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좋아하던 재능 살려 금융업 일 그만 두고 도전
▶ 맞춤형 선호·SNS 활용… 밀레니얼 세대 공략 대박
■ 창업 성공스토리: 핸드-페인팅 운동화 ‘B스트릿 슈즈’
새로운 비즈니스로 대박을 치려면 그 시대의 트렌드, 다시 말해 ‘문화 코드’를 제대로 읽어내는 눈이 필요하다.
그저 “남이 하니까”식의 ‘덩달이’로 출발했다간 그나마 갖고 있던 ‘쪽박’까지 깨기 십상이다.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유니언 뱅크에서 신용분석가로 일하던 블레이크 바라시가 맞춤 디자인 스니커즈(운동화)로 앞길이 창창한 소기업 창업주로 발돋움한 바탕에는 ‘나 만의 독창적인 것’을 선호하는 이른바 ‘밀레니얼세대’의 특성과 사회적 관계망인 SNS가 지닌 마케팅 잠재력을 정확히 짚어낸 그의 날카로운 안목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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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다소 불안했다. 경기침체의 격랑을 헤치며 몇 년을 보낸 그는 직장에서 언제 퇴출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지친 나머지 지난 2010년 스스로 회사에 사표를 내던지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섰다.
재취업을 위해 크레이그리스트의 구인광고를 뒤지던 그는 ‘인생역전’의 계기를 만들어준 신발회사 탐스의 짤막한 광고를 접하게 된다.
소매업자들을 위한 탐스의 이벤트에 참여해 즉석에서 신발에 그림을 그려줄 아티스트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밥벌이는 금융분야에서 했지만 바라시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과 목공예, 도자기 제조 등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아티스트였다.
신용분석가로 활동하던 중에도 그는 동료들의 모자에 이름을 써주거나 낙서 스타일의 도안을 집어넣는 것으로 낙을 삼았다.
어렵지 않게 탐스에 채용된 그는 1년 동안 회사가 생산한 운동화에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그려주며 생업과 취미가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흔치 않은 호사를 누렸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매료된 그는 창업을 통한 홀로 서기를 결심했고 결국 지난 2011년 9월 온라인 수제품 오픈마켓인 엣시(Etsy)에 ‘B스트릿 슈즈(B Street Shoes)를 개설했다. 창업 첫 해 매출총액은 6만달러. 썩 좋다고는 볼 수 없어도 무난한 출발이었다.
만약 그가 10년 전에 핸드-페인팅 운동화에 ‘올인’했다면 생계를 보장해 주기에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어렵다기보다 아예 불가능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그가 창업 성공기를 쓸 수 있었던 데에는 전국 각지에 촘촘히 네트웍을 형성해 놓은 소셜미디어의 공이 컸다. 여기에 맞춤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증폭된 욕구가 얹어지면서 그의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NPD 그룹에 따르면 미국 내 운동화 소매시장 규모는 290억달러에 달한다.
소비자들 사이에 맞춤형 운동화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80년대와 9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장년기로 접어든 베이비부머들이 주요 고객층이다. 이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컨설팅사인 ‘베인 & 컴퍼니’에서 소매분야 담당 파트너로 활동하는 엘리자베스 스폴딩은 “소비자들은 그들이 구입하는 물품에 대해 이전보다 더 많은 통제권과 선택권을 갖고 싶어 한다”며 “맞춤형 상품 수요가 급증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폴딩은 이런 추세를 이용해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 기업으로 레스토랑 체인점인 ‘치폴레’(Chipotle)를 꼽았다. 치폴레는 고객들이 직접 식자재를 선택해 그들이 원하는 독특한 ‘식사’를 만들도록 한다. 손님의 취향과 입맛에 맞춰 즉석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는 콜드스톤도 같은 부류에 속한다.
맞춤형 상품 선호 추세는 스니커즈 시장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이젠 선택과 개체주의가 시장의 키워드다.
소비자들은 거리나 일터에서 자신과 같은 옷차림, 같은 구두, 같은 액세서리를 착용한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체제의 부산물인 획일성과 보편성을 거부하고 톡톡 튀는 개성과 ‘나만의 선택’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의 달라진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맞춤형 디자인 신발사업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과 조건이 무르익은 셈이다.
