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허락하면 반세기를 채우고 싶어요.”
볼티모어카운티 커뮤니티칼리지(CCBC)에서 편물, 요리 등을 강의하는 이 마리아(78) 씨는 지난 20일 이 대학 던닥캠퍼스 극장에서 열린 강사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45년 근속 감사장을 받았다. 수백명의 강사들 중 5년이나 10년, 15년 근속상은 수두룩하고, 20년과 25년도 각각 5명과 8명이지만, 30년은 2명, 40년은 1명이다. 45년은 이 대학에서 최장기 근속이다. 이 씨는 45년 근속 배지와 고급 문방구를 기념품으로 받았다.
이 씨가 수상소감에서 “50년을 채우겠으니 그 때도 (시상식에) 와 달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1965년 유학 온 남편 이영수 박사(외과의, 은퇴)를 따라 미국에 온 이 씨는 1968년 자수와 양재로 CCBC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수도여자사범대학 가정과를 졸업한 이 씨는 도미 전 양재와 요리, 미용 등을 따로 배워 전문기술을 갖고 있었다. 모교에서 조교도 했고, 간호학을 공부해 한국 1호 양호교사로 재직한 경험도 가졌다.
이 씨는 80년대에는 학교측의 요청에 의해 한식, 중식, 일식 등의 아시아 요리를 강의했고, 매듭과 뜨개질 등도 가르쳤다. 올 봄학기에도 뜨개질과 스시 요리 등을 강의했다. 이 씨의 강좌는 비학점(non-credit) 과목으로 일반인들을 위한 평생교육강좌이다. 따라서 학생들도 노학도들이 많고, 10년 이상 장기 수강생도 여럿이다. 18년간 이 씨의 강의를 들은 존은 은퇴한 화학교사로 손 근육에 이상이 생겨 손을 많이 움직이기 위해 뜨개질 강좌를 수강했다. 그는 남자로서는 드물게 솜씨를 발휘해 메릴랜드 스테이트 페어에서 여러 차례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씨가 처음 강의를 시작했을 때 한인을 거의 접하지 못했던 학생들은 너무 어리게 봐 고교생 취급하기도 했고, ‘중국인’ 강사에게는 배우지 않겠다고 수업을 거부하기도 해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이 씨의 열정과 실력에 학생은 차츰 늘어났다. 지금은 10년 이상된 장기 수강생과는 친구처럼 지낸다고 한다. 이 씨는 초기에 학생들이 마늘 냄새 난다고 놀리기에 아예 요리에 생마늘을 쓰도록 했다며, 지금은 마늘이 들어간 요리가 건강식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웃었다.
“아직도 새 학생을 만나면 기쁘다”는 이 씨는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맞춰 다양하게 강의, 배움이 느린 학생들도 따라오게 해 종강할 때 같이 마칠 수 있도록 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이 씨는 “이제는 건강상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여전히 강의할 수 있어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집에 가만히 있지 않고 책을 보며 공부하면서 몸과 머리를 움직여 스스로의 건강을 돌보게 한다”며, “학교에 있으면 나이를 잊어버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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