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미(용커스 거주)
이럭저럭 이민생활이 횟수로 25년을 넘기고 있으니 한국에서 지냈던 세월과 시간저울의 추가 얼추 균형을 이루고 있다. 좌충우돌 시작되었던 타향살이도 이제는 짐짓 맘 편히 느껴지는 걸 보면 어디가 고향이고 어디가 타향인지 분간이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나 1년여 전 둥지를 튼 이곳 웨’체스터카운티의 환경이 더더욱 그러하다.
우거진 숲과 즐비한 나무들, 그리고 곳곳에 오두마니 자리한 크고 작은 호수와 공원들, 그러나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은 다른 지역에서 살 때보다 훨씬 많은 이웃과 좋은 친구들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이다.그러다보니 예전부터 가졌던 조금은 모호한 ‘호칭’에 관한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전에 살았던 지역에선 비슷한 또래가 많아 처음엔 아이들 이름을 따 ‘ㅇㅇ엄마’로 시작하다가 곧 ‘ㅎㅎ야’ 혹은 ‘ㄹㄹ언니’로 편하게 부르며 지냈다.그런데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한인들은 나보다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15~6년이나 연배가 높은 분들이니, 보통의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정서로는 존칭의 어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교회에 가면 ㅇㅇ집사님이라든가 ㅇㅇ권사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다가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런 호칭이 서로 간에 부르기도 불리기도 조심스런 상황이 될 때도 있다.그에 반해 미국인들은 극히 소수(본인의 title인 Dr.누구로 불리기 원하는)를 제외하곤 그저 First Name으로 불러 달라고 부탁까지 하는 사람들이잖은가.
나이가 많든 적든 편안하게 자기이름으로 불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며,
하물며 이름을 기억했다가 불러주면 뛸 듯이 기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한인들은 문화적으로 무턱대고 이름을 부르는 민족이 아니다.
그러니 직분이나 친한 정도 혹은 연배에 따라 호칭을 조심스레 불러야 한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윗사람에게 ㅇㅇ씨!라고 부르는 것은 정서적인 면에서나
예의에 어긋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역 공동체에서 만남을 갖던 초기에는 연배가 높은 분들이 어려워 그저 직분으로 불렀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친분이 더해지다 보니 직분 호칭이 왠지 불편하게 여겨졌다.
나조차도 사우나나 골프클럽에서 누군가가 ㅇㅇ집사님! 하고 소리쳐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민망한 느낌이 들곤 했으니까.생각다 못해 직접 여쭈어보기도 했다.어떤 분은 그냥 이름을 불러달라고 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그냥 편한 데로 부르란다. 편한 대로(?)그래서 나는 상대방이 태클을 걸어 오지 않는 한도 내에서 무조건 ‘언니’로호칭을 통일하기로 했다. 변죽이 좋은 성격 탓이기도 하겠다.
이런 연고로 내게는 많은 언니, 오빠들이 생겨났고 말 그대로 예전부터 꿈꾸어왔던 ‘대가족의 탄생’인거다.
그 중에는 친정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언니들도 있는데, 그렇게 부르다보니 실제로 전보다 더욱 친해진 느낌이다.어쨌든 그야말로 나 편한 대로 하니 ‘사람’이 가까워진 것이다.그러나 언제든지 말씀하시라. 그 호칭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
그럼 뭐라고 불러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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