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정보 유출사고들 터지면서 카드 불안심리 확산
▶ 현금 사용하면 안전하고 씀씀이 줄이는 효과, ATM 가는 번거로움과 강도당할 위험이 단점
타깃 등 백화점에서 고객들의 크레딧/데빗 카드 정보유출 사건들이 터지면서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가능한 한 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으로 물건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컵케익 대신 당근을 간식으로 먹겠다고 다짐하듯이 카드 대신 현금만 쓰겠다고 다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타겟 등 대형 소매점들에서 크레딧 카드와 데빗 카드 정보 불법유출 사건들이 터지면서 불안해진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직장 휴게실에서 앞으로는 크레딧 카드를 쓰지 말아야겠다는 맹세들을 하고 있다.
미술공예 재료 체인점인 마이클스의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로레인 맥컬로라는 여성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건 정말 미칠 일이다. 처음에는 타겟 카드가 도용되더니 이제는 또 이거란 말인가.”
지난주 마이클스가 고객정보 유출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히자 이 여성이 보인 반응이다. 그는 “이제부터 현금만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반응은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쏟아져 들어왔다.
“현금! 제일 간단해.”
“나도 이제부터는 현금만 가지고 다닐 생각이다. 옛날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맞다. 솔직히 현금이 최선의 방법이다.”
연방상원이 타겟 고객 정보유출 사건과 소비자 정보 안전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AP와 GfK 공공문제 및 기업 커뮤니케이션스라는 단체가 공동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최근 정보도난 사건으로 인해 물건을 사면서 크레딧 카드나 데빗 카드 대신 가능한 한 현금을 쓰려고 마음먹은 미국인들이 37%에 달한다. 최근의 고객정보 도난 사건 이후 개인 크레딧 보고를 점검한 사람들도 비슷한 숫자이다. 한편 29%는 패스워드를 바꾸거나 새 카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코카콜라 한 병을 사면서도 플래스틱 카드를 쓰는 편리함에 익숙해진 미국인들로서는 현금을 쓰겠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낯선 변화이다. 아무 생각 없이 카드를 긁곤 하다 보니 웬만해서는 영수증도 챙기지 않는 소비자들이 부지기수다.
과거 카드는 금액이 큰 상품을 살 때만 주로 쓰였다. 하지만 이제는 카드로 사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 현금만 받던 뉴욕 시의 택시도 이제는 카드를 받는다. 길거리 음식 트럭들도 1/4 이상은 카드를 받는다. 그리고 추가로 14%가 앞으로 카드를 받을 예정이라고 관련 조사에서 드러났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다양하고 새로운 지불방식들이 속속 나오면서 종이돈은 옛날 은전이나 금전처럼 구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테네시, 저먼타운에 사는 니콜 맥나미는 거의 모든 것에 카드를 썼다. 하다못해 맥도널드에서 1달러짜리 커피를 사면서도 카드를 썼다. 그런데 지난달 니콜과 그의 남편은 카드가 불법 도용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니콜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남편의 비즈니스용 카드에서 1,200달러가 빠져 나갔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토이즈 R 어스에서 400달러가 지불되는 등 캘리포니아와 미네소타에서 물건들을 산 것으로 되어있었다.
기절할 듯 놀란 이들 부부는 친구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이를 따르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가능한 한 현금만 쓴다는 맹세이다.
현금만 쓰기로 한 후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은 물론이지만 그 외에도 몇가지 유익한 점이 있었다. 지갑에 있는 돈만큼만 쓸 수 있다 보니 예산에 맞게 지출하면서 씀씀이를 줄이는 간접적 효과가 있었다.
니콜은 매주 100달러로 시작한다. 그리고 지갑에 돈이 얼마 남아 있지 않으면 자신이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카드를 사용했다면 망설이지 않고 샀을 물건들이었다. 전 같으면 집안 아무데나 던져두곤 하던 동전들도 이제는 알뜰히 챙기게 되었다. 페니나 니클, 다임들을 잘 간수했다가 맥도널드 커피를 살 때 쓰곤 한다.
말들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카드 대신 현금을 쓰는 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카드 사용이 최근 좀 줄어들었는지를 묻자 그런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비자 대변인은 말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카드 사용은 시즌별 추세를 타는 경향이 있다고만 말했다.
특별히 타겟에서만은 현금을 사용한다는 샤핑객들이 있었지만 그게 사실인지 여부를 타겟 측은 밝히지 않는다. 지불방식에 대해 공개할 만한 구체적 내역은 없다는 것이다.
현금만 사용하는 것이 언제나 편한 것은 아니다. 불편한 점도 있다. 수시로 현금인출기로 달려가자면 성가시기도 하고 비용도 든다. 터프츠 대학 연구진은 ‘미국에서 현금의 비용’이라는 보고서를 올해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현금을 찾기 위해 은행이나 현금인출기로 가는 데 매달 28분, 연간 5.6시간을 쓴다. 게다가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 ATM이 아닌 다른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비용은 매번 평균 3달러85센트나 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온라인 구매시 현금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다. 현금만 사용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결심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소비자 연맹의 소비자 보호 담당국장인 수잔 그랜트는 현금은 강탈당할 위험이 있고 어디다 돈을 썼는지 지출내역을 파악하고 있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돈을 잃어버릴 위험도 물론 있다. 세탁물 속에서 지폐가 나오는 예도 흔하다.
비싼 물건을 살때는 더 더욱 현금은 불편하다. 평면 TV를 사러 베스트 바이에 가면서 현금을 한보따리 들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크레딧 정보유출이 불안하다고 해도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아울러 현금만 사용하면 크레딧을 쌓을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카드 정보유출 사건들로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일은 이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니 소비자들 스스로 정보유출 여부를 항상 점검하면서 신분도용으로 인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금만 쓰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각자 자신의 은행 기록과 카드 기록을 매일 점검하는 습관을 기르라는 조언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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