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민 1세대 함호용 자료집 발간
함호용 자료 중 한국가곡집. 애국가는 윤치호 작사로 등장한다.
함호용 일지
60주년 광복절을 앞둔 2005년 8월3일, 정부가 발표한 독립운동 포상자 명단 중 대통령표창(77명) 명단에는 ‘함호용(咸鎬墉 미주방면)’이라는 이름이 있다. 독립운동사에서는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함호용(1868~1954)은 부인 최해나(崔海羅·1880~1979)와 함께 1905년 하와이로 이주했다.
이후 죽을 때까지 40여 년 동안 그곳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다. 이런 일상의 족적을 그는 손바닥 만한 수첩에다가 깨알같이 정리했다. 이렇게 해서 현재 남은 그의 일지는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작성한 총 40건이다. 일지는 단순히 사탕수수농장 출결 상황만을 담은 게 아니라 일지와 문집을 합친 듯한 인상을 준다.
그의 일상사를 중심으로 이발비, 목욕비 등의 지출 내역뿐만 아니라 개인 관심사도 있다. 하와이의 스프렉클스빌(Sprecklesville) 지역 전도사로서 그가 쓴 ‘마위도 대한인 미이미 교회 역사’(馬位島大韓人米以美敎會歷史) 같은 교회 관련 역사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창작한 시도 있고 육십갑자도에 인체도, 심지어 일본군의 중국침략 노선지도도 일지에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이 ‘미국 UCLA 리서치도서관 스페셜 컬렉션 소장 함호용 자료’를 비롯해 지난해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 조사성과를 정리한 보고서 3종을 최근 내놓았다.
나머지 2종은 ‘미국 미시간대학교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와 ‘네덜란드 김달형 소장 한국문화재’다.
최영창 재단 활용홍보실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재단이 주로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를 조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함호용 자료를 우리가 조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민이나 독립운동 관련 역사자료까지 포함한 한국 문화재 전반을 포함함으로써 재단은 더욱 넓고 유연한 스펙트럼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호용 자료는 이번 조사 결과 1천40여 점으로 드러났다. 하와이 이민시 가져간 자료가 있는가 하면 초창기 하와이 한인사회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자료도 있다.
’네덜란드 김달형 소장 한국문화재’는 김달형이라는 한국 이름을 쓰는 네덜란드의 한 개인이 소장한 한국문화재 500여 건에 대한 조사 결과물이다. 여러 이유로 네덜란드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김달형은 유럽 전자제품기업 간부로 1970년대에 3년간 한국에 머물며 인사동과 이태원 고미술상에서 한국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구입했다.
그가 거래한 고미술상 영문 명함과 영수증, 그리고 문화재 국외반출 신고서 등까지 갖춰 당시 서양인의 한국유물 수집 붐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달형 컬렉션은 비교적 저렴한 근대 백자와 목가구, 민속품이 주를 이루는 소박한 유물들로, 명품 문화재 컬렉션은 아니지만 한 외국인이 애정과 열정으로 수집한 한국 문화재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재단은 평가했다.
그의 수집품 중 불교의식에서 사용되는 불구(佛具) 중 하나인 업경대는 이태원에서 구입한 것으로 상태가 좋은 조선후기 수작으로 평가된다. 조선후기 나한상은 한지를 바르고 금분을 입혀 만든 작품으로, 등에 구멍을 내고 산스크리트어로 쓴 주문(呪文)을 복장물로 넣었다. 김달형은 한국에서 첫 딸이 태어난 2주 후 부산에 갔다가 딸을 닮아 이를 구입했다고 전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는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Ann Arbor)에 위치한 미시간대미술관(University of Michigan Museum of Art) 소장 한국문화재 450여 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정리했다.
이 미술관 한국 컬렉션은 교육기관의 박물관이라는 설립 목적에 맞게 한국미술, 특히 한국도자기의 시기별 다양한 기법, 기형, 문양을 망라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재단은 평가했다.
재단은 이와 같은 ‘국외한국문화재’ 총서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간해 올해는 미국 미시간대학교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 영문판을 비롯해 3~4권의 조사보고서를 추가로 펴낼 계획이다.
한편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병행하는 국외소재 문화재 조사기능은 2017년 이후에는 재단으로 통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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