장들을 올림픽 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를 둘러싼 고민이다.
웨스트 햄의 샘 앨러다이스 감독은 지난 여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올림픽 경기장들을 둘러보라. 그들은 하얀 코끼리가 돼 있다. 잡초들이 자라고 있다. 올림픽 팍은 아름다운 곳이다. 그대로 방치돼서는 안 된다. 웨스트 햄 같은 명문 구단이 입주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시간을 텅 빈 채로 방치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바 있다.
많은 면에서 런던은 다른 올림픽 개최국들보다는 활용방안을 잘 준비했다. 농구장과 필드하키 구장 같은 시설은 철거됐으며 수영장 같은 곳은 새로운 공공 스포츠 센터로 탈바꿈했다. 런던 동쪽 560에이커의 황량한 땅에 세워진 올림픽 팍은 올 여름부터 단계적으로 개방된다. 그러나 재정적인 성공은 올림픽 스테디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이곳은 한 번에 수만명의 인파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은 일단 올 여름 이곳에서 록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으로 있다.
런던의회의 빅스는 “스테디엄이 관중들을 끌어 모으지 못하면 올림픽 팍의 장기적 비즈니스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들은 웨스트 햄을 가장 확실한 후보로 보고 공을 들였다. 이들은 웨스트 햄이 새로운 입주자가 될 것으로 낙관하고 개막식에 웨스트 햄의 테마 송을 집어 넣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스테디엄을 구입하려던 웨스트 햄의 계획은 레이튼 오리엔트와 토튼햄 핫스퍼 등 다른 2개 축구팀의 소송으로 차질을 빚었다. 이들 축구팀은 웨스트 햄이 훌륭한 새 스테디엄으로 옮기게 되면 자신들의 팬들을 빼앗기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송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자 웨스트 햄은 구입 계획을 접었다.
런던의회 전 의원인 디 두시는 “만약 제대로 숙고했다면 스테디엄이 7만 8,000석짜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원의원인 그는 “유일한 해결책은 움직일 수 있는 관중석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짓지를 못했다”고 덧붙였다.
전체적인 규모는 줄이고 지붕을 확장하는 등 올림픽 스테디엄을 6만석짜리로 개조하는데 드는 비용은 공식적으로 산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이 비용이 2억4,000만달러에서 3억 2,000만달러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이 비용을 담당해야 할지조차 불분명하다. 두시는“ 웨스트 햄이 움직일 수 있는 좌석을 원한다면 비용은 그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장애물은 올림픽 팍에서 머지않은 곳에 홈구장을 갖고 있는 레이튼 오리엔트 축구팀의 소유주 배리 헌이다. 이 팀은 웨스트 햄보다 두 단계나 낮은 리그에 속해 있지만 웨스트 햄을 대단히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헌은 자신의 팀이 웨스트 햄과 구장을 공유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는 웨스트 햄이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소송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헌은 “웨스트 햄이 약속대로 6만석짜리 구장으로 옮겨와 할인된 가격의 싼 입장권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우리 입장권 가격보다 싼 프리미어 리그 입장권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레이튼 오리엔트는 130년 된 구단이다. 그러나 웨스트 햄이 성공을 거두면 자기구단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헌은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이것은 마치 지역 그로서리 업소 옆에 대형 월마트가 이사 오는 격”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시설 재활용 계획이 지지부진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영국 체육회의 에드 워너 회장은 “모든 올림픽 유산의 재활용은 2년 안에 시작될 계획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4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며 “대단히 웃기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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