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획 - 치솟는 식재료 가격
▶ 쌀·육류·수산물 등 올라도 너무 올라, 손님 떨어질까 음식은 10년 전 값 유지, 7월부터는 최저임금도 인상 시름 깊어져
한인식당들이 재료비 인상으로 가격 인상압박이 커지고 있다. 타운 내 한 식당에서 직원이 반찬을 나르고 있다,
# 한인타운에서 올 유캔잇 바비큐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가격인상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이 업주는 “현재 가격으로는 박리다매도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저렴한 차돌도 40% 정도 가격이 올랐다”며 “업소마다 1~2달러 차이로 경쟁하고 있으니 쉽게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식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인 식당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주식인 쌀을 비롯해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는 물론 생선과 채소류까지 거의 모든 재료 가격이 올랐지만 음식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
한인타운에 퍼져 있는 ‘저가 경쟁’도 업주들의 부담을 더해 주고 있다. 타운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물가는 매년 오르는데 한인타운은 식당들은 10년 전 가격으로 경쟁하고 있다”며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손님이 끊길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재료값 얼마나 올랐나
가장 무섭게 오른 품목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포함한 육류다. 소고기는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미 전역 평균가격은 파운드 당 5.55달러로 올해 5.67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5.29달러에서 7%가량 상승한 수치다.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3월 평균가격이 3.83달러까지 오르며 4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주 가뭄으로 인해 쌀 가격도 치솟고 있는 상황. 현재 쌀 도매가격은 40파운드당 23.99달러. 지난해 8월 14.99달러에 비하면 무려 60%가량 오른 셈이다. 특히 쌀은 한식당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식재료이기 때문에 식당들이 느끼는 가격 압박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수산물 역시 연어를 필두로 새우와 광어 등의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연어는 최근 kg당 8.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난 1분기 미국 내 새우 수입가격은 지난해보다 45% 오른 kg당 12.61달러를 기록했다. 일식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와이산 튜나와 한국산 광어 역시 파운드당 30%가량 가격이 뛰었다.
캘리포니아산 야채와 과일도 가뭄으로 인해 가격이 쉴 새 없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가장 큰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라임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400%가 뛰었다. 라임이 금값이 되자 타운 내 일부 월남국수 전문점은 테이블마다 라임소스를 내놓고 요청 고객에게만 라임을 제공 중이다.
■재료비 적정선 넘어서
한인 식당들은 이미 가격에서 차지하는 재료비 비율이 적정선을 넘었다고 전한다. 그만큼 남는 게 줄어든다는 의미다.
바비큐 전문점 ‘우국’의 변용복 사장은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매출의 27~33%가 적정선이라면 지금은 45%를 웃돌고 있다”며 “이제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손님의 거부감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적정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식당 ‘뉴 쇼군’의 심성현 셰프는 “모듬회에 같이 나오는 스키다시도 단가가 25~30%가량 올랐다”며 “미루가이는 파운드당 17달러였는데 지금 38달러까지 올랐다. 원전사고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데 가격까지 올릴 수 없어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다가오는 최저임금 인상도 고민
7월부터 9달러로 오르는 최저임금 인상 역시 가격인상 압박요인 중 하나다. LA 인근에 3곳의 지점을 운영 중인 한 바비큐 전문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 달에 약 1만달러의 인건비가 더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식당 업주는 “파트타임 직원의 월급이 오르면 월급제 직원도 함께 올려야 하기 때문에 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식당뿐 아니라 모든 업소에 적용되기 때문에 식자재는 물론 식당 운영에 필요한 모든 서플라이의 가격까지 함께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대책마련 부심
업소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가격인상 압박을 피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북창동 순두부의 경우 원가 절감을 위해 재료구입 경로를 다변화했으며 투고 메뉴와 가정용 순두부 등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바잉파워를 활용해 원가절감을 꾀할 수 있는 대형 업소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소규모 식당들은 더욱 힘겨운 노력 중이다. 타운 내 한 식당은 최근 주방 식구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홀 서빙 직원도 1명 줄였다. 이 식당 업주는 “음식이 아닌 부분에서 가격 절감을 하려고 하니 제일 먼저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인상 압박을 견디다 못해 가격을 올린 곳들도 적지 않다.
타운 내 한 일식당은 3주 전부터 런치가격을 1~2달러씩 올렸다. 이 식당 업주는 “식자재 가격이 종류에 따라 20%부터 많게는 70%까지 올라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8년 만에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음식의 내용과 서비스 질을 높였다”며 “다행히 손님들이 거부감이 덜해 한시름 놓았다”고 전했다.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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