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협약 따라 패스트푸드점 종업원들 생활임금 보장 받아
▶ 5주 유급휴가에 출산휴가까지
<코펜하겐>
버거킹에서 주 40시간 근로를 마친 함푸스 엘롭손. 그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맥주를 마시러 가기 위해 준비했다. 그는 집 렌트와 청구서들을 다 처리하고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쓸 정도의 돈을 저축할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가 시간 당 20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액수는 덴마크 패스트푸드점의 기본급이며 미국 패스트푸드점 종업원들 임금보다 두 배 반가량 많은 것이다. 올 24세인 엘롭슨은 “여기서는 패스트푸드에서 일해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엘롭슨 같은 덴마크 근로자들을 보면서 미국의 노동운동가들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덴마크 체인들이 시간 당 20달러를 지급할 수 있다면 왜 미국 체인들은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시간 당 15달러를 지급할 수 없는가 라는 것이다. 진보적 정책기관인 경제정책연구소의 경제학자인 존 슈미트는 “종업원들에게 그 정도의 임금을 주고도 패스트푸드점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덴마크에서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미국 경제학자들과 기업들은 이런 비교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두 나라 간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덴마크는 생활비와 세금이 높고 건강보험 등 사회안전망, 그리고 고용주 협회들과 노조들 간에 단체협약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국제 프랜차이스협회 스티브 칼데이라 회장은 “덴마크의 기업 및 노동 현실을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사과와 자동차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칼데이라는 “덴마크는 미국보다 생활비가 훨씬 많이 드는 작은 나라”라며 “덴마크는 노조가 압도적이며 고용은 이런 사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학자 슈미트는 덴마크가 보여주듯 생활임금을 요구하는 나라들에서 많은 기업들이 이에 잘 적응하고 있다며 덴마크는 가능한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덴마크에는 최저임금이 없다. 그러나 엘롭슨이 받고 있는 시간 당 20달러는 덴마크 최대노조와 덴마크 고용주연합인 호레스타 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른 최저임금이다. 이 고용주연합에는 버거킹,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비롯한 식당 호텔 체인들이 포함돼 있다.
이에 반해 미국 패스트푸드점 종업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각종 형태의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종업원들의 평균 임금은 시간 당 8.90달러이다.
플로리다 탬파 부근 버거킹의 쉬프트 매니저인 앤소니 무어는 시간 당 9달러를 받고 있다. 보통 1주일에 35시간을 일해 매주 300달러 정도를 가져가고 있다. 10명을 관리하는 금년 26세의 무어는 “이는 적절치 못한 수준의 임금”이라고 호소한다. 렌트로 600달러를 내는 그는 전기료와 수도료를 밀리기 일쑤이다. 싱글파더인 그는 다섯 살과 두 살이 딸들을 위해 매달 164달러의 푸드스탬프를 받고 있다. 무어는 “음식을 살 것인가 옷을 살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의 딸들은 메디케이드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버거킹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는 그는 무보험 신세이다. 버거킹은 종업원들의 임금과 베니핏에 관해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버거킹 재단을 통해 일부 종업원들에게 긴급자금 지원과 학비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학자 슈미트는 미국 패스트푸드점들의 임금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덴마크 패스트푸드점 종업원들은 미국 종업원들로서는 꿈만 꿀 수밖에 없는 베니핏들을 보장받고 있다.
단체협약에 따라 이들은 연 5주의 유급휴가와 유급 출산휴가, 그리고 연금플랜을 제공 받는다. 오후 6시 이후나 일요일 일할 경우에는 오버타임이 지급된다.
미국 종업원들과 달리 이들은 4주 전에 근로일정을 통보받으며 고용주들은 비즈니스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종업원들을 일찍 집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 엘롭슨은 계속 버거킹에서 일하면서 승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덴마크 종업원들의 이직관련 자료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코펜하겐 공항에서 여러 패스트푸드 체인을 운영하는 HMS호스트 덴마크는 버거킹과 스타벅스 종업원들 가운데 70%가 1년 이상 일한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내 맥도널드 조사에서는 종업원들의 재직 기간이 8개월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널드가 지난 1980년대 덴마크에 처음 진출했을 때 이 기업은 고용주협회 가입과 단체협약을 거부했다. 하지만 노조의 저항에 맥도널드는 1년 만에 굴복했다. 인터뷰에서 덴마크 패스트푸드점 종업원들은 덴마크의 생활비가 미국보다 30% 가량 높지만 자신들이 받는 임금으로 충분히 생활해 나갈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임금을 지급하려면 덴마크 패스트푸드 가격은 미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4.80달러인 빅맥이 이곳에서는 5.60달러이다. 하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기꺼이 이 가격을 지불한다. 노동문제 전문가인 코펜하겐 대학의 카이 안데르슨 교수는 “우리 데마크인들은 햄버거가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햄버거를 먹을 때 종업원들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과 근로환경에 제공된다는 것도 동시에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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