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선 <수필가>
아침저녁으로 오르내리는 사거리에 자리 잡은 아담한 랜치 하우스가 있다. 날마다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잘 정돈되고 예쁘게 꾸며진 정원에 저절로 눈도장을 찍게 된다. 한 겨울만 빼고 봄부터 가을걷이가 끝날 때까지 계절마다 변신을 거듭하는 정원은 사는 일에 쫓겨 주변을 둘러보지 못 하는 뭇 사람들에게 눈으로 들려주는 아름다운 교향악을 연주한다.
아직도 겨울 끝자락에 오도 가지도 못 하는 찬바람에 손끝이 시려 오는데 진작부터 땅 뒤집기를 시작하는 부지런한 할아버지 정원에서는 새 생명의 축제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할아버지는 해마다 테마가 있는 정원을 연출 하신다. 작년에는 드라이브 웨이 양쪽에는 각양각종의 장미꽃으로 나란히 키를 맞춰 세우고 현관문이 나 있는 정면에는 노란 맨드라미만 일렬로 심어서 그 품새가 마치 병아리 가족이 나들이 나와 오순도순 소꿉놀이를 하며 시리도록 파란 하늘빛에 갈증을 달래고 오수에 꾸벅꾸벅 조는 모습 같아 보였다,
담장을 따라 뒤뜰에도 다양한 꽃들의 향연이 폭발하듯이 팡파르를 울리고 능수버들 아래로 기다랗게 자리 잡은 채소밭에는 물 오른 열매들이 뜨거운 햇살을 부지런히 불어 들여 제 몸집을 키워 나간다. 살짝 등이 굽으시고 살집이 없으신 할아버지는 이맘때부터는 아예 전문 정원사가 되어 버린 듯하다.
커다란 플라스틱 통을 한 손으로 끌며 허리는 반 쯤 구부리고 콜롬보 형사가 되어 잔디밭을 샅샅이 뒤진다. 그리고 온 몸에 촉각을 세우고 잔디가 아닌 모든 잡초들을 가차 없이 찍어 올린다. 파릇파릇 잔잔한 강물처럼 넘실거리는 잔디를 보고 있노라면 할아버지의 근면과 수고와 정성의 손길이 오롯이 느껴진다.
우리 집 뒤 마당에도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놓았다. 몇 해 동안은 새 봄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나마 사랑의 손길을 주었기에 부족하나마 수고의 대가를 맛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텃밭에는 호미질을 간절히 기다리는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다 다시 땅 속으로 들어 갈 기세다. 정성과 수고를 감내 하지 않고서는 작은 것 하나도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내면이 아닌 돌아보지 못한 텃밭에서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조심스레 마음 밭을 들어다 본다.
메마른 땅에 꽃 한 송이 없고 별 하나 간직하지 못한 너! 생각만으로도 고통이고 절망이고 쓸쓸 해 진다. 시류를 쫓아 자아를 상실한 채 겉으로만 행복을 가장하고 버려야 할 것 들로 비대해진 마음 밭에도 곡괭이가 필요하다.
"인간의 잠재의식은 비옥한 밭과 같다고 한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해 두면 머지않아 잡초만 무성하게 된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기 암시의 씨앗을 심고 열심히 가꾸어야 한다.“ 나폴레옹 힐의 글이다.
할아버지 정원 한 가운데 흰색과 분홍색의 덕우드가 그림같이 나란히 서 있다. 밀어를 속삭이듯 만개한 꽃잎들이 나비처럼 춤을 추고 그 꽃잎 사이에서 석양을 등에 진 할아버지가 사람 꽃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건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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