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티모어 폭동 피해 딛고 71일 만에 가게문 다시 연 김균태씨 부부
폭동의 상처를 딛고 가게를 새로 꾸민 김균태, 김 데레사 씨 부부.
“완전히 망했다고 절망했지만 주위의 격려로 기운을 냈습니다. 이제 아픔을 잊고 새 출발하겠습니다.”
지난 4월 27일 볼티모어 폭동으로 점포가 폐허가 되고 모든 상품을 약탈당한 ‘A&M 뷰티 서플라이’(913 N. Caroline St.)의 김균태(71)·김 데레사(65) 씨 부부는 7일 71일 만에 가게 문을 다시 열며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폭동이 일어난 밤 존스합킨스 병원 인근에 있는 김균태 씨의 업소 주위에는 300여명이 몰려 닥치는 대로 상점들을 약탈했다. 경찰이 출동을 했으나 폭도들을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 김 씨의 업소 내부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 찍힌 영상에는 폭도들이 앞문과 뒷문을 모두 부수고 마치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오는 장면이 생생하게 잡혀 있었다. 같은 샤핑센터에 있는 신발, 전화, 의류 업소도 피해를 입었다. 이들 업소 중 의류점은 아예 문을 닫았다.
피해액 30만달러 넘어
완전히 망했다고 절망
주위 격려에 힘입어
아픔 잊고 새출발 다짐
폭도들이 지나간 업소 안은 폭탄이 터진 것처럼 처참하게 망가졌고, 매장은 물론 창고까지 텅텅 비었다. 바닥에는 미처 가져가지 못한 화장품 몇 점만이 뒹굴고 있었다. 피해액은 3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튿날 가게를 찾은 김 씨 부부는 참혹한 상황에 절망했다. 김 씨는 “졸지에 당한 변고에 한달간 넋을 놓고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낙담해 있던 김 씨 부부는 출석하는 볼티모어한국순교자천주교회(김용효 신부)의 신도 및 이웃 성당 신자들이 위로하고 기도하며 모금 운동 등으로 돕자, 기운을 내기 시작했다. 김 씨는 더 이상 좌절해서는 안되겠다고 마음먹고, 가게를 재건하기로 했다.
보험회사에서 파손된 가게 수리를 위해 우선 지급한 1만달러와 시에서 외관 보수를 위해 지원한 5천달러로 내부를 다시 꾸미기 시작했다. 5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수리는 노부부가 직접 했고, 친지들이 함께 도왔다. 상품은 도매회사의 도움을 얻어 외상으로 모두 채웠다. 도매회사들은 외상값 상환 기간을 늘려줬다. 한 달 이상 구슬땀을 흘린 끝에 가까스로 번듯하게 가게를 꾸밀 수 있었다. 김 씨는 “주님이 도와주시고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며 “힘이 들었고 많은 아픔이 있었지만 새로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간에 황당한 일도 있었다. 폭도들은 약탈한 화장품 박스 중 일부를 인근 공원에 버렸고, 볼티모어 시당국은 박스에 쓰인 주소를 근거로 쓰레기를 무단 투기했다며 김 씨의 업소에 벌금 500달러를 부과했다. 여기저기 항의한 끝에 겨우 이를 시정한 김 씨는 관리들이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피해자에게 두 번 상처를 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재개업이 아니라 새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이날 김용효 신부를 모셔 축성을 받았다. 한인성당의 성직자들과 교우, 친지들도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해 김 씨 부부를 격려하고 축하했다.
김 데레사 씨는 “힘들었던 기간을 신앙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며 “특히 나이가 있어 힘이 더 들었지만 처음 이민 왔을 때의 초심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시를 대상으로 한 보상소송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일단 문을 다시 여는 것이 급선무였고, 앞으로도 계속 시에서 장사할 생각이어서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깨끗하게 정돈되고 다시 물건이 들어찬 김 씨의 업소 바닥은 폭동 당시 폭도들이 떨어트린 화장품으로 인한 얼룩이 여전히 상흔으로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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