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신 목사
미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면서 꼭 기억해야 하는 날들이 있다. ‘일광 절약제’가 시작하고 끝이 나는 날들이 그 중 하나다. 가을이 되어 절약제가 끝이 날 때면 시간이 한 시간 뒤로 가게 되기 때문에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잊어버리고 절약제 시간에 맞추어 교회를 오면 한 시간 일찍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에 시작이 될 때 강조해서 알리지 않으면 꼭 한두 사람씩 한 시간 늦게 예배드리러 오는 바람에 마칠 때쯤 들어오는 것을 본다. 그래서 꼭 이 날자들은 꼭 기억해야 한다. 기억해야 하는 다른 날은 4월 15일이다. 올 4월 15일은 보스턴 마라톤 테러 때문에 모든 관심이 거기에 가 있었지만 실은 이 날은 지난 한 해 동안 벌은 소득을 보고하고 세금을 정산해야 하는 Tax Day이다. 보고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이 날을 넘기게 되면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자정까지 문을 여는 중앙 우체국에 시간이 늦지 않게 보고서를 보내려고 줄을 늘어서기도 한다.
물론 최근엔 인터넷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풍경이 많이 줄긴 했지만 말이다. 이 세금 보고일이 다가오면 필요한 서류들을 모아다가 정리해서 회계사에게 가져다주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파일링을 하기도 한다. 저자도 오랫동안 직접 계산하고 정리해서 보고해 오다가 최근에 전문 회계사에게 부탁을 해서 보고를 한다. 어쨌든 세금 보고를 하려면 서류정리가 가장 중요하다. 정확하게 얼마를 소득 했는지 지출했는지를 알아야 낼 것은 내고, 받을 것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금 보고를 하다보면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deductible이라는 부분이다. 수입에서 세금을 공제 받을 수 있는 항목들인데 기본적으로 이 액수를 제외한 금액이 세금을 적용하는 순 수입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공제항목을 제대로 찾아내는 게 실력 있는 회계사의 특기가 되고 신경 써서 공제할 것은 하면 정확한 세금보고가 가능해진다.
미국 세금국이 인정하는 여러 가지 공제항목 중 덩치가 큰 것이 물론 사업하시는 분들에게는 사업비용과 감가상각 등이다. 개인들에게 있어서는 자녀 교육비, 의료비, 집이나 학자금 대부의 이자 등일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다른 항목은 charitable giving이라고 해서 구호금과 자선 기관에 준 기부금이다. 교회나 종교 기관에 낸 헌금도 포함이 되며, 여러 재해나 재난때 도움이 되기 위해 낸 기부금도 세금을 내야 하는 수입에서 공제를 해 준다.
기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만큼 세금에 있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장려를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의 액수를 기부하고 있는 가 궁금해졌다. 2012년의 기록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는지 찾아볼 수 없었지만 2011년에 미국 전체를 통틀어 $298.3 billion이 charitable giving으로 모였다고 한다. 이중 개인이 낸 기부금은 $217.79 billion이며 이 액수는 미국 한가정당 $2,213을 낸 것이다. 종교기관에 헌금한 것만이 아니라 구제 기관과 다른 비영리기관에 낸 모든 액수이다. 잘 감이 오지 않는데 이 액수는 남아공화국의 일 년 총생산량이며 Google의 가치의 두 배가 되는 액수이다. 비율로 따지면 가정당 수입의 약 5%를 기부한 것이며 재미있는 것은 수입이 낮은 가정일수록 이 비율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넉넉한 사람만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넉넉하지 않을수록 더 많은 수입의 부분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전엔 ‘세금 제대로 내고 어떻게 장사하냐’라는 말들을 많이 했다. 어렵고 힘들게 벌고 모은 돈을 세금으로 내려니까 아깝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인 이민들이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주류가 되어가고 있고, 우리 자녀들이 미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제대로 세금내고, 어쩌면 미국 여러 민족들 중에 자랑할 만한 모습으로 남을 위해서 낼 수도 있는 성숙한 이민자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성경은 교회를 위해 1/10을 내라고 한다. 이것을 십일조라고 하는데 십일조는 교회의 운영을 위한 것이고 거기에 더하여 할 수 있는 대로 고아와 과부와 어려운 사람을 위해 드리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성경이 원하는 것은 10%이상의 기부이다.
당장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한인 사회가 최선을 다해 소외층과 어려운 이들을 위해 헌금하고 기부한다면 도울 수 있어 기분이 좋고, 성숙한 이민자로서 자랑도 되고, 세금도 공제받을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이젠 서로를 돌아보는 이민자들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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