바라시는 B스트릿 슈즈가 엣시의 판매실적 최상위권 1% 그룹에 속한 것으로 자신한다. 그러나 에시가 내규에 따라 판매업자들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여부 확인은 불가능하다.
바라시는 광고비를 거의 지출하지 않는다. 페이스북과 엣시에 지불하는 300달러가 월간 광고비의 전부다. 대신 그는 소셜미디어, 그 중에서도 특히 인스타그램을 사업 성장의 지렛대로 활용한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입소문 광고의 위력은 대단했다. 창업 첫해 6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던 B스트릿 슈즈의 올해 총 매출액은 25만달러로 늘어났다.
사세가 커지자 코스트메사에 작업장으로 쓸 창고를 렌트했고 2명의 아티스트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바라시는 이들과 함께 매월 90켤레의 운동화에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한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고급 운동화에 수공을 가한 후 소비자들에게 넘기는 재판매방식이다. 운동화뿐 아니라 부츠(boots)와 여성용 스틸레토도 취급한다. 평균 가격은 한 켤레당 200달러 선이다.
바라시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고, 인스타그램과 텀블러 계정에 매일 작품사진을 띄운다. 2014년에 제작한 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스니커즈에 관한 블로그도 운영한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3만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 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2만1,000개 이상의 ‘좋아요’(like)가 떠있다.
바라시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입소문과 검색을 통해 내게 찾아온다”고 자랑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친구들을 통해 고객들과 연결된다는 얘기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고객이 신고 있는 신발사진을 올리면 그 고객이 직접 친구를 태그한 후 “이게 내가 전에 말했던 바로 그 신발이야. 너도 아마 좋아할 걸” 등등의 메시지를 포스팅한다. 한마디로 소비자가 알아서 세일즈를 해준다.
B스트릿 슈즈로 몰리는 트래픽 가운데 30~50%는 큐레이티드 샤핑 사이트인 핀터레스트(Pinterest)나 웨이넬로(Wanelo)를 경유해서 온다. 큐레이티드 샤핑 사이트는 독특한 라인의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톡톡 튀는 물건을 찾아 핀터레스트나 웨이넬로를 찾은 소비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B스트릿 슈즈 사용자들이 그곳에 올려놓은 맞춤형 디자인 신발의 사진을 보고 바라시의 사이트로 넘어온다.
B스트릿 슈즈의 단골 가운데 절반 이상은 여성이다. 이 점에 착안한 바라시는 신부들을 상대로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섰다.
신부용 운동화 판촉을 위해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결혼식 신발에 대한 블로그를 개설하고 다른 사람의 웹페이지에 게스트로 글과 사진을 올렸다. 그러다보니 웨딩관련 불로그에 그가 한 말이 전문가 견해로 인용되는 등 온라인 노출빈도가 잦아졌다.
올 가을 내슈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헤더 린치는 B스트릿 슈즈가 반스 제품에 손질을 가한 맞춤형 운동화 한 켤레를 주문했다.
“다른 커플들과 차별되는 독특한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는 린치는 음악광인 자신과 예비신랑을 엮어주는데 기여한 헤드폰과 거베라 데이지 꽃을 반스 운동화에 코럴과 네이비 색으로 그려달라고 주문했다.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라임즈 위드 네이비’라는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벤 이위는 “소셜미디어가 여기저기에 조금씩 흩어져 있는 잠재적 고객들을 찾아내 한데 묶어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로 인해 B스트릿 슈즈처럼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소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아티스트 겸 디자이너인 댄 가마체는 10년 전 코네티컷에서 부업으로 ‘마체 커스텀 킥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객들이 몰린 덕분에 4년 전부터 부업이 주업으로 바뀌었다.
가마체는 “인스타그램이 내가 누군지 도저히 알지 못했을 군중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며 “이제는 팔로워만 50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한 켤레당 300달러에서 1,000달러 사이에 판매되는 그의 맞춤 디자인 신발을 구입하려면 적게는 3개월, 많게는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스니커 전매시장(resale market) 정보 전문업체 캠프리스의 최고경영자이자 창업주인 조시 러버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스니커를 직판하는 신종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규모가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문화 코드를 읽으면 돈이 보인다.” 창업자들이 되새겨야 할 선배들의 경험칙이다.
<김영경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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