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웃 투어버스사들 ‘관광객 유치전’ 치열
할리웃 블러버드를 무대로 투어버스 업주들 사이의 ‘구역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밥그릇’과 직결된 문제이다 보니 관광업계의 성수기인 여름철이 돌아올 때마다 경쟁사들 간의 자리싸움이 위험수위까지 치솟곤 한다.
할리웃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이들의 구역싸움은 치열해진다.
지난해 LA를 찾은 방문객은 4,420만명으로 2013년도에 비해 4.8%가 증가했다.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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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관광&컨벤션보드에 따르면 이들이 2014년 여행비로 지출한 총 경비는 196억달러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특히 해외 여행객들의 지출액이 전체의 3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체류기간이 길고 씀씀이가 커 현지 관광업자들로부터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환영을 받는다.
할리웃 대로에 밀집한 관광버스 회사들은 투어 밴이나 더블덱 이층버스에 관광객들을 태운 채 연예인들의 자택이라든지 영화 속에 등장한 유명 촬영장소 등을 안내하는 것으로 수입을 올린다. 요금은 1인당 35~60달러.
투어 밴은 9명, 이층버스는 최고 8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어림 계산만으로도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철 성수기에는 제법 쏠쏠한 장사일 법하다.
돈 냄새가 나는 곳엔 경쟁이 따르게 마련이다. 관광객들의 통행이 많은 할리웃 블러버드의 ‘목 좋은 곳’을 차지하기 위해 관광버스 업주들과 기사들이 서로 엉켜 밀치고, 고함을 지르며, 야료를 부리는 광경을 목격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주 정부 차원에서건 시정부 차원에서건 이들에 대한 감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스타들의 별자리가 새겨진 할리웃 블러버드 ‘명성의 거리’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할리웃상공회의소의 리론 거블러 회장은 “어떤 때는 바로 우리 문 앞에서 말다툼이 벌어지곤 한다”며 “투어버스 업주들의 텃밭 싸움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새크라멘토의 주 의원들은 관광버스 퍼밋을 발급하는 캘리포니아 공공유틸리티 커미션(PUC)의 감독권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 제정을 검토 중이다.
LA 시의원들 역시 여름철 내내 관광버스를 할리웃 블러버드의 붐비는 도로가에 세우지 못하게 함으로써 업주들 간의 마찰을 근원적으로 봉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LA 카운티에서 운행 중인 대중 운송서비스 업체들 가운데 투어버스 회사가 몇 개나 되는지에 관한 PUC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지역 상공회의소장인 거블러는 할리웃 블러버드를 따라 영업 중인 투어버스 업체가 20~30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5년 전의 7~8개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다.
물론 투어버스 운영사들이 모두 담당부처의 공식 인가를 받았거나 적절한 보험에 가입한 것은 아니다. 느슨한 단속망을 피해 불법영업이 자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투어버스와 리무진, 그 외에 승객을 태우는 다른 영업용 운송수단에 대한 규제는 PUC 소관이지만 주 감사관실의 2013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담당자들은 적절한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PUC가 관련 주법을 지키도록 승객운송 업체들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사실 PUC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처리할 공식 정책을 갖추지 못했고, 업체들의 영업능력 정도를 측정할 장치도, 접근방법도 마련해 두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CHP)가 투어버스사들의 퍼밋과 보험소지 여부를 조사하도록 되어 있지만 CHP 담당자들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때에 한해 반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CHP 대중수송 수단 안전반의 켄턴 밀러 경위는 “우리가 언제 마지막으로 투어버스사들 상대로 퍼밋과 보험소지 여부를 조사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이쯤되면 할리웃을 오가는 투어버스사들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제리 힐(민주·샌마테오) 가주 상원의원은 올해 PUC의 상업용 버스 영업규제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주 의회에 발의했다. 이 법안은 CHP와 LA경찰국 등 법 집행기관이 퍼밋 없이 영업을 하는 투어버스를 최고 30일간 압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할리웃 지역을 선거구로 둔 미치 오파렐 시의원도 투어버스 업주들의 싸움을 막기 위해 벌써 여러 차례 시 조례안을 상정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그가 법제화를 주도한 조례안에는 할리웃 블러버드의 보행로에서 버스 업주들이 고객들에게 돈을 받고 탑승권을 팔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건당 최고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게 시 조례의 골자지만 이와 관련해 실제로 벌금을 지불한 업주가 있는지, 이제까지 티켓은 몇 장이나 발부됐는지 파악하고 있는 시 정부 담당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오파렐 시의원은 행인들로 붐비는 노스 시카모어 애비뉴에서 하이랜드 애비뉴에 이르는 할리웃 블러버드 구간에 올여름 내내 투어버스의 주차를 허용치 않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투어버스들은 이곳에서 한 블락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승객들을 태우거나 내려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투어버스 업주들은 할리웃 블러버드의 특정구간에 대해 기득권을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이곳에 다른 업체가 끼어들면 곧바로 ‘전쟁’이 시작된다.
