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선시대 말기, 독일인 뮐렌 도르프는 서양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조선의 공식 벼슬자리에 올랐다.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을 착용해야 했던 그가 외교고문으로서 고종왕을 방문할 때 “어른 앞에서 안경을 쓰고 나타나는 것은 불손하다”는 조선 문화의 법도를 알아채고 안경을 벗고 절을 세 번하는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것을 흐뭇하게 여긴 고종은 나중에 그를 참판으로 임명했다. 한편 같은 고종왕 시절, 일본의 사절 오이시 전권 공사는 관습을 무시하고 안경을 착용한 채로 왕을 알현하여 조선이 일본에게 공식 항의를 한 적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서 지켜야 할 법도나 관습은 여전히 존재하고, 때와 장소를 어떻게 가리느냐에 따라 득과 해를 보게 된다. 특히 대학입시나 취업 인터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인터뷰는 지원서류나 이력서에 나타나지 않은 항목들 즉, 지원자의 태도ㆍ교양ㆍ문화 수준을 점검하는 기회다. 품격검사를 거치는 그런 관문에서 인터뷰 담당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약속시간에 늦게 나타나거나, 청바지 차림으로, 껌을 씹으며,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며 등장하는 것은 퇴짜를 맞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뷰에서 한인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은 한국과 미국의 미묘한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한 예로 한국정서로는 어른의 눈을 똑바로 오랫동안 쳐다보는 것은 실례다. 그렇지만 미국 문화에서는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에 관심이 없거나 정직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한다. 대화 도중 상대방의 어깨나 팔을 간간히 치거나, 웃을 때 손으로 입을 가리는 것을 보고 미국인들은 의아해하지만 한국문화는 그것에 관대하다. 또한 대답할 때 실수 했다 해서 머리를 긁적거리거나 혀를 내미는 행동에 한국인과 미국인은 각각 다르게 반응한다.
문화의 차이 때문에 다르게 해석하는 바디 랭귀지 다음으로 오해를 사는 것은 말하는 방법에 있다.
“오늘 점심 뭐 먹었니?”
학생 A: 햄버거 먹었습니다. 학생 B: 친구 두 명이랑 벨뷰 몰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빅맥밀과 시저 샐러드를 먹고 후식으로 레드망고에 가서 딸기 요구르트를 먹었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말하는 두 학생이 대학 입시 혹은 취업 인터뷰를 했다면 누가 신뢰도가 높을까. 대충 말하는 학생 아니면 자세히 표현하는 학생일까.
모든 인터뷰는 대답자가 질문자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설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각을 빌리자면 “무엇을 말하려고 하나, 감동적인가, 말하는 당신을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세가지 요소다. 그 가운데에서도 말하는 내용(Logos)이 20%, 말하는 사람의 감성(pathos)과 신뢰도(ethos)가 80% 비율로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차지한다.
말의 내용이야 단 기일 내에 준비할 수 있다지만 말하는 사람의 감성과 신뢰도가 하루 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5,000년 동안 내려온 전통 즉, 농경사회 마을에서 형성된 한국인의 정서는 자세한 표현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 개있는 것까지 아는 환경에서 서로 만나 무슨 자세한 이야기가 필요했을까. 그러나 그리스에서 시작된 서양 문화는 다르다. 유목민 생활을 하며 초장을 바꿀 때마다 서로를 소개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미국 대륙에 도착한 초기 이민족은 자세한 대화를 필요로 했고 그 대화를 통해 서로의 신뢰를 쌓아갔다.
학생 B처럼 자세히 표현하는 평소 습관이 설득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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