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에 손주들과 함께 하는 것보다 큰 기쁨 없어
▶ 성인자녀와의 관계·재정 형편 고려해야
손녀와 가까이 지내고 싶어서 딸 집 가까이로 이사한 앤 미한. 뉴저지, 페닝턴에 살던 그는 메릴랜드, 체비 체이스로 이사해 버지니아에 사는 딸 가족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플로리다에 살던 제럴드 하디지와 그의 아내 에디는 몇 년 전 콜로라도의 록키산맥 주변을 운전하던 중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대륙을 횡단하는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콜로라도에 간 것은 손녀들 때문이었다. 3살짜리 첫 손녀와 겨우 기어 다니는 둘째 손녀를 보고 싶어서였다. 제럴드가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 그냥 여기로 이사 와야 겠어.” 그러자 에디 역시 “오케이!”라고 대답했었다. 그때가 2008년이었다.
- - -
그리고는 몇 달 후 부부는 플로리다, 세인트 어거스틴의 집을 세를 주고, 콜로라도로 이사했다. 딸 가족이 사는 스팀보트 스프링스에 가구 딸린 투 베드룸 콘도를 렌트했다. 옷가지와 꼭 필요한 것들만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플로리다에 남겨두었다.
이주 후 기대하지 못했던 일들을 포함해 상당한 적응이 필요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기대했던 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손녀들과의 사이가 가까워진 것이 감사할 뿐이라고 부부는 말한다.
가족들이 점점 더 멀리 떨어져 사는 추세이다. 그래서 손주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으면 조부모가 손주들이 사는 지역 근처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사를 해서 내내 그곳에 살 것인지 아니면 단기간만 체류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럴드와 에디 부부의 콜로라도 체류는 결국 한시적으로 끝났다.
2010년 센서스에 의하면 조부모의 34%는 55세~ 64세이다. 26%는 65세~74세 사이, 20%는 75세 이상이다. 그리고 나머지 20%는 45세~ 54세 사이의 젊은 조부모라고 메트라이프가 지난 2011년 7월 펴낸 ‘미국 조부모’ 보고서는 전한다.
손주들 가까이 가서 살고 싶은 조부모가 마침내 이사를 결정하는 데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있다. 우선은 은퇴를 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가, 성인 자녀와의 관계가 어떠한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독신으로 사는가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고 아울러 재정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로운 가도 영향을 미친다.
조부모 인구가 6,500만명에 달하니 사회경제적 지위가 다르고 형편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0년 3월 실시된 전국 인구조사국 설문조사에 의하면 조부모 연령층의 가구당 중간 소득은 6만8,500달러로 미국의 전체 가구당 중간 소득보다 500달러 정도 높다.
아울러 조부모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45세~64세 연령층의 가구당 중간 연소득은 8만1,000달러로 65세 이상 연령층의 가구당 중간 소득 4만6,400달러에 비해 훨씬 높다. 한편 조부모 연령층 가구의 1/4은 연소득이 9만달러 이상, 다른 1/4은 연소득이 2만5,000달러가 못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문제 외에는 가족 간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가가 중요하다. 손주들로부터 40분에서 2시간 운전 거리에 살고 있는 조부모들은 대개 이사를 고려하지 않는다. 충분히 가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조부모와 손주들이 동부에서 서부로 떨어져 있거나 아예 다른 대륙에 사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경우 조부모는 손주들 곁으로 이사를 하거나 그냥 가끔씩 방문을 하며 지낸다.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사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성인자녀 가족만 바라보고 갔는 데 그 가족이 직장 때문에 다른 데로 이사를 하게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만 덩그마니 남게 된다. 그래서 손주들 가까이 이사를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상당한 조사와 분석이 요구된다.
플로리다에서 콜로라도로 이사간 하디지 부부의 경우 손녀들 곁으로 간 것은 잘한 일이었다. 그러나 영하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고 눈 내리는 겨울이 부부에게는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결국 5~6년 후 그들은 플로리다로 돌아갔다. 현재 77세인 제럴드에게 겨울은 특히 힘들었다.
부부는 플로리다, 올란도 인근으로 이사를 하고, 아내만 일년에 3~4개월 손녀들 곁으로 가서 지낸다. 남편은 더 이상 여행을 하지 않는다. 대신 딸과 손녀들이 플로리다를 방문한다.
성인자녀와 가까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던 노부부가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있다. 대개 손주들이 생겼을 때이다. 다음 세대의 탄생은 ‘가족의 영속’이라고 크리스틴 크로스비(69)는 말한다. 그는 잡지 그랜드의 편집장이자 할머니이다. 손주가 태어나면 “인생을 보는 시각이 바뀐다”고 그는 말한다.
뉴저지, 페닝턴에 살던 앤 미한은 2013년 매릴랜드, 체비 체이스로 이사했다. 딸과 사위가 버지니아, 알링턴에 살고 있어서 필요할 때면 언제든 가서 손녀를 돌봐줄 수 있는 거리이다.
그는 평소에는 자신만의 삶을 즐기다가 이따금 딸집에 가서 딸 가족들과 같이 지낼 수 있으니 최상이라고 말한다. 앤은 이혼 후 새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 곳을 살펴본 결과 워싱턴 지역이 마음에 들었다. 전에 살던 뉴저지에서 2008년부터 6주마다 한번씩 방문해 그 지역을 찬찬히 살펴보고 이주를 결심했다.
전문가들은 손주들 곁으로 이사하기 전 다음과 같은 사항들은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성인 자녀와의 관계를 생각하라. 아무리 사이가 좋다하더라도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자녀와 무관하게 자기 자신만의 삶을 어떻게 계발할 것인지 생각하라.
▲ 새로 이사한 곳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지 결정한다. 에디 하디지는 콜로라도에서 파트타임 일자리를 찾았고, 지역 상공회의소에도 동참했다. 그래서 딸 가족들에게 의존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는 않는다.
▲이사를 하면 오랜 세월 같이 지내온 친구들, 커뮤니티의 지원들을 잃어 버리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라. 새 곳에서 어떻게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 나갈 지 생각해보라.
▲이사가 재정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라. 자녀가 한명이 아니고 손주도 여럿이라면 어느 지역에 사는 자녀에게 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 할 지를 비교해보라. 재정적으로 여유롭다면 어디로든 이사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면 이사를 결정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내놓기 전에 예산부터 짜보는 게 좋다.
플로리다의 에디는 콜로라도로 이사하고 다시 플로리다로 돌아오느라 재정적 지출이 상당했다. 하지만 5~6년 가까이 살면서 생긴 손녀들과의 돈독한 관계 그리고 손녀들과의 추억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