LA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투어버스 회사인 ‘스타라인 투어스’의 디렉터 필립 페렌티노스는 “경쟁사들 간의 갈등과 마찰이 장난이 아니다”면서 “일부 업주들이 할리웃 블러버드의 특정구간을 ‘독점 영업구역’으로 간주하는 데서 생기는 말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이후 LAPD 체포기록을 살펴보면 최소한 7명의 투어버스 업체 종업원들이 할리웃 블러버드에서 싸움을 벌이다 폭행과 협박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그러나 이 지역을 관할하는 형사들은 대부분의 다툼이 말싸움이나 상대를 밀치는 선에서 끝난다고 말했다. 주먹다짐을 하거나 흉기를 휘두르는 할리웃 스타일의 ‘구역싸움’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LAPD의 케빈 베커 형사는 “구역다툼이 자주 일어나지만 서로 상대방을 밀치는 가벼운 몸싸움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몇 개월 전 ‘스타트랙 투어스’의 오너인 제프 냅신은 경쟁관계에 있는 ‘락킨 할리웃 투어스’의 대표 패트릭 히키와 거리에서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시비는 할리웃 블러버드의 ‘요충지’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던 냅신에게 히키가 접근해 시비를 걸면서 시작됐다.
히키는 냅신이 자신의 구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며 다른 곳으로 이동해 줄 것을 요구했다.
냅신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셀폰 비디오를 켜들고 히키의 위협적 언동을 동영상에 담자 꼭지가 돈 히키는 “이거 치워”라며 그의 얼굴 가까이에 들이댄 휴대폰을 밀쳐 땅에 떨어뜨렸다. 비디오에는 “저 친구가 나를 쳤어. 당신들도 봤지?”라는 냅신의 고함소리가 고스란히 잡혔다.
냅신은 개업 직후 3개 경쟁사 업주들로부터 괴롭힘은 물론 폭행까지 당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냅신은 “수개월 동안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에 소장을 접수시킨 후 한 달여만에 원고인 냅신은 히키를 비롯한 피고인들과 “할리웃 블러버드에서 서로 상대방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법정 밖 합의로 소송을 종결했다.
히키의 법정대리인 윌리엄 무어는 투어버스 업체들 간의 경쟁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더욱 치열해졌다는 견해에 동의했다.
그는 “돈벌이가 잘 되다보니 이 바닥으로 밀고 들어오는 신규 업체들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주들 사이의 마찰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할리웃 블러버드에 새로 진출한 신규 투어버스 업주들은 대부분 “기존 동종업체 종사자들로부터 적의에 찬 환영”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프라임타임 할리웃 투어스’ 운영자인 마이크 체이스는 2012년 영업을 시작하기 무섭게 할리웃 블러버드에 진을 친 경쟁업체 관계자들이 “우리 버스 승차권을 판매하는 키오스크 앞에 차를 주차시킨 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라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겁을 집어 먹은 체이스는 ‘건달 친구’들을 키오스크 주변에 배치해 경쟁사 업주와 운전기사들의 접근을 차단했다며 “할리웃 블러버드는 무법천지였던 옛날의 서부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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