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낙농업 붐으로 사료용 수출 급증… 가격 3년새 2배 폭등
▶ 1년 12번 수확 가능해 채산성 좋아, 미 낙농업계는 늘어난 부담에 ‘죽을 맛’
컨테이너에 담긴 채 LA 항에서 중국 수출 선적을 기다리는 알팔파 건초더미. 중국의 수요 급증으로 지나 3년 새 알팔파 건초는 가격이 두 배나 뛰었다.
수확기계가 로니 레임그루버의 알팔파 밭을 누빈다. 칼날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잎이 무성한 알팔파가 수북이 쌓인다. 이 알팔파는 건조된 후 더미로 만들어진다. 레임그루버는 “엄청난 속도로 몰아 되도록 많은 알팔파를 수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페리얼 밸리에서 3대째 농사를 짓고 있다.
레임그루버가 수확한 작물에 대한 수요가 지금처럼 높은 적은 없었다. 알팔파 가격은 최근 2배 가까이 뛰었다. 거의 기록적인 가격이다. 금년 53세인 레임그루버는 “지난 4년은 최고였다”고 말했다. 그의 행운은 태평양 건너 중국의 낙농업 붐과 연관돼 있다. 중국에서는 낙농업이 크게 늘었지만 경작 가능 농지의 제한으로 젖소들의 사료를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특히 알팔파는 섬유질과 단백질이 풍부해 최고의 사료로 꼽힌다. 미 서부는 알팔파의 주요 산지이다.
2009년 이후 알팔파의 중국 수출은 57만5,000톤으로 8배나 급증했다. 알팔파는 아이폰과 플랫 TV 등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싣고 왔던 컨테이너에 담겨 중국으로 나간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대 알팔파 수입국이 됐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아랍에미레이츠에 이어 두 번째 수입국이다. 지난해 외국으로 수출된 알팔파는 5억8,600만달러에 달한다.
알팔파 수출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은 채 조용히 이뤄져 왔다. 하지만 3년째 가뭄으로 서부지역 농장들이 고전하면서 알팔파는 낙농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상품이 됐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알팔파는 알몬드나 와인용 포도 재배로 대체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해 왔다.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총 600만톤의 알팔파 건초를 생산했다. 2002년의 800만톤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양이다. 이렇듯 생산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면서 알팔파 가격은 지난 3년 사이에 두 배가 뛰었다. 현재 시세는 톤당 300달러 선이다.
이런 현상이 알팔파 재배업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낙농업자들에게는 수익을 잠식하는 부담이 된다. 툴레어 카운티의 낙농업자인 코넬 카스버겐은 “우리는 소들을 먹이기 위해 세계 다른 곳과 경쟁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카스버겐은 알팔파 가격이 뛰자 콩과 카놀라로 사료를 대체하려다 이 또한 수출이 늘면서 가격이 많이 뛴 것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알팔파 수출 붐은 중국 같은 나라의 중산층 식습관 변화가 미국 농부들에게 기회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카토연구소의 농업전문가인 다니엘 피어슨은 “미국은 세계에서 경작가능 토지가 가장 많은 나리이다. 식품 수요 증가에 대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여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으로의 농산물 수출은 총 258억달러로 10년 전의 50억달러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산 콩의 최대 수입국이다. 알팔파 수출 증가에 힘입어 낙농관련 수출도 지난해 7억6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1억3,700만달러였다.
수출업자들은 알팔파 수출상들이 오랫동안 알고 있던 것을 배우고 있다. 그것은 중국으로 되돌아가는 컨테이너에 물건을 실으면 운송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지난해 3,18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봤다. 이것은 아시아에서 온 컨테이너들이 빈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서부지역 낙농협회의 마이클 마시 회장은 “중국으로 알팔파를 운송하는 것이 임페리얼 카운티에서 툴레어 카운티로 운송하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고 말했다. 이 협회는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낙농제품의 60%를 대표한다.
알팔파에 대한 국제적 수요 급등은 캘리포니아 알팔파 농부들에게 비즈니스 호황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들의 수입은 크게 늘고 있다. 대표적인 건초 수출업체인 베이커스필드의 ACX는 1970년대 말 일본 수출을 필두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후 이 업체는 한국과 대만, 그리고 중동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해 왔다. 이 회사의 판매 브로슈어를 보면 소는 물론 말과 양, 그리고 염소와 낙타 등의 사진이 실려 있다.
현재 건초업계가 어느 방향을 흘러가는지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2011년 중국이 이 회사 수입에서 차지한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지난해 그 비중은 무려 21%로 뛰었다. 중국은 낙농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경작 가능 토지가 적어 사료 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 ACX의 니콜라스 곰보스는 “중국은 사료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미 서부 11개주에서 건초를 매입하고 있으며 임페리얼 카운티에 자체적인 농장들도 운영하고 있다.
충분한 물과 기후 조건만 뒷받침되면 알팔파는 1년에 12번까지 수확할 수 있다. 낙농업자들은 최초 수확 알팔파를 최고 품질로 치며 이것들은 좋은 가격에 고급 우유 생산을 위해 팔린다. 나머지 작물들은 등급을 별로 따지지 않는 외국의 낙농업자들에게 수출된다. 이 시장이 알팔파 농장들에는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LA 항과 롱비치 항에 코스코 두 배 크기의 웨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앤더슨 헤이 & 그레인의 대표인 마크 앤더슨은 “알팔파 업계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농촌 일뿐 아니라 운송과 가공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등 수출은 미국 농업의 상당부분을 살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레임그루버는 중국이 계속 새로운 음식에 입맛을 들이면서 알팔파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의 아들 가운데 하나는 센트럴 밸리에 소재한 중국인 소유 양파, 마늘 가공 공장에서 일한다. 또 그의 딸은 아버지 농장의 외국고객을 늘리는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다. 레임그루버는 “중국인들은 우유를 원한다. 중산층이 2%만 우유를 원한다고 해도 그것은 알팔파 수요의 급증을 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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