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약중독만큼 치명적이다
▶ 음주 6~12시간 후 경련·구토·진땀 현상 12~24시간 후 환각·초조함·떨림 증세 23~48시간 후 발작·심장마비·뇌졸중 등 최악엔 목숨 잃어…응급실 가는 게 최선
거의 매일 술을 마시다 하루 이틀 거르면 금단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금단증상 가운데 알콜 진정섬망은 치사율이 15%에 달한다. 지난 2011년 알콜 금단증상을 일으켜 사망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2008년 7월 스페인 공연 모습.
지난 2011년 7월23일, 영국 출신의 여성 싱어송 라이터인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28세의 푸르른 나이에 갑작스레 사망했다. 2003년 데뷔 이후 R&B와 소울, 재즈를 혼합한 독특한 음악 스타일로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그녀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독한 술꾼으로 알콜 중독자였던 에이미가 사망하기 전 술을 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는 가족들의‘진술’에 따라 알콜 금단증상이 곧바로 용의선상에 올랐다. 당시 에이미의 사인을 둘러싼 추측성 보도가 나가자 세인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알콜 금단증후군으로 쏠렸다.
많은 사람들은 술을 끊으려는 노력이 목숨을 빼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치명적인 금단증상은 마약 중독자의 경우에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소재 베티 포트 센터의 해리 하로투니언 박사에 따르면 알콜 금단현상은 치명적인 약물중독 합병증세 가운데서도 가장 지독한 축에 속한다.
하로투니언 박사는 2년 전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돌연사는 적절한 감독을 받지 않는 알콜 중독자의 금주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꾸준히 술을 마시던 사람의 절반가량은 금주를 시도할 때 심한 금단증상을 겪게 된다. 이런 후유증이 나타나면 곧바로 의사한테 달려가는 것이 상책이다. 우물쭈물하다간 큰일을 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알콜 금단증상은 왜 이리도 위험한 것일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인간의 몸이 ‘신의 걸작품’이기 때문이다.
음주의 빈도가 잦고 정도가 심한 ‘주당’들의 몸은 알콜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인체 자동 방어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세로토닌과 에니네프린, 도파민 등 호르몬과 뇌 화학물질의 생산을 늘려 알콜의 조울 효과(depressive effect)에 맞선다.
따라서 술꾼의 몸 안에는 이 같은 화학물질과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그런데 갑작스레 술을 끊게 되면 중화시킬 대상을 잃은 뇌 화학물질과 호르몬이 엉뚱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만다. 적정 수준 이상의 호르몬과 화학물질로 인해 인체의 거의 모든 부분이 영향을 받게 된다.
많은 양의 술을 만성적으로 마시는 것은 용수철을 내리누르는 것과 흡사하다. 용수철을 힘껏 누른 뒤 갑자기 손을 떼어보라. 용수철은 눌렸던 힘을 한꺼번에 쏟아놓으며 원상태로 돌아간다.
이처럼 통제되지 않은 채 한꺼번에 풀려난 화학물질은 무리를 지어 횡포를 부리고 다니는 ‘조폭’ 같은 존재로 돌변한다.
이들이 불러오는 금단현상의 강도, 다시 말해 몸이 입는 피해의 정도는 다양한 진폭을 지닌다.
보통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뒤 불과 몇 시간 내에 심상치 않은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경미한 증상은 마지막 술잔을 비운 후 6~12시간 뒤에 찾아든다. 불면증, 경련,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 구토, 진땀과 위통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금단현상을 일으킨 환자는 환각상태를 경험하기도 한다. 헛것을 보거나 듣고 느끼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이런 증상은 보통 마지막 음주로부터 12~24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심각한 합병증으로는 탈수, 구토, 비성상적 심장박동과 알콜 진정섬망 등이 꼽힌다.
알콜 진정섬망은 대단히 위험한 증상으로 치사율이 15%에 달한다.
섬망은 혼돈(confusion)과 비슷하지만 안절부절 못하고, 잠을 안 자며 소리를 지르는 등의 심한 과다행동과 생생한 환각, 초조함과 떨림 등을 동반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완전히 넋이 나간 사람처럼 활동이 극도로 위축되는 이른바 과소 활동의 형태로 나타기도 한다.
알콜 진정섬망은 긴급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긴급 비상사태’에 해당한다. 환자가 이런 증상을 보이면 어물거리지 말고 쏜살같이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야 한다. 알콜 진정섬망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간 시체를 치워야 하는 최악의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
환자는 마치 귀신들린 사람처럼 날뛰기 때문에 머리부상을 입거나 치명적인 탈수, 심장마미, 뇌졸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구토물에 질식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처럼 심각한 금단증세는 마지막 술을 마신 뒤 23~48시간 이내에 나타난다.
진정섬망과 같은 알콜 합병증을 사람들은 술주정으로 착각하곤 한다. 평소 억수로 술을 마시던 사람이다 보니 “오늘도 꼭지가 완전히 돌았다”는 정도로 무심히 보아 넘기기 십상이다.
2004년도에 발표된 미 가정의 저널의 리뷰에 따르면 매년 병원에서 알콜 금단현상과 관련해 치료를 받고 퇴원하는 환자의 수는 22만6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병원에서 알콜 금단증세를 치료받는 환자는 전체의 10~20%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가정 주치의들은 이를 토대로 알콜 금단증세를 겪는 환자들의 실제 수를 연 200만명으로 추산했다.
금주와 관련해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킬 위험이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굴까?평소 과음을 일삼던 술꾼으로 정기적으로 자기 나름의 해독방법을 사용해온 사람들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옛말을 가벼이 들어선 안 된다.
놀랍게도 금단증상을 가장 많이 겪는 부류는 대학생들이다. 알다시피 이들은 폭음을 즐기는 그룹으로 악명이 높다. 술잔치는 놀자판 ‘파티 스쿨’ 재학생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매일 거르지 않고 두세 잔의 마티니를 마시는 학생들이 지친 간에 주말 휴식을 주려고 하루나 이틀 술을 거르다 금단 증상을 경험하곤 한다. 불안감과 조바심, 안절부절 못하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지만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콜 진정섬망과 같은 중증현상은 주로 ‘전과자’에게 자주 나타난다. 과거에 이미 금단현상을 경험했던 사람이 호되게 당할 가능성이 높다.
거의 매일 과음을 하며 수개월을 술독에 빠져 지냈거나 과거 10년간 내로라하는 술꾼을 자처해 온 사람에게도 알콜 진정섬망이라는 불청객이 찾아들곤 한다.
오랫동안 연인처럼 지내온 ‘주정’과 작별하고 싶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술은 변심한 애인에게 해코지를 하는 사나운 여인과 같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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