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주서 지난 7년 사이 68% 증가
▶ 실직기간 길어지면서 렌트비 감당 못해, 같이 사는 노부모와 중년자녀 서로 어려워
살리나스의 노모 집에 얹혀사는 데비 로(52)와 남편 론. 데비가 장기간 실직 상태이던 중 지난해 론마저 일자리를 잃자 이들은 틴에이저 아들들을 데리고 77세의 노모 집으로 들어갔다. 지난 불경기 이후 재정적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면서 노부모의 집으로 들어가 사는 중년층이 급격히 늘고 있다.
중년의 나이에 노부모에게 얹혀사는 케이스가 급격히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50~ 64세 연령층 중 노부모의 집에 들어가 사는 인구는 19만4,000명으로 지난 7년 사이 67.6%가 늘었다. 불경기가 장기화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중년층이 주거비를 감당 못해 노부모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북가주 살리나스의 데비 로(52)는 남편과 10대의 쌍둥이 아들들과 함께 침실 3개의 아담한 집에 살고 있다. 랜치 스타일의 이 집은 부엌이 널찍하고 부엌 창밖으로 뒷마당 가득한 넝쿨장미가 보인다. 그가 평소 이 나이쯤이면 살만한 집으로 그려오던, 검소하지만 안락한 집이다.
그가 상상도 못한 게 있다면 그 집이 바로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이라는 사실이다. 어려서 올리비아 뉴튼 존 포스터를 벽에 붙이고, 미세스 비즐리 인형을 껴안고 자던 바로 그 침실로 돌아온 것이다. 그 자신 실직 기간이 길어지던 차에 지난 해 남편 론마저 실직해 경제적으로 버틸 수 없게 되자 그는 가족을 이끌고 77세의 노모가 사는 집으로 들어왔다.
경기침체로 일자리 없는 젊은이들이 떼 지어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이 시기에 나이든 연령층은 소리 소문 없이, 그러나 젊은 층에 비해 두 배나 높은 비율로, 부모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UCLA 보건정책 연구센터와 커뮤니티 경제개발 통찰 센터에 의하면 2012년까지 7년간 50~64세의 캘리포니아 주민 중 부모 집에 얹혀사는 인구는 67.6%나 증가해 19만4,000명에 이르고 있다.
이같이 부모 집으로 들어가는 중년층이 크게 늘어난 것은 나이든 부모를 돌보는 등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거의가 지난 불경기 여파로 인한 경제적 곤란 때문에 재정적으로 버틸 수가 없어 이주하는 것이라고 자료를 분석한 스티븐 월러스 UCLA 공공보건학 교수는 말한다.
“놀라운 숫자입니다. 이 연령층은 보통 재정적으로 상당히 안정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직장에서 중진급으로 일하며 미리 은퇴계획을 세워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모 집으로 밀려나가 버리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숫자로 보면 부모 집에 얹혀사는 젊은 층이 50대와 60대 초반 연령층에 비해 훨씬 많다. 캘리포니아에서 18세~29세 젊은이들 중 부모 집에 사는 숫자는 16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2006년부터의 증가율은 33%에 불과하다. 50~64세 중년층 중 부모 집으로 들어간 케이스 증가율의 절반 수준이다.
부모 집으로 들어가는 중년층이 급증하는 것은 암울한 경제 현실을 반영한다. 장기 실직은 나이든 세대에게 특히 심각하다. 지난 12월말 기준, 55세 이상 미국민 중 1년 이상 실직상태였던 인구는 61만7,000명이었다. 불경기가 시작된 2007년 말로부터 5배가 뛰어 올랐다.
50, 60대가 부모 집으로 들어갈 때는 대개 그것이 최후의 방안이다. 많은 경우 저축은 바닥이 난 후이다. LA나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는 일자리가 있어도 치솟는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유가 어떠하든 노부모 집에 들어가 사는 것은 감정적으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데비의 경우, 가족들을 이끌고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엄마, 정말 정말 미안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입을 떼었다고 그는 말했다.
“아들들만 아니었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자동차 안에서 살았겠지요.”
중년의 나이에 전혀 예상치 못하던 취약 상태로 떨어지는 경험이다. 2년 전 샌프란시스코의 노모 집으로 들어간 재닌 로살리스(53)는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면서 치솟는 렌트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로살리스에게 그것은 개인적인 실패를 의미했다.
“이따금 여기 앉아서 내가 아기였을 때, 틴에이저였을 때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가졌던 꿈들을 기억합니다. 지금 이런 처지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요.”
어머니와 같이 사는 것은 자잘한 마찰들을 동반한다. 그의 어머니는 저녁 7시면 잠자리에 들면서 딸도 똑같이 하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나를) 꼭 어린아이 다루듯 합니다. 언제 불을 끄고 언제 잠을 자라고 일일이 말을 합니다.”
노부모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자녀들이 겪고 있는 불안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고정된 수입으로 사는 노년층은 또 자녀가 들어와 살면서 늘어나는 식비며 공공요금 등 초과 지출로 인해 은퇴 저축금이 바닥나 버리지 않을 까도 걱정이다.
“돈을 다 써버리고 나면 누가 나를 도와줄 것인가?” 라고 데비의 어머니인 페니 굴라트는 말한다. 오랜 세월 혼자서 조용히 살던 그는 딸의 가족이 들어오면서 삶의 리듬이 다 깨어져 버렸다.
“내 공간을 침범한 것 같아서 아이들도 어려우리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오랫동안 평화롭고 조용하게 살아온 그대로 내 집을 유지하고 싶어요. 모든 게 반듯하고 깔끔했는데 네 사람이 들어왔어요. 세탁물도 더 많아지고 갈등도 많습니다.”
굴라트는 세 개의 방 중에서 하나를 침실로 쓰고 다른 하나를 서재로 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방에서 데비와 그의 남편, 16살짜리 쌍둥이 아들들이 지낸다. 아들들은 침대에서 자고 부부는 바닥에 담요를 깔고 잔다.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살다보면 사이좋던 가족들 사이에도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지난 10월 데비의 가족이 들어왔을 때 굴라트는 사위가 집안에 들어와서 잠자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론은 밤마다 길가의 차안에서 자야만 했다. 가장이라면 마땅히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 굴라트의 생각이지만 데비는 그런 어머니가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론이 파트타임 일자리를 얻고 나서야 굴라트는 그가 집안에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 일을 하니 편하게 잠을 잘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글라트는 최근 친척을 방문하러 가면서 선언을 했다. 3주후에 돌아올 테니 그전에 이사를 나가라는 것이었다. 데비는 사방으로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아직 좋은 소식이 없다.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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