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몽은 (정신과 의사, 은퇴)
초등학교 2학년인 손자를 학교에서 픽업해서 차에 태워 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아이가 조용하다. 백미러로 보니 무엇을 골몰히 생각하는 모습이다. 집에 들어와 나는 아이의 책가방을 부엌 식탁에 놓는다. 숙제를 하라고. 그런데 아이는 식탁에 와 앉지 않고 다급하게 “할머니, 나 컴퓨터 조금만 보고 숙제하면 안 될까?” “프리즈 할머니” 하면서 애원을 한다. 아이가 그렇게 사정을 하는데 노 할 용기가 나질 않아 그래 조금만. 하고 허락을 한다.
한 5~6분후에 아이가 부엌 식탁에 와 앉으면서 말한다. “할머니, 다음 주 숙제는 상어에 대해서 발표하는 것인데 컴퓨터에서 상어를 찾아보았더니 자료가 많아, 이제 도서관에 안가도 할 수 있어”하면서 안심된다는 표정이다. 아이가 집에 오면서 ‘어서 집에 가서 컴퓨터에서 상어를 찾아보아야지’하는 생각을 했었나 보다.
아이가 숙제를 한 30~40분 하더니 할머니 나 숙제 다 했는데 이제 컴퓨터 좀 사용해도 되지? 하고 묻는다. 그리고는 내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뛰어 가 컴퓨터 앞에 않는다. 아이의 숙제를 살펴보니 우선 글씨가 엉망이다. 마치 도망가면서 쓴 글씨처럼 갈겨 써 놓았고, 마침표도 찍지 않았고, 대문자로 써야 되는 단어에 소문자로 써놓고......숙제를 하면서도 마음은 온통 컴퓨터에 가있었음이 틀림없다.
아이는 온 몸과 마음이 컴퓨터에 흠뻑 빠진 듯 옆에 가서 불러도 대답이 없다.
나는 ‘이렇게 컴퓨터에 열중하는 아이를 불러내서 숙제를 다시 하라고 하면 얼마나 화가 날까? 내가 그냥 고쳐주고 말까?’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그러면 자기 잘못을 모르게 되지 하면서 아이를 다시 크게 부른다. ‘나와서 숙제한 것 한번 살펴봐’ 하자 아이가 의자에서 일어서는데 몸이 무겁게 보인다. 그리고 뿌루퉁한 얼굴로 나와 노트를 들여다보더니 금방 틀린 것을 고치고 마침표를 찍고는 쫓기듯이 급하게 다시 컴퓨터 앞에 가 앉는다.
나는 그렇게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가 앉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와 컴퓨터를 생각해 본다. 하긴 우리 집 뿐만 아니라 다른 집 아이들도 컴퓨터 게임 하느라고 밖에 나가 놀지도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마치 본능처럼 말도 잘 못하고, 더더구나 글도 읽을 줄 모르면서 컴퓨터는 사용할 줄 안다. 지난 할아버지 생신에 아이 엄마가 새로 나온 아이 패드를 선물했다. 할아버지는 사용할 줄 모른다고 한쪽으로 밀어놓았는데 아이는 틈만 나면 그 아이 패드를 드려다 보느라고 정신이 없다. 나는 그러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컴퓨터 중독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한다.
그렇다고 요즘 같은 컴퓨터 시대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도 없고, 숙제도 컴퓨터를 사용해서 하는데...... 컴퓨터 게임을 모르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도 아이가 컴퓨터를 좀 조절하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무슨 대책을 세워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무슨 취미가 생기면 컴퓨터에서 좀 멀어 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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