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에 밀려 종이신문·잡지 설 자리 잃어
▶ 나이든 단골들, 로토 사는 손님들 뿐 신문잡지 판매점들 하나하나 자취 감춰
2006년 센터폴드를 인수한 마누엘 포르틸로의 동생 르네(왼쪽)가 오래된 잡지들을 진열대에서 치우고 있다. 사람들이 무엇이든 인터넷으로 보기 때문에 이제는 나이든 사람밖에는 오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페어팩스 애비뉴에 있는 센터폴드 인터내셔널 신문 판매대. 비즈니스가 나아지지 않으면 LA에서 사라진 여러 신문판매대처럼 이 가게도 조만간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
인터넷에 밀려 인쇄매체가 사향 길로 접어든 가운데 LA의 한 신문판매점이 힘겹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페어팩스 애비뉴에 있는 센터폴드 인터내셔널 신문판매점이다. 아직도 종이신문, 종이 잡지를 선호하는 단골들이 뜨문뜨문 찾아드는 센터폴드 신문판매점의 하루 풍경을 살펴본다.
아침 6시가 막 되기 직전, 페어팩스 애비뉴의 텅 빈 주차장으로 빨간 트럭이 들어온다. 르네 포르틸로가 서둘러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신문들을 포장한 플래스틱들을 뜯는다. 그리고는 신문들을 와이어 판매대에 진열한다. 이어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첫 손님이다.
LA 타임스 7부, 뉴욕 타임스 7부, USA 투데이 3부,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 2부 그리고 라 오피니언 한부를 집어든 손님과 포르틸로는 신문값을 계산하면서 스페인어로 몇마디 주고받는다.
CNN에서 일하는 그 손님은 주중 매일 아침에 와서 신문들을 사고는 출근한다. 그가 떠나고 난 후 포르틸로는 아침식사로 가져온 바나나의 껍질을 벗긴다. 이어 허연 턱수염의 손님이 와서 3달러짜리 스타벅스 모카 냉커피를 사들고는 가게 안을 둘러보며 잡지 커버의 여배우에게 말을 걸다가 나간다.
센터폴드 인터내셔널 신문 판매점의 하루가 또 이렇게 시작된다. 페어팩스 동네에 자리 잡은 이 신문판매대는 지난 몇 년 사이 훨씬 덜 ‘인터내셔널’이 되었다. 그의 형인 마누엘이 2006년 이 가게를 샀을 때만 해도 센터폴드에서는 수십 가지 외국 일간지들을 판매했다. 런던의 더 타임스, 이집트의 알 아흐람, 5가지 이탈리아 일간지 등이다. 이제 포르틸로 형제의 매상은 절반으로 줄었고 판매하는 외국 신문 잡지는 주간 가디언과 르몽드, 그리고 뉴욕에서 인쇄되는 러시아어 신문뿐이다.
포르틸로는 말한다.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보니까요. 이제는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만 와요. 나는 인터넷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도 센터폴드는 몇몇 타주 일간지들과 400여 잡지들을 구비해놓고 신문잡지 판매점이 줄줄이 문을 닫은 이 도시에서 살아남고 있다. 웨스트우드의 빌리지 센터 신문 판매점이 지난달 말 문을 닫았고, 밤새 문을 여는 것으로 유명했던 할리웃의 월드 북 & 뉴스가 한달 전 문을 닫았다. 월드 북 & 뉴스는 이후 새 주인이 좀 규모를 줄여서 다시 개장했다.
센터폴드 역시 비즈니스가 조만간 나아지지 않으면 똑같을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포르틸로는 말한다. 이웃에 살면서 매주 한번씩 들르는 캘빈 나이토는 이런 이야기가 영 달갑지 않다. 이 신문판매점이 없어지면 뭔가 불완전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오전 중반 쯤 자동차 정비복을 입은 남성이 와서 로토 한 장을 현금으로 사고, 30분 쯤 후 20대의 블론드 여성이 와서 피플, Us 위클리, 스타 등을 챙겨 계산대 앞에 선다. 이어 가십 잡지들을 여러 권 집어드는 사람, 커피 한잔과 LA 타임스를 집어드는 사람, 45분 동안 이 잡지 저 잡지를 훑어보다가 슬그머니 나가는 사람 등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가곤 한다.
오후가 되면서 고등학생 한명이 와서 라이터를 산 후 나가더니 곧 다시 들어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담배를 달라고 한다. 신분증을 요구하자 청바지 주머니를 뒤적뒤적 하다가는 “이상하네, 집에다 두고 왔나 보네” 하고 큰 소리로 말한다.
30분 후 마누엘이 와서 르네와 교대를 한다. 자동차 정비복을 입은 남성이 오늘 벌써 세 번째 가게에 와서 로토 두 장을 사고는 페니로 긁어보지만 여전히 꽝이다.
마누엘은 사람들이 로토 사느라 그렇게 돈을 많이 쓰는 게 이상하지만, 신문 판매가 전 같지 않은 때에 로토가 손님들의 발걸음을 이끌어 주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1980년대 후반 그가 로벗슨 블러버드의 신문 판매대에서 일했을 때만 해도 매주 일요일 LA 타임스 800부를 가져다 놓으면 그 모두가 팔렸다. 지금 센터폴드에서는 30부를 들여놓고 보통 10부를 반환한다.
과거 엘살바도르의 라 프렌사 그라피카를 한권 꺼내들고 두고 온 모국의 사진들을 보던 시절을 그는 기억한다. 당시 방랑벽에 휩쓸린 젊은이들은 프랑스 신문들의 구인 광고난을 보면서 일자리를 찾곤 했다.
“그게 인터넷 이전의 인터넷이었다”며 그는 슬픈 미소를 짓는다.
“조만간 신문 판매대라는 것이 완전히 없어질 지도 모르지요.”
지금으로서 비즈니스에 가치를 주는 것은 손님들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이름을 알고 해마다 연말이면 50달러를 그 해의 팁으로 주는 손님들이다. 예를 들면 유고슬라비아에서 이민온 자르코 밀로제빅 같은 단골이다. 자르코는 36년 전 그 동네로 이사온 후 거의 매일 센터폴드를 찾는다.
그는 말한다. “서비스가 1등입니다. 그리고 주인들이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려고 애를 써요.”
마누엘이 웃으며 설명한다. 스페인어로 ‘푸들’을 말하는 ‘차르코’를 빠르게 발음하면 거의 완벽한 발음이 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터득했다는 것이다. 밀로제빅은 LA 타임스를 한부 사들고는 제안을 한다. 마누엘이 갓 태어난 손녀를 가게에 데려오면 그가 축하 테킬라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해가 지면서 마누엘은 5분이 멀다하고 하품을 한다. 오래지 않아 20살짜리 딸 캐시가 교대를 하러 온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서 캐시는 근무 중 어떤 잡지를 읽을 지를 고른다. 세 사람 중 인쇄 매체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캐시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근무하던 엔시노 신문 판매점에서 몰래 구석으로 들어가 만화책을 읽던 때부터 좋아하던 일이다.
“요즘 아이들은 ‘잡지? 으~’ 하지요. 온통 인터넷, 페이스북뿐이에요.”
밤 10시55분. 캐시가 문을 닫기 시작하는 데 한 여성이 들어온다. 미술 관련 코너를 둘러보던 여성은 15분 후 두터운 건축 잡지를 한권 사들고는 나가면서 잡지를 코로 가져가 숨을 들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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