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 좋아지더라...”자칫 치명적 의료사고
퀸즈 플러싱에 거주하는 한인 A모(53)씨는 고된 노동으로 피로가 쌓였다고 생각하면 평소 알고 지내는 B모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포도당 링거(IV) 투약’을 부탁한다. 전에는 가끔 한인이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 150달러를 내고 투약을 받았고, 이후엔 중국계 병원을 찾아 절반 가격인 75달러에 링거 주사를 맞았지만, B 간호사가 3분의 1가격에 직접 투약을 해줄 수 있다는 말에 이젠 집에서 바늘을 꼽는다. A씨는 “물론 불법인 건 알지만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에 종종 링거를 맞게 된다”며 “아직까진 큰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을 하는 또 다른 한인 C씨는 직접 한인 약국을 찾아 수액제를 구입하는 케이스. 이 같은 구매행위는 분명 불법이지만, 단골 약국에선 쉽게 팩에 담긴 포도당 수액을 내준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 한때 한국에서 간호조무사로 활동했던 아내의 도움으로 투약을 한 뒤 한 숨 푹 자고 일어나 일터로 나간다.
이처럼 피로 회복을 목적으로 포도당 링거 주사가 일부 한인들 사이에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무분별한 투약 행위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한인여성 J모(66)씨가 플러싱의 중국계 병원에서 링거 투약 중 쓰러진 뒤 응급실로 옮겨져 이후 팔과 다리를 절단<본보 8월20일자 A3면 보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법 링거 투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뉴욕주 의료법에 따르면 개인 가정집을 포함한 의료시설이 아닌 곳에서의 링거 투약 행위는 물론 의료전문인이 아닌 일반인의 수액 투약은 금지된다. 이와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약국의 포도당 수액 취급 역시 엄격히 규제돼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의사의 판단에 따라서 링거 처방을 한다고 해도 치료목적이 아닌, 단순한 피로회복 차원이라면 윤리적 논란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게 의료 전문인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내과전문의 정연희 박사는 “포도당 링거를 맞는다고 피로가 회복되진 않음에도 많은 한인들이 이를 맹신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전문의가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확인한 후 링거 투약을 하지 않으면 의료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며 “당뇨가 있거나 오랜 흡연으로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 경우, 또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링거 투약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의 역시 “아무 이유 없이 링거를 놔 달라고 찾아오는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면서 “정맥 주사는 결코 쉽게 봐선 안 될 의료행위다. 비전문가는 잘못된 바늘 관리 등으로 각종 감염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포인트 약국의 서정식 약사는 “흔히 링거라고 불리는 수액제는 병원에 납품되는 약품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반드시 병원에서 의사의 진단을 받은 후 투약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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