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거장 발자취 짙게 깔린 평화롭고 한적한 장소
그리니치 빌리지 중심으로 수많은 문학가들의 집필처로 유명
NYU.뉴스쿨 등 유명대학 자리...옹골찬 지적 분위기 느낄 수 있어
■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이별을 마주하다
그동안 뉴욕은 수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해왔다. 이곳에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그 수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 같은 예술의 거점이 실은 예술가들의 변변한 개인 기념관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는 점에 도리어 놀라게 된다. 잦은 지역 재개발에 따라 예술가들의 거주지가 잦은 이동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 장소에 몇 십 년씩 거주하며 명작을 남길 수 있는 환경이 애당초 이뤄지기 어려운 조건이었던 셈. 하지만 ‘예술가들의 상주에 비교적 인색하던’ 뉴욕에서도 유독 워싱턴스퀘어(Washington Square)만큼은 예외로 꼽힌다. 그리니치빌리지의 중심이 되는 이 광장은 수많은 예술가, 그 중에서도 문학 거장들의 발자취를 짙게 남기고 있다.
시 정부가 관리, 운영하는 공공 공원 1,900개 중에서도 워싱턴스퀘어와 그 일대의 공원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미드타운의 센트럴 팍과 함께 수많은 영화 촬영지로 사랑 받은데 더해, 학생과 예술가들의 열정이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움을 분출하는 빌리지의 정신처럼, 또 뉴욕대, 뉴스쿨, 쿠퍼유니언 등을 중심으로 한 학구적 분위기처럼 일대의 옹골찬 지적 분위기는 일대를 빼곡히 채운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이곳은 공동묘지와 처형장으로 이용되었다. 약 30년간 지역 내 그늘로 방치되던 일대는 ‘절도죄 지은 소녀를 잔인하게 처형하며’ 그 생을 다한다. 이후 1827년 시영공원으로 지정되며 비로소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각종 퍼레이드와 이벤트가 열리는데 더해, 1889년 조지 워싱턴의 대통령 취임 100주년을 기념해 지은 아치는 새로운 발전상을 그렸다. 건축가 스탠포드 화이트가 대리석과 콘크리트를 이용해 완성시킨 이 아치는, 2004년 말 270만 달러를 들이는 대대적인 보수 작업 후 현재에 이른다.
■ 문학과 휴식을 맛보는 우수의 공간
녹지가 조성되고 중앙에 분수가 자리한 스퀘어 일대는, 사실 문학을 빼고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 19세기 후반 미국 소설계의 거장으로 꼽힌 헨리 제임스를 비롯해 마크 트웨인, 에드가 앨런 포 등이 주변에 거주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이 중 제임스의 경우 1843년 워싱턴 플레이스 21번지에서 태어난 이래 인근에 살며 수많은 대표작을 집필했다. 특히 1880년 소설 ‘워싱턴스퀘어(Washington Square)’를 완성시킨 그는, 일대를 ‘뉴욕에서 가장 평화롭고 한적한 장소’로 묘사하고 있다. 지역 토박이로서 미드타운의 낭비 문화에서 볼 수 없는 우수의 매력을 끄집어낸 것이다.
■ 영화 ‘헤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배경
만남.헤어짐.사랑.이별의 거점 상징
빌리 크리스탈, 맥 라이언 주연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에는 극 초반 워싱턴스퀘어의 아치 앞 전경이 그려진다. 시카고에서 함께 뉴욕으로 건너온 남녀가 이 앞에서 헤어진 뒤, 긴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재회한다. 만남과 헤어짐, 사랑과 이별의 거점으로서 이곳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현재 이 공원에는 중앙 분수를 중심으로 휴식을 취하는 이들과 인근 뉴욕대 학생들, 그리고 거리 공연을 펼치는 아티스트들이 두루 자리하고 있다. 2007년 공개된 영화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의 거리 공연이 펼쳐지던 그 무대를 기억하는가. 극 중에는 발레 하는 사람도,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도 엿보인다. 그런 여유 넘치는 한가로움이 맥맥이 살아 숨 쉬는 것이 이 공원이 가진 진짜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수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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