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구매 의사 불구, 모기지 못 얻어 ‘울며 겨자먹기’식 렌트생활
▶ 전국 주택소유율 8년 내리 감소세... 렌트비 상승으로 주택구매 여력 줄어
<웨스트필드, 뉴저지> 자니 맥도웰에게 리빙스턴 스트릿에 서 있는 한 주택은 그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별할 것은 전혀 없다. 이층짜리 이 집은 상당히 낡았으며 최근 몇 달간 시장에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구매자를 찾지 못한 것이다. 맥도웰은 이 집을 지날 때면 아이들을 위한 좀 더 넓은 실내 공간과 아이들과 개가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바깥 공간을 꿈꾼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꿈일 뿐. 맥도웰 가족은 비좁은 렌탈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묘하게 지어진 단층 듀플렉스에서 사는 그는 집을 자신과 와이프,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작은 3개의 베드룸으로 나눴다. 한 달 1,400달러의 렌트비와 자동차 페이먼트, 예측할 수 없는 가족 지출, 그리고 별로 깨끗하지 못한 크레딧 리포트, 잔고가 없는 저축구좌 등 맥도웰이 당분간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다운페이를 마련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금년 41세인 맥도웰은 “수년간 구입할만한 주택을 알아보고 싶었지만 밀려드는 청구서들에 자동차 페이먼트, 보험 등을 감당하느라 저축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과거 같았으면 맥도웰 가족처럼 가구 수입이 연 10만달러 정도 된다면 새로운 주택을 얼마든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첫 주택에서 남긴 돈을 가지고 좀 더 크고 비싼 집으로 옮겨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주택시장은 개선되고 있다. 5월중 기존주택은 6년래 가장 빠른 수준으로 매매가 이뤄졌으며 구입자 가운데 32%가 첫 주택구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렌탈 주택에 묶여 있는 실정이다.
예일대 경제학 교수이자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는 “이것이 점점 더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주택시장 버블과 가장 큰 붕괴를 경험했다.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미 전국의 주택 소유율은 8년 동안 계속 떨어져 왔다. 2004년 69%에서 금년 첫 분기에는 63.7%로 낮아졌다고 하버드 대학 주택연구소가 지난 주 밝혔다. 주택소유율 하락은 곧 렌탈 증가와 렌트비의 상승을 의미한다. 2994년 이후 주택을 새로이 렌탈하는 미국 가구 수는 매년 77만가구 씩 증가해 왔다. 2004년부터 2014년은 10년 단위로 볼 때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렌탈이 늘어난 시기였다.
주거지를 렌트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전에 주택소유주였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차압으로 집을 잃었으며 나빠진 크레딧 때문에 새로이 모기지 론을 얻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또 대출기관들이 크레딧 규정을 대폭 강화하면서 주택 구입이 어렵게 된 사람들도 있다. 연방정부는 작은 액수의 다운페이먼트를 할 경우에도 대출을 해주도록 대출기관들을 독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 혜택을 받았는지 조차 분명치 않다.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주택시장 붕괴와 경기침체 여파와는 별개로 미국의 변화하는 인구분포도 주택 트렌드 변화에 한 몫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향후 새롭게 형성될 신규 가구들의 대부분은 소수민족 배경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적으로 이런 미국인들은 수입과 자산이 더 적으며 따라서 주택을 구입할 가능성도 낮다고 도시연구소는 밝혔다.
또 첫 주택구입자들의 다수를 차지해 온 수백만명의 젊은이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 결혼과 출산은 많은 경우 주택 구입의 동기가 된다. 또 학자금 융자로 인한 빚도 적지 않다. 이래저래 주택 구입을 위한 저축이 쉽지 않다.
하지만 주택 소유에 애를 먹고 있는 연령층이 젊은이들만은 아니다. 하버드 연구소에 따르면 소유율이 가장 빠르게 떨어진 연령층은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경기침체 이전 주택구입 붐을 주도했던 연령층이다. 주택시장이 붕괴되면서 이들은 빈털터리가 됐다. 하버드 연구소의 크리스 허버트는 “40대와 50대가 주택시장 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이들은 잊혀진 세대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맥도웰처럼 렌트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기지 시장에 진입하려 적극 노력하면서 회복의 징후가 보인다고 말한다. 모기지 이자율도 아직은 좋은 편이다. 이들은 경제가 계속 호전되고 실업률이 떨어지면 임금 또한 인플레율보다 빠르게 오르게 될 것이라며 주택 구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사의 수석 경제학자인 마크 잰디는 “우리는 지금 나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렌터들이 홍수를 이루면서 전국의 공실률은 20년래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개발업자들은 아파트를 빠르게 짓고 있지만 대부분이 고급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공급은 달리고 있다. 지난해 렌트비는 인플레율의 두 배에 달하는 3.2%가 올랐다.
주택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의 30% 이상을 렌트비로 지출하는 렌터 비율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2013년 렌터들 가운데 거의 절반이 이 범주에 속했다. 이런 렌터들은 3만에서 7만5,000달러 사이 소득층에서 높았다.
이런 현상은 뉴저지가 특히 심하다. 2013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저지 주 렌터들 가운데 30% 이상이 소득의 절반 이상을 렌트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전국에서 플로리다 